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번널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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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번널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2.0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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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72.3m 비고:62m 둘레:1,298m 면적:129,713㎡ 형태:원추형

 

번널오름

별칭: 번널. 번판악(飜板岳)

위치: 표선면 가시리 산 10번지

표고: 272.3m 비고:62m 둘레:1,298m 면적:129,713㎡ 형태:원추형 난이도:☆☆☆

 

 

명칭의 유래처럼 평평하고 반듯한 모양새는 다소 사라졌지만 전망이 좋은 화산체...

 

모양새를 두고서 바닥이 거칠지 않고 평평(펀펀)하고 번듯(반듯)한 것과 관련하여 널빤지를 연상하는 데서 명칭이 유래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자로 번판악(飜板岳)이라고 표기를 하고 있다.

한라산 성판악을 널빤지악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으나 번널은 등성의 전반적인 상황을 참고했고, 널빤지오름은 산 체의 한 부분을 차지한 깎아지른 절벽을 빗대어 표현한 점이 다르다. 세월이 흐른 지금 산 체의 전반적인 상황을 살피며 번널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을 것 같다.

분화구 주변은 깊은 숲을 이루고 있고 북쪽 주봉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덤불과 촐왓 등으로 변한 상태이다. 녹산로 방향에서 소로로 들어가다가 오름 기슭 아래서부터 거칠지 않은 경사를 따라 잠시 오르면 정상에 도착할 수가 있다.

주봉이라 할 북쪽 등성에 도착을 하면 전반적인 형세를 가늠할 수가 있는데 굼부리가 있는 방향도 파악할 수가 있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등성 사이의 분화구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침식이 되었고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몸통의 한 부분이 가라앉은 모습과 양 방향 사이의 등성의 넓적하고 평평한 환경을 고려하여 널빤지를 연상한 옛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다.

침식이 된 분화구 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전반적인 오름의 형세를 두고서 말(馬)안장 형세로 표현을 한 것도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멀지 않은 곳에 번널보다 높은 병곳오름이 있지만 경방 초소가 번널오름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망의 조건이 좋다는 뜻이다.

 

여러 정황이나 조건을 감안할 때 번널은 병곳을 함게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리도 가까울 뿐만 아니라 번널에서 병곳으로 이어지는 초지와 기슭을 지나는 자체만으로도 자연 미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특히나 봄철에는 고사리를 비롯하여 파릇한 새싹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좋은 여건이 된다.

두 오름을 만나는 데에는 녹산로라는 걸출한 도로변의 분위기를 타게 되므로 시작과 끝의 결과도 좋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번널오름 탐방기-

녹산로 정석항공관에서 동쪽으로 이동을 하다가 조랑말 체험공원 입구를 만나게 되는데 좀 더 이동을 하면 우측으로 번널오름이 보이고 이정표가 있다. 입구에 혜림목장 표석이 함께 초입지에 주차할 공간이 있다. 역시나 벚꽃과 유채꽃이 녹산로를 빛나게 하는 시기에 찾았다.

주차 후 안으로 들어가면 시멘트 포장길이 있는데 이 길은 목장과 농로로 이어지는 길이며 편백나무를 비롯하여 일부 잡목들이 심어져 있다.  포장길이라고는 하지만 방문객들을 기다리듯 사열을 하며 늘어선 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기분은 너무 좋았다.

삼거리 갈림길에 안내판이 있으며 좌측에 오름으로 가는 소로가 있다. 안전을 위해서라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기를 권유하는 안내문이 보였는데 새삼 문득 혼자라는 것을 생각하니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경사가 있지만 자연 미가 실린 데다 숲 사이로 이어지는 과정이기에 느낌이 좋았고 번널 기슭은 편백이 주연급이지만 유난히도 사스레피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봄날의 탐방은 사스레피의 진한 향이 풍기기 때문에 다소 역겨울 수도 있지만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라 실컷 들이마셔도 된다. 주봉인 북쪽 등성에 도착을 하기 전에 분화구 주변의 전반적인 형세를 가늠할 수가 있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등성 사이의 분화구는 움푹 들어갔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침식이 되었고 잡목들과 덤불 등이 엉긴 채 자라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름의 명칭과 관련하여 널빤지를 연상한 옛 모습을 그려보기에 다소 어설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만 침식이 된 분화구 자리를 중심으로 하여 말(馬)안장의 형세로 표현을 한 점은 쉽게 이해가 되었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이웃하는 병곳보다 낮지만 전망의 조건은 더 좋은 편이다.

경방 초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뜻이기에 풍경 놀이를 할 수가 있다. 큰사슴이(오름)와 길게 이어지는 녹산로가 한눈에 들어왔는데 벚꽃이 노래하고 유채꽃이 춤을 추는 시기인지라 얼마 후면 더 북적거리게 된다.

번널의 정상은 전망 외에 탐방형으로서의 진행을 하기에는 산 체가 작은 편이다. 더욱이 병곳으로 진행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오래 머물 정도의 여건은 못 된다. 이어가기는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올라온 길에서 산 체가 보이는 방향을 선택하면 좀 더 수월하다.

뚜렷하게 길의 흔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풀이 우거진 사이로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가 있다. 애써 찾으려 하지는 않았지만 문득 고사리 순이 보였고 햇쑥들이 이미 터전을 잡아 영역으로 정하여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수풀이 우거진 한쪽에는 보랏빛으로 제비꽃이 피어나 허리를 굽히고 눈인사를 요구하기에 기꺼이 응해줬다. 그리고는 초지를 이용하여 병곳오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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