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백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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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백약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2.0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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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56.9m 비고:132m 둘레:3,124m 면적:581,463㎡ 형태:원형

 

백약이

별칭: 백약이오름. 백약악(百藥岳). 백약산(百藥山)

위치: 표선면 성읍리 산 1번지

표고: 356.9m 비고:132m 둘레:3,124m 면적:581,463㎡ 형태:원형 난이도:☆☆☆

 

 

 

탐방의 맛과 전망의 멋이 살아있으며 원형 굼부리를 뚜렷이 볼 수 있는 화산체...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오름을 제외하면 구좌읍 권역은 오름의 천국이라 할 만큼 그 숫자가 많다. 크고 작은 화산체들이 즐비하게 이어지는데 더러는 외면으로 일축되는 곳도 있으나 인기와 사랑을 받는 곳들이 유난히도 많다.

오름의 제왕이라 부르는 다랑쉬를 비롯하여 용눈이와 손지오름 등이 있으며 돝오름과 둔지오름 등도 구좌권에 속한다. 행정상으로는 분리가 되지만 가까운 루트 중에 송당길에서 수산로길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도 인기를 받는 오름들이 있다. 

동거문이를 시작으로 좌보미와 백약이로 이어지는 루트는 서로 삼각편대를 이룬 채 인기와 선호도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오름들이다. 오름을 제대로 보려면 오름으로 오르라고 했던가.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오름들은 그 주변의 오름 정상부에 올랐을 때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기에 오름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어느 곳을 선택하더라도 탐방을 통하여 기분과 느낌은 덧셈이 되기 마련이다. 수산길 일대의 오름들은 이러한 조건을 잘 갖추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백약이 오름이 있다. 행정상으로는 성읍리에 속하지만 마주하는 동거문이 등 구좌권 오름 등과도 가까운 곳이라 함께 연계가 되는 오름이다.

여러 가지 약초가 많이 자생했던 때문에 백 약(百藥)으로 표현을 했으며 이에 백약이로 부르게 된 오름이다. 한자로는 백약악(百藥岳)이나 백약산으로 표기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으로서는 이렇다 할 약초를 염두로 하는 탐방은 사라진지 오래다.

 

아마도 오래전에 이 오름을 기준으로 사방에 약초들이 많았음을 표현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방이 오름으로 이뤄져 있으면서 초지와 목장들이 이어지는 곳이라 지금도 야생화들이 많으며 일부 약초들도 만날 수가 있다. 그러면서도 백약이를 만나고 아쉬움이나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이다. 

높이나 산 체의 크기를 비롯하여 탐방의 맛과 뷰가 워낙 좋은 때문에 오르는 동안 쏟은 에너지의 몇 배를 얻을 수 있는 오름이다.  정상부에 도착을 하고서 바라보는 시각적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깊고 넓게 팬 분화구를 비롯하여 사방이 다 열리는 전망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가 있다.

일출봉을 비롯하여 사방으로 크고 작은 오름 군락들이 보이며 시원한 계절풍은 오르는 동안의 피로를 달래주기에 너무 충분하다.

 

-백약이 탐방기-

제주시를 기준으로 할 때 번영로를 가다가 대천동 사거리에서 수산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으며 간이 주차장이 있다. 맞은편으로 동거문이와 문석이가 있으며 옆에는 좌보미가 있다. 그런 만큼 이동성을 감안한다면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함께 탐방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탐방로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남녀노소가 갈 수 있으며 동사면은 비교적 낮고 긴 언덕을 이루고 있어서 편하게 오를 수가 있다. 한두 방울씩 비가 내리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데다 잔뜩 흐린 날씨라서 다소 아쉬움이 따랐다.

오랜만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리턴 매치로 만나는 상황이라서 실망을 져버리기로 다짐을 하고 진입을 시작했다. 오름 아래는 농지로 개간이 되었으며 능선과 그 일대는 초지와 목장이 있는데 이날도 우군(牛)들이 기슭과 주변을 장악하고 있었다.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서 얌전히 가는데 경계병으로 보이는 한 녀석이 다가왔다. 저들 영역에 들어온 게 못마땅한 건지 아니면 반갑다는 인사를 하려는 때문인지 가까이 오면서 긴장을 하게 만들더니 다시 우두커니 섰고 한동안 서로는 눈싸움을 했다.

