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밝은오름 (명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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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밝은오름 (명월)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1.0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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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48.5m 비고:39m 둘레:1,083m 면적:60,359㎡ 형태:말굽형

 

밝은오름 (명월)

별칭: 명월악(明月岳). 명월오름

위치: 한림읍 명월리 1,105번지

표고: 148.5m 비고:39m 둘레:1,083m 면적:60,359㎡ 형태:말굽형 난이도:☆☆☆

 

 

변화로 인하여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망자들을 받아들인 착한 화산체...

 

달처럼 훤하고 반반한 모양새를 두고 밝은오름이라 했으며 이를 한자로 명월악(明月岳)으로 표기하고 있고 명월오름이라고도 부른다. 명월(明月)오름의 풀이를 생각하면 별 차이는 없으나 명월과 밝은 중 어느 명칭이 먼저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한림읍 명월리라는 명칭이 우선인지 밝은오름이 있어서 명월이라고 했는지 확실치는 않다는 뜻이다. 다만 서로 같은 맥락으로서 함께 어우러졌음은 쉽게 알 수가 있다. 구전되는 내용 중에는 명월리의 형세가 반달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으며, 오름에 오르면 달밤에 훤하게 비치는 주변의 모습과 관련하여 정해졌으리라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동명의 오름이 다섯 곳이나 되는 밝은오름은 하필 하나같이 밝은 기운이나 형세가 사라지고 세월의 흐름과 비례적으로 개간과 변화가 이뤄져 있다. 농작지를 비롯하여 공동묘지로 변화가 이뤄진 곳도 있으며 기슭의 일부를 포함하여 오름의 전부가 사유지인 곳도 있다.

더욱이 산 체의 크기나 높이 등 오름으로서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러한 데는 밝은오름들 자체가 민가와 가까운데 위치했으며 전반적으로 산체가 낮은 때문이기도 하다. 땅 한 평이라도 더 차지하고 농사를 지으려 했던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 앞에서 무너지고 만 결과이겠지만 결국 예전의 밝은오름은 이제 어두운 오름이 되었다고나 할까.

명월의 밝은오름은 남향의 말굽형 화산체이며 북사면은 다소 가파르고 잡목과 넝쿨 등이 우거져 있어 어지럽게 나타나 보이지만 남동사면은 개간이 이뤄져 농경지로 사용이 되고 있다. 오름 기슭의 일부는 사유지인데다 가족 공동묘지로 사용이 되고 있으며 등성에도 묘들이 있다. 멀지 않은 곳에 금오름과 느지리(망) 등 걸쭉한 오름들이 있어서 대부분은 이곳들을 찾지만 명월악은 외로운 외톨이가 되었다.

탐방의 묘미도 떨어질 뿐 아니라 이렇다 할 산책로가 없으며 전망을 기대하기조차 아쉬움이 따르는 때문이다. 이웃하는 방주오름 역시 다소 허접하고 많은 변화가 이뤄진 때문에 명월오름으로서는 그나마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서로가 나 잘나고 너 못나고를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으면서 한데 어우러진 모습에 함께 위로를 주고받는 모습으로 그려진다고나 할까.

 

 

-밝은오름 탐방기-

고향에서 가까운 곳인지라 벌초를 마치고 지나는 길에 애써 찾았다. 현지 상황도 그렇고 분위기 또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나마 이를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화창한 날씨였다고나 할까. 옆의 방주오름을 만나면서 이미 현지 상황이나 여건을 짐작하였지만 아직은 여름의 흔적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찾았다. 소로를 따라 이동을 한 후 기슭의 남쪽을 통하여 진입을 했다.

기슭은 사유지인데다 이미 가족 공동묘지로 사용이 된지 오래된 상태지만 이곳을 지나는데 큰 문제는 없다. 두 곳으로 나눠진 공동묘지 중 한 곳은 부씨 소유로서 제주 삼성(三姓)과 관련이 되는 부(夫)씨 표기가 되어 있다. 옆에는 벌초기간을 맞아 일부가 단장이 되어서 진입의 불편함을 덜어줬다. 달 밝은 밤이나 훤하게 비치는 달밤의 모습을 연상하며 허리에 도착을 하니 묘가 먼저 보였다.

공동묘지가 아닌 기슭의 곳곳에서도 몇 개의 묘가 보였다. 이곳을 명당으로 여기기라도 했을까. 망자의 한을 달래기 위해서 명월이의 품속을 선택한 것일까. 잡초를 제거한 기슭을 지나고 억새와 잡초들이 장악을 한 곳을 헤쳐 나갈 즈음에 골등골나물이 마중을 했다. 얼마 동안은 이 모습을 간직한 채 초록의 주변에서 우쭐거릴 아이들이다.

