(기고)친절, 딱 3초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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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친절, 딱 3초면 충분하다
  • 진재춘
  • 승인 2017.10.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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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춘 제주시 공보실 주무관

진재춘 제주시 공보실 주무관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으로 '한비자 외저설우'에 나오는 고사성어가 있다.

송나라 어느 주막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술의 양을 속이지 않았고 친절했으며 술 빚는 실력 또한 뛰어 났다. 또 멀리서도 주막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깃발까지 높이 걸어 놓았으나 주막의 술은 도무지 팔리지 않았고 담가놓은 술은 독채로 시어버리기 일쑤였다.

고민하던 그는 이웃에 사는 현자 '양천'을 찾아가서 가르침을 구했다. 그러자 양천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기르는 개가 사납지 않은가요?” “개가 사나운 건 맞는데,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주막을 지키는 개가 너무 사납게 짖어대는 바람에 손님들이 들어갈 수가 없고, 심부름으로 술을 사러온 아이들이 개가 무서워 갈 수 없으니, 최고의 술을 준비 하고도 맹구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것이지요!” 한비자는, 나라에도 "사나운 개"가 있다고 덧붙인다.

어진이가 군주를 도와 현명한 정책을 내놓으려 해도 마치 사나운 개와도 같은 간신배들이 군주를 가리고 현자를 물어뜯으니, 정사가 제대로 펼쳐질 리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참모를 잘못 쓰면 아무리 주인이 친절하고 음식이 맛있어도 종업원이 불친절하면 망할 수 있다는 비유로 구맹주산(狗猛酒酸)이 쓰여지기도 한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주민편의 시책을 내놓아도 공직자 한명의 잘못으로 인하여 공직 내부에 신발 밑의 조각돌 같이 껄끄러운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공직사회에 먹칠을 하고 조직내 분위기를 흩트려 놓아 발전이나 성과는 고사하고 힘겹게 쌓은 공든 탑마저 무너트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친절은 민원인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 한마디와 입속에 괴어 있던 웃음이 입 밖으로 나오는데 3초면 충분하다. 또한 공직자는 화를 내기 전, 쓴 소리 하기 전 3초만 늦추어 역지사지 한다면 내가 편해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는 일이 요즘 세상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3초만 민원인의 입장이 되어 보고, 3초만 상대방 편이 되어 본다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지름길이 된다고 생각해본다.

친절은 청렴의 시작이고 웃음은 친절의 열매와 같다. 그 열매를 스스로 맺게 하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그런 이에게선 달콤한 향기가 풍기리라. 너와 나에게서 그런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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