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방에오름(족은)
상태바
[오름이야기]방에오름(족은)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1.23 0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437.5m 비고:28m 둘레:938m 면적:61,947㎡ 형태:말굽형

 

방에오름(족은)

별칭: 족은방에. 소구악(小臼岳)

위치: 조천읍 교래리 산 44번지

표고: 437.5m 비고:28m 둘레:938m 면적:61,947㎡ 형태:말굽형 난이도:☆☆☆

 

 

큰방에와 함께 드넓은 초지를 지녔으나 변화가 이뤄진 화산체...

외부에서 볼 때는 나지막한 동산처럼 보이나 나란히 이어진 큰방에와 더불어 기슭이 이어진 말굽형 화산체이다. 동서로 길게 이어진 형상을 한 것이 큰방에이고 그 굼부리를 따라 낮게 나타나는 산 체가 족은방에이다. 둥그스름하게 맞닿은 두 곳의 기슭과 굼부리를 함께 할 때 명칭처럼 방에를 그려볼 수 있다. 전 사면을 따라 자연림과 잡초들이 있고 조림한 소나무와 삼나무들이 어우러진 채 자라고 있다.

굼부리 내부는 과거 초지였으나 개간이 되어 변화가 이뤄진 상태이며 일부 지역은 특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큰방에와 더불어 길고 드넓게 이어지는 굼부리와 알오름 등을 포함하여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화산체로 알려져 있다.

얼른 생각을 해도 오름 명칭에 관해서는 이해가 될 법하다. 생김새를 두고서 방아(제주 방언=방에)의 모양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두 오름이 나란히 이어져서 큰, 족(작)은방에로 부르며 일반적으로 방애나 방에를 함께 쓰고 있다.

방에오름의 매력은 등성이라기보다는 오름을 감싸고 있는 드넓은 목장과 초지가 있어 더한층 분위기를 살려준다. 오름 분화구 주변에 새끼(알)오름이 있는 점도 특별하며 이 때문에 방에 형제를 함께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오름의 높이를 떠나서 워낙 길게 이어진 점도 특이하며 낮지만 산 체의 넓이만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면적이다. 별 특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오름 탐방에 있어서 깊고 그윽한 맛은 없지만 평범 이상의 가치가 있다. 비고는 28m에 불과하고 말굽형으로 구분이 되지만 복합형의 이중 화산체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방에를 만나는 과정이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어느 능선을 초입으로 할지라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다만 길게 이어지는 두 화산체인 만큼 동서나 남북의 기점을 정하여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차피 넓은 목장과 초지에 에워싸인 상황이라 진입의 어려움도 없다. 오름의 아래쪽에는 부분적으로 억새왓이 차지하고 있어서 늦가을에 만난다면 으악새 슬피 우는소리와 살랑거리는 모습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족은방에 탐방기-

조천읍 교래리 분교장 서쪽 삼거리에서 번영로로 향하는 방향으로 조금 가면 시멘트 포장길 삼거리가 있으며,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목장 입구에 도착이 되고 방에오름으로 갈 수 있다. 교래리 마을을 벗어나 현장에 도착하면 주차공간이 있어 이 지점을 초입으로 잡으면 된다. 큰방에를 먼저 만날 경우는 좌측을 이용하면 되는데 우측 방향을 먼저 선택하고 족은방에를 만난 후 큰방에를 점령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직진형의 삼나무 숲 사이의 소로를 따라 들어간 후 두 형제가 나눠진 지점에서 족은방에가 선택되었다. 시기가 그래서인지 목장의 넓이에 비하면 처량할 만큼 한가롭고 쓸쓸한 현장이었다.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마(馬)군들 몇 마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잠시라도 눈싸움을 원했지만 철조망 근처에 쌓아둔 목초를 먹느라 눈길을 주지 않았다. 족은방에의 북동 사면을 따라 펼쳐지는 목장도 대단한 넓이이다. 이른 봄 파란 하늘 아래에 펼쳐진 낮은 산 체와 초지의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기슭을 따라 오르다 돌아서니 산굼부리의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림이야 초라하지만 겨울의 잔해가 남아 있던 당시였기 때문에 내리쬐는 햇살도 따사롭게 느껴졌다. 다시 넓은 목장의 한구석을 따라 진행을 하다가 족은방에 능선 진입로를 찾았는데 억새왓은 경계병이라도 되는 듯 빽빽하게 군락을 이뤄 좀처럼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사락사락... 없는 길을 만들며 나아가는 동안 바지 깃에 부딪치는 억새 띠가 으악새 슬피 우는 노랫소리처럼 요란하게 들렸다. 마침내 비좁은 공간을 이용하여 오름 능선에 진입을 했는데 그렇게 빽빽한 숲은 아니지만 숙대낭(삼나무)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잡목들이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뚜렷한 탐방로의 흔적은 없지만 낮은 경사이기에 그저 높은 지점을 향해 천천히 올랐다. 여름을 전후한 시기라면 짙은 녹음과 울창한 수풀들이 반기겠지만 돌이켜보면 너무 앙상하고 엉성한 모습이다. 족은방에는 결코 아름다움이나 운치 따위를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고 자연림으로 어우러진 자체로 남아 있으면서 이방인의 출입조차 거부를 하는 모양이었다. gps를 통하여 확인을 하니 정상부 근처가 확인되었다.

 

특별한 표식은 없지만 화산탄의 일종으로 보이는 돌덩어리가 정상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높게 치솟은 나무들이 햇볕을 차단하는 때문인지 소나무 몇 그루가 보이지만 크기로는 명함을 못 내밀 정도였다. 그런 때문일까. 떨어진 솔방울의 모습조차 가지에서 다 못 펼치고 떨어졌는지 하나같이 웅크린 모습들이었다.

등성을 내려와 다시 반대편 목장 지대를 통하여 초입지로 진행을 했는데 역시 정해진 길은 없으며 초지의 한 면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춘삼월의 시작인지라 주변이 조용했다. 초지에 들어선 후 만나는 한라산 일대의 모습은 그림 그 자체이지만 가시거리는 매우 아쉽기만 했다.

비가 온 날씨도 아닌데 목장 안쪽으로 다가오면서 부분적으로 질퍽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디선가 물이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주변 어디에선가 용천수가 흐르는 것일까. 동적인 모습으로 봐서는 일반 수돗물이나 물대기를 통한 흐름은 아니었다.

솔베기식의 물이라면 목장으로서는 대단한 보물이 되겠지만 자료에는 이곳에 용천수장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 초입지로 온 후 언제나처럼 지나온 곳을 바라봤다. 족은방에로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준 셈이지만 이방인으로서의 뒷맛은 개운하지가 않았다. 그저 날씨 탓을 하는 정도로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