화려하지도 곱지도 않았건만 외면하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많이 설쳐대길래 기꺼이 눈 맞춤을 했다. 아직 정상까지는 좀 더 거리가 남았지만 돌아서니 시원스레 풍경이 열렸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한라산을 거친 마파람이 잔잔하게 몸에 와닿았다. 선소오름과 갯거리오름은 다소 우쭐대는 모습이다. 저보다 낮고 허접한 곳을 찾았냐고 비아냥거리지만 당신네를 더 잘 보기 위해서라고 애써 변명을 던졌다.

밝은오름에도..... 솔수염 하늘소의 횡포는 명월이도 피하지를 못 하였다.​​ 등성을 지키는 소나무는 채 몇 그루가 안 되건만 붉게 변한 모습이 섞였다. 재선충병 피해의 현장을 만나는 게 한두 번이 아니건만 밝은오름이기에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무성한 수풀을 헤치며 정상부에 도착을 했는데 이미 점령의 쾌거를 이룬 오르미들이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어느 계절에 찾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밝은이가 늦은 주자였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씨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애써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비고(高)점 근처에 종려 야자수가 한 그루 있었는데 자연 식생이 아니고 누군가 일부러 식재를 한 것이었다.​

정상을 지키는 소나무와 더불어 씩씩하게 자란 모습이 그저 대견스러웠다. 마땅히 주변을 살필 필요조차 없는 데다 어쩌다 보이는 재선충병의 흔적 때문에 애써 먼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풍경 놀이 삼매경에 젖을 정도는 아니지만 나무들 틈새나 일부 열린 공간으로 볼거리들이 있었는데 비양도와 해안 모습도 훤하게 들어왔다.

갯거리와 선소오름이 우쭐대는 모습은 금오름이 용서를 하지 않았다. 명월이를 바라보면서 업신여기다가는 금오름의 웅장함에 비틀거리게 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명월리와 상명리로 이어지는 요소에도 오름들이 있지만 주변은 농지로 변한 곳이 많다. 그래도 그림이 되어 잠시나마 볼거리를 제공하는 풍경은 볼품이 있었고 비로소 내가 선 자리가 밝은오름이 제공하는 명당임을 깨닫게 되었다. 방향을 돌리니 한라산 모습까지 뚜렷하게 펼쳐졌는데 실로 압권이었다.

한라산은 정상부를 포함하여 자신이 노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드러내며 눈 맞춤을 요구했다. 하늘도 합세를 하고 구름도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지라 한동안 신음소리 외에 부동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밝은이가 밝은오름에서 실망만을 할리가 있겠는가. 아쉬움을 떨치고 용서의 미덕으로 대신 할 수 있던 것도 이 만큼의 풍경이 있던 때문이다.

 

비양도를 비롯한 해안이 보이고 한라산이 보이며 하늘과 구름이 춤을 추는데 더 이상의 바램이 있었다면 그것은 사치일 것이다. 또 하나의 밝은오름인 인근 마을 상명리의 화산체도 보였는데 전부를 담을 수는 없었지만 느지리(망오름)와 밝은오름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뒤꿈치의 전부를 동원하여 키 높이를 더하니 비로소 느지리 산 체의 상부가 드러났고 언뜻 밝은오름의 모습도 보였다.

오르내리는 과정은 수풀들과 거세지 않은 전쟁의 연속이었다. 이렇다 할 탐방로가 없는 데다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성장의 시기인지라 저들도 최대한 방해를 했다. 사락사락... 사샤샥... 바지를 넘어서 허리까지 자란 잡초들은 경계병이라도 되는 양 여기저기서 검문을 했다. 가족 공동묘지의 묘 한 곳 옆에는 배롱나무가 진을 치고 있었는데 저들의 시기는 이제 지났지만 아직 꽃을 지닌 채 허전함을 채워줬다.

하늘이 높고 파란 줄을.... 하얀 구름이 찬조 출연을 한 줄을.... 가을의 시작 즈음의 분위기는 어두운 오름의 풍경을 밝게 반전 시키느라 애쓰는 자연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주변은 애써 찾은 발길에 분위기를 안기려 무진장의 노력을 해준 것이다. 마무리를 하고 떠나기에 앞서 다시 바라봤다.

북쪽 기슭이라면 더러 오름으로서의 볼품이 살아날 만도 하련만 남쪽의 허리 아래는 이제 망자들의 한을 받아들이면서 넋을 달래주고 있었다. 언제이고...... 다시 찾을 날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른 때문일까.​ 한동안 바라보며 오름의 명칭과 형세를 빗대려 애를 썼고 더불어 왜 하나같이 밝은오름은 저들의 입지를 놓치고 말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빼앗긴 오름에도 가을은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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