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9급 신규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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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9급 신규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오은경
  • 승인 2017.11.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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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경 서귀포시 영천동주민센터

오은경 서귀포시 영천동주민센터
지금 다니는 동 주민센터로 발령 받아 민원대에 앉은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실수 연발에 어리바리 허당 매력 발산하며 선배 주무관님들만 애 먹이는 지난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물론 애 먹은 사람은 선배 주무관님뿐 아니라 주민센터에 찾아오시는 고객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우 중요한 계약 건으로 잠시 제주도에 오신 분께 민원 서류를 발급해드렸는데 그 과정에서 절차 상의 하자가 있는 것을 고객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한참 후에야 발견을 한 일화가 생각난다.

공항으로 가시던 고객님을 주민센터로 다시 돌아오시게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누구라도 화가 날만 한 일이라 잔뜩 긴장이 됐지만 진심으로 담아 정중히 나의 잘못임을 밝히고 고객님께 사죄를 드렸다. 온갖 구박을 다 들을 각오로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오히려 고객님께서는 교부 받은 서류를 다시 한번 확인을 하지 못하고 돌아간 본인의 잘못이라며 나의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하셨다.

예상 외의 답변이 돌아와 얼떨떨하면서도 안도감과 감사함에 눈물이 핑 돌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분께서는 돌아가시면서도 신규 아가씨가 고생이 많다며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그 뒤로도 6개월 동안 민원대에 앉아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분들을 대하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고객님들은 업무 역량보다 밝은 미소와 상냥한 태도에 더 마음을 열고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한동안은 업무가 손에 익어 자만이 생겨 다소 흐트러진 태도로 고객님을 대한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는 어김없이 사소한 일에도 발끈하며 언성을 높이거나 빈정거리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2017년 2차 민원처리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우리 동이 종합순위 1위를 차지함을 자축하며 책에서나 보던 이런 지극히 교과서적인 교훈인 밝은 미소와 상냥한 말씨야말로 바로 민원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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