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과 평화교육이 만나면.."
상태바
"평화운동과 평화교육이 만나면.."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11.21 0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정에서 열린 '반전‧반군사회 지향 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 편지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강정마을에서는 '2017  반전‧반군사회를 지향하는 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이 13개 단체(강정평화학교, 강정평화지킴이, 군산평화바람, 전쟁없는세상, 피스모모, 강정평화학교,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원불교환경연대. 참여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평택교육연대, 평택평화센터, 평택흥사단 등), 35명의 평화교육/운동 활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반전/반군사화를 지향하는 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은 이번에 지난  2016년 여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것이다.

2017년 가을의 끝자락에 열린 2017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은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이 만나면”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지난 16일 오후에는 일부 참석자들이 함께 4.3 공원 평화기행을 했고 워크숍 첫날인 17일에는 강정마을평화기행단의 안내를 받아 마을을 둘러보고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의 현황을 기조발제로 들었다.

또 저녁에는 영국 항공방위산업체인 BAE와 미국 항공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세계 최고위층 사이에 무기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이와 관련된 부정부패가 외교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쉐도우 월드(Shadow World)’가 상영 됐다.

이어 18일에는 평화운동, 평화교육의 사례와 단체 소개를 들으며 각자의 현장에서 발생되는 어려움과 활동가들이 가진 어려움들을 나누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례 발표 시간엔 필리핀 국적의 활동가 로즈비가 ‘필리핀 민다나오 계엄령 전후 상황과 평화운동’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이어 오키나와에서 기지 반대운동을 하다가 평화교육으로 활동 방향을 전환, 동북아 평화교육네트워크와 연계된 평화교육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후쿠다 노부야의 ‘오키나와 평화운동과 평화교육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 이루어진 모두의 만남에서는 각자가 지닌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고민들은 큰 틀에서 네 가지의 질문으로 재구성되었고, 참가자들 모두가 원 테이블 방식의 종합토론을 하여 고민에 대한 해결점들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합토론에 제시된 네 가지 질문은

▶ 비일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평화의 문제, 현장의 문제들을 어떻게 일상과 연결할수 있을까?

또한 나와 상관없는 것 같은 평화의 문제들이 나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 특정한 주제, 논쟁적인 주제를 어떻게 평화교육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또한 평화를 위한 저항의 사례, 저항의 방법들을 어떻게 평화교육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은 어떻게 하면 지속해나갈 수 있을까?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의 계기, 동력이 되어주는 지점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이 그 동안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서로 상승되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등이 논의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종합토론을 통해 이야기가 된 참가자들의 생각과 마음들을 하나의 제안서 안에 담았다.


이 제안서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되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을 하는 동료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한편. 아시아평화교육워크샵은 2018년에도 평화의섬 제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이들은 교육과 운동으로 일궈나가는평화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도록 내년에도 자주 자꾸 만나자고 다짐하며 행사를 마쳤다.

 

다음 내용은 이번 워크숍 참가자들이 전하는  “교육과 운동으로 평화를 일궈나가는 동료들께 보내는 편지”(전문)이다.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을 함께하는 동료들께


안녕하세요. 저희는 2017년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강정마을 평화센터에서 열렸던 “2017 아시
아평화교육워크숍”에 참여했던 13개 단체, 35명의 평화/교육활동가들입니다.

이 워크숍의 조금 긴 이름은 “반전/반군사화를 지향하는 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입니다.

지난 2016년 여름, 같은 이름으로 이 곳 강정마을에서 모였었고 2017년 가을의 끝자락에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이 만나면?”이라는 주제로 다시 모이게 되었습니다.


촛불로 대통령을 바꾸고 난 이후에도, 지금-여기의 한국사회 안에서 군사주의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여전히 생경하고 불편합니다.

사드배치에 대해 반대하던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사드 추가배치를 강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한국 방산업계는 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라는 호재를 만났고 한국은 앞으로 더 많은 무기를 수출하고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요.


국가 안보라고 하는 국가적, 민족적 대전제가 있는 것처럼 믿어지는 분단 상태의 한국사회에서소극적 평화 이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분단은 우리의 일상에 촘촘하게 스며들었습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군사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믿어지는 사회에서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이 만나서 함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경험을 나누고 지혜를 모으기 위해 여기 모인 우리는 3일간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이 편지에 담아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의 동료들에게 띄웁니다.


첫째, 평화교육이 평화운동의 현장을 외부와 연결해주는 통역자이자 매개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평택, 강정, 군산, 소성리, 필리핀, 오키나와, 베트남, 팔레스타인의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현장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는 더디지만 매일매일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상황들은 현장 바깥의 사람들에게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찬반, 흑백의 이분법으로 나뉘어져 있는 사회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평화교육이 더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요?

현장을 기반으로 한 평화 운동이 가지는 특별함과 고유함을 보편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통역자이자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평화교육이 담당했으면 합니다.


둘째, 평화운동과 평화교육이 가위의 양 날이 되어 폭력과 군사주의의 악순환을 끊어냈으면 합니다.

평화운동이 긴급한 현장의 문제에 대응하면서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면 평화교육은 현장 활동가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운동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찾아 운동의 크고 작은 성취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성취와 역할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더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셋째,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이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일상과 비일상 사이의 두꺼운 벽을 허물었습니다.

내 일상이 사회와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너무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세월호에 대해 나누며 “비일상은 사실 없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일상이라는 감각은 어떻게 구성되는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저것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선 긋는 과정 속에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은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요?


저희는 이렇게 지혜를 모아봤습니다. “모든 억압이나 폭력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그 구조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비일상처럼 느껴지는 문제들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므로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은 비일상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거대한 사건, 폭력, 억압들을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치적이거나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이유로 수많은 평화운동의 이슈는 교육의 주제가 되지못합니다.

주류의 교육은 민감하고 첨예한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교육이 때로는 불편하고 논쟁이 되는 경험이자 서로의 불일치와 다양성을 경험하는 과정이었으면 합니다.

당위적인 언어로 구성된 평화운동과 평화교육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평화교육과 평화운동의 경험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육의 시공간이 흑과 백,찬과 반 사이에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중간지대이자 결과주의와 정답주의로부터벗어난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저희 참여자들은 한 가지 확실히 얻은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평화운동과 평화교육이 만나는 것이 너무 좋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자꾸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었지만 저희의 손길과 소식이 미치지 못한 곳들도 있었고 일정이 바쁘셔서 오지 못하신 분들도 계셨기 때문에 저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이렇게 편지로나마 전합니다.


각자 계신 곳에서 함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이 이야기들이 하고 계신 활동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 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에는 꼭 함께 해 주시기를 기대할게요. 우리 자주 자꾸 만나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2017년 11월 19일


2017 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 참가자들 드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