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정폭력가해자 대변인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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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가정폭력가해자 대변인 자처(?)”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7.11.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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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경찰인가!”
가정폭력 쉼터에 가해자 침입, 경찰은 출동 후 약 3시간 동안 쉼터 근처에 가해자 방치

 
“경찰의 방관으로 피해여성과 아이들, 쉼터에 있었던 다른 피해 여성들까지 한밤중에 거리로 내몰려야 했다."

한국여성의 전화는 9일 11시 경찰청 본청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424개 여성단체 공동주최로 ‘가정폭력 쉼터에 침입한 가해자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경찰 강력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11월 2일 한국여성의 전화 부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에 가해자가 침입한 사건 당시 경찰의 대응에 대한 문제제기와 가정폭력 대응에 관한 경찰의 대책마련 촉구를 위해 진행됐다.

한국여성의 전화는 “사건 발생 시 경찰은 출동 후 가해자를 격리하기는 커녕 가해자의 입장에 공감하며 피해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등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및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심각한 무지와 통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한 경찰과 관련 책임자 징계, 피해자 및 보호시설에 공식 사과 ▴가정폭력(여성폭력) 및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에 대한 경찰 인식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경찰교육 계획 수립 촉구 ▴제대로 된 가정폭력 현장 초동대응 대책 마련 ▴가정폭력(여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종사자 안전을 위한 대책 즉시 마련 ▴국가의 가정폭력(여성폭력) 정책 및 시스템 전면 보완, 개편을 요구했다.

허순임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는 “2017년 11월 2일 가정폭력 가해자의 쉼터 난입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 태도는 우리나라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며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면담을 거부함에도, 쉼터 활동가가 가해자의 격리를 요청함에도 '직접적인 가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거의 평온을 깨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경찰이 피해 당사자와 활동가의 의견을 묵살하고 가해자와 만남을 종용하는 것이야말로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며 2차 피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할 가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피해 탈출한 피해자와 어린자녀는 생명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쉼터에서조차 가해자와 경찰에 의해 다시 폭력에 노출되고 다시 피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이며,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피해자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는 단순히 일선 경찰 한사람의 실수가 아닌,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문제와 초기 대응에 문제의 심각함을 각성할 문제이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쉼터 활동가의 안전을 위한 직접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 너무 화가 나서 나왔다. 몇 년 전에도 ‘부부싸움’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출동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런 경찰의 직무유기는 대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여성의 안전을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전화는 한국 최초로 쉼터를 만든 역사적인 장소이다. 그런 곳에 가해자가 겁도 없이 침입한 게 말이 되는가. 쉼터에 가해자가 출물한 일은 한두 번이 아니”라며 “그 때마다 기자회견하고, 문제제기를 해오는데 아직도 경찰은 가정폭력을 ‘가정문제’라 부르고, 모든 범죄 중 유일하게 가해자를 ‘가해자’라 부르지 않고 아버지, 남편, 행위자로 부른다. 경찰의 인식은 누가 바꾸고,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쉼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싫은데 살기 위해서 나오는 것이다. 피해자가 언제까지 도망 다녀야 하는가. 피해자가 언제까지 숨어야하는가. 만약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행위를 부끄러워하고, 가정폭력을 반성한다면 쉼터에 찾아올 수 있었겠는가. 왜 그런 가해자를 용인하느냐”고 본퉁을 터트렸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오늘도 우리 여성들은 안녕하냐고 묻는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성매매로, 성폭력으로, 가정폭력으로, 여성폭력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은 안녕하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쉼터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공간에서 피해를 딛고 설 힘을 키우고,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 피난처이다. 적어도 폭력 피해자는 쉼터에서만은 안전하게 피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그 쉼터에 가해자가 접근해 피해자와 자녀를 만날 것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다. 안전한 피난처여야 할 쉼터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가해자의 소란과 협박에 안전을 위협당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경찰은 가해자가 만나는 최초의 공권력이니 제발 제대로 대응하고 처벌해달라며 수많은 토론회와 간담회를 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는 비단 한 곳이 아닌 전국 67개 가정폭력피해자 쉼터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날 출동한 경찰은 ‘아이 좀 보여주면 안 되냐, 그럼 끝날 일인데’라고 말했다. 그 아이는 쉼터에 와서 꿈을 꿨다고 한다. 꿈에서 몸에 개미가 자꾸 흘러나와 옷을 열어보니 아빠가 나왔다며, 엄마에게 ‘너무 무섭다, 여기는 이제 안전하냐.’고 물었다고 한다”며 “엄마는 ‘여기는 괜찮다. 여긴 비밀의 집이다. 우린 이제 더 안 맞는다.'고 하여 자녀를 안심시켰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경찰의 방관으로 이 피해 여성과 아이들 그리고 쉼터에 있던 다른 피해 여성들까지 한밤중에 거리로 내몰려야 했다”며 “우리는 경찰에게 ‘여기는 보호시설이다. 제발 가해자를 격리해 달라. 제발 제대로 보호해 달라.’ 했는데 경찰은 ‘난동부리는 것도 아닌데 아이 좀 보여주면 안 되냐.’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제가 누가 죽어야 조치할 거냐 외쳤다. 무대응, 무조치, 무성의, 3무. 다시 말한다. 경찰은 오히려 가해자의 편이었고 가해자였다. 우리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심지어 경찰이 ‘여자밖에 없으니 (가해자가)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는 뉘앙스의 말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제대로 진상조사하고 사죄할 때까지 싸우겠다. 그리고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 우리 함께 끝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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