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보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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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보리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1.0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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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739.6m 비고:130m 둘레:2,803m 면적:442,410㎡ 형태:원추형

 

보리악

별칭: 보리오름. 보리악(保狸岳)

위치: 남원읍 신례리 산 2-1번지

표고: 739.6m 비고:130m 둘레:2,803m 면적:442,410㎡ 형태:원추형 난이도:☆☆☆☆

 

 

신성하고 광명스러운 모습은 사라졌지만 깊은 숲을 이룬 화산체...

 

한라산 기슭에 숨어 있는 오름이라서 그런 건지 명칭의 유래조차 뚜렷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성(神聖)과 광명(光明)함이 합쳐진 의미이거나 이와 관련하였다는 내용도 전해지고는 있으나 이해에 있어서는 애매하고 풀이 역시 모호하다.

또한 한자의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살쾡이가 살았던 것을 연유하여 보리(保狸)악으로 부르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지만 이 역시 정의를 내리지는 않은 상태이다. 어떻든 보리악을 두고서 신성시 되는 곳이라는 내용에 공감을 하는 것과 관련하여 부정할 필요는 없다.

깊은 숲이 산 체를 에워싸고 있는 데다 정상에서조차 이렇다 할 전망을 할 수 없을 정도이며 자연림과 계곡으로 이뤄진 주변이 이러한 상황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보리악에 대하여 위대함이나 대단함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원추형의 화산체이면서도 자신의 몸체는 그렇다 치고 조망권조차 내주지를 않는 인색한 오름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수악 계곡을 포함하는 여정이나 논고악으로 진행 중에 짧은 만남 정도로 여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국립공원 내에 포함이 되어 있어 출입이 불가한 상태라 이조차 쉽지는 않으니 신성함은 물론이고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한 환경과 입지이고 보면 보리악의 입장에서는 성널오름이나 논고악의 위세를 업고서 자신을 경유 코스로 여기게 하며 버티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 과거에도 오르미들로서는 실상 보리악 하나만을 탐방하거나 논고악만을 위한 여정을 잡는 어리석은 실수나 위대한 착각을 하지는 않았으며 가능한 더불어 만나는 여정으로 진행을 하곤 했다.

보리악 주변의 해발 6~7부 능선 지점에는 오름을 관통하여 형성된 협곡을 찾아볼 수 있다. 계곡의 폭은 대략 2~3m 정도이나 높이가 20m가 넘는 바위로 이루어진 협곡이며 위로는 100m에 가까운 거대한 깊이의 측방 침식된 사면이 오름 위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협곡을 둘러 다양한 잡목들이 식생하고 있어 계절에 따라 천연림과 암반의 조화를 이루는 풍경의 극치를 볼 수도 있다. 보리악을 만나는 방법은 몇 곳의 진입로가 있으나 어차피 이곳이다 하고 정해지지는 않은 상황이다.

과거 출입 제한이 없을 당시에는 계곡(수악)을 따르는 진행도 하였고 주변의 오름이나 다른 계곡을 연계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왕벚나무 자생지 옆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경우에도 보리악 정상과 능선을 따르는 진행 자체에 문제가 따르므로 사전 탐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기슭 아래의 일부는 출입에 제한이 없으며 일부 삼림욕을 위한 출입지가 있어 다소 애매하기는 하다.

 

 

 


-보리오름 탐방기-

생태와 환경을 포함하는 취재단과 함께 보리악을 찾은 것은 논고악을 포함하는 여정으로 진행이 예정되었는데 5.16도로변의 왕벚나무 자생지를 초입으로 선택하였다. 행여 예정대로 이곳을 찾았으면 제주 왕벚꽃의 향연도 덤으로 만났을 텐데 한차례 연기가 되어서 찾았던 당시는 시기가 지난 때문에 푸름으로 장식을 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왕벚꽃나무 자생지 자체는 어차피 개방된 곳이기 때문에 들어오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잠시 서성거리면서 현장을 둘러본 뒤 숲으로 향했는데 초반 진행하는 동안에는 동백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자생하는 모습이 확인되었고 바닥 층은 떨어져 쌓인 낙엽 외에 이렇다 할 걸림돌이 없었다. 안으로 좀 들어가다가 돌담이 쌓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경계용이나 구분용 돌담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테우리나 인근의 병참도로 개설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짐작이 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오래전에 누군가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쌓았다는 점이다. 빽빽하지 않은 숲이며 중간에 하치마키 도로(병참로)를 지나는 등 별다른 난관이 없이 보리악을 향해 전진을 했다.

길의 윤곽은 그런대로 잘 구분이 되었고 gps로 방향을 확인하였으며, 어쩌다 혼동이 될 즈음에는 매달린 끈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사실 보리악이 깊은 숲에 가려져 있기는 하나 130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높은 편이 아니므로 gps와 나침판의 도움으로도 무난하게 갈 수가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곳을 포함하는 오르미들의 흔적과 더불어 오래전 출입이 자유로웠을 때 오갔던 곳은 일부가 페어 있어서 구분이 되었다. 마침내 보리악 정상부에 도착을 하였다. 보리악 정복의 인증으로는 휴식하기에 적당한 공간과 옆의 나무가 전부였다.

 

자신의 어깨선이나 몸체는 물론이고 주변의 전망을 위한 공간조차 없이 숲으로 가려져 있었다. 인증용 나무에는 누군가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하여 '나무'라고 흔적을 남겨 놓았는데 웃어야 할지 비웃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정도였다. 주변에 끈이 떨어져 뒹굴기에 이곳에 묶어 놓으면서 나 역시 부질없는 짓이 되겠지만 그래도 나무에 흠집을 낸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였다.

오가는 과정에서 계곡을 비롯하여 깊은 숲과 조릿대왓 등을 두루 지나고 정상을 만났다. 오래전에 이곳을 중심으로 살쾡이가 살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명칭처럼 보리(保狸)가 안겨주는 풀이를 하기에는 다소 모자람이 따랐다. 그러면서도 깊은 숲을 이룬 환경으로 인하여 신성스러움을 느끼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광명(光明)을 운운하는 표현 역시 다가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보리악과의 짧은 인연을 뒤로하고 논고악을 향한 전진을 했다. 낮은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숲을 지나는 동안에는 앞선 오르미들의 족적이 있어 이를 따라서 이동을 하였다. 그런 진행을 하면서도 보리오름에 관한 궁금함이 다 풀리지가 않아서 더러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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