아니 그보다는 기(氣) 싸움을 한 것이 맞을 것 같은데 서로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탐방로를 따라 오르는 과정의 대부분은 목재 계단으로 이뤄졌으며 경사도를 감안해서 지그재그 형식으로 구성이 되었다. 여름을 맞아 잡초들이 무성한데다 일부는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며 탐방로까지 침입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여행객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것은 뷰와 탐방의 맛을 아는 때문일 것이다. 백약이의 경사를 따라 결코 단숨에 오르려 할 필요가 없다. 애써 오르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빗방울이 계속 떨어지지만 가까운 곳의 시계는 희미하나마 그 윤곽이 드러났는데 문석이오름과 동거문이가 사정권 안에 들어왔고 북동쪽으로는 좌보미가 보였다. 다섯 부하를 거느린 좌보미 역시 매력과 멋을 풍기는 오름이다. 좌보미 자체도 느낌이 좋지만 알(새끼)오름을 오르거나 바라보는 자체로도 탐방의 묘미가 충분하다. 

어느 오름이건 정상에 올랐을 때의 쾌감은 말할 수 없이 좋지만 백약이는 특별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등성에 도착을 하니 바로 굼부리가 나타났고 빙 둘러 이어지는 어깨선이 훤히 보였다. 등성에 오르는 순간부터 덧셈으로 후련함을 느끼게 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화구 둘레를 따라서 한 바퀴를 돌아보게 되는데 양방향 선택은 자유이며 정상은 좌측이지만 구태여 권유를 한다면 우측을 먼저 택하라 하고 싶다. 어깨와 머리의 비고(高) 폭은 큰 차이가 없지만 어쨌든 좀 더 전진을 하고 정상에 발을 디디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는가. 

서쪽 등성에 올라서면 넓은 화구가 눈에 들어오는데 얼핏 보면 다랑쉬 분화구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만큼 크기가 만만치 않고 생김새도 비슷한 때문이다. 분화구의 바닥 층까지 훤히 보이며 숲이 빽빽하지 않은 때문에 돌아보는 동안 전면을 볼 수가 있다.

즉, 파노라마를 통하여 보는 것과 어깨를 따라 이동을 하며 만나는 것과 일치한다고 여기면 될 정도이다. 우(牛군)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곳에 영역을 표시하는 것도 포함을 하는데 노출형 지뢰가 곳곳에 매설되어 있었다. 일부는 아직 화약 성분이 남아있고 폭발의 위험성도 있는 지뢰도 보였는데 화력이 다 떨어진 것이라면 오른발로 걷어차겠건만 꾹 참았다.

낮 동안에는 탐방객들이 있어서 정상부까지 안 오지만 방목 중 밤에는 저들의 이런 만행이 이뤄진다. 빗방울은 그쳤지만 역시나 가시거리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남쪽 능선을 따라 이동을 하면서 주변의 오름들을 바라보니 개오름을 시작으로 비치미, 돌리미, 민오름 등이 서열 없이 가지런히 나타났다.

한라산도 사정권 안에 드는 위치이지만 끝내 마주하지를 못했다. 동쪽으로 이동을 하면 정상 가까운 지점이 되고 이곳에서 맞은편 화구 내부를 살필 수가 있으며 굼부리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특별한 상황이 없기 때문에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족하다.

등성의 곳곳에 소나무 등 잡목들이 있지만 거목이나 눈길을 끌 만한 나무는 없다. 스코리어와 화산재를 비롯하여 빌레로 이뤄진 때문에 척박한 환경이라 더 이상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행여 날씨가 좋았으면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드리운 모습과 한라산의 풍경도 포함이 될 텐데 아쉬웠다. 그러면서도 참 매력이 있는 오름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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