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볼레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볼레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1.04 0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374.2m 비고:104m 둘레:2,839m 면적:453,146㎡ 형태:말굽형

 

볼레오름

별칭: 볼래오름. 불래산(佛來山). 불래산(佛來岳)

위치: 서귀포시 하원동 산 1-1번지

표고: 1,374.2m 비고:104m 둘레:2,839m 면적:453,146㎡ 형태:말굽형 난이도:☆☆☆☆

 

 

 

환경과 식생의 변화로 사라진 볼레낭을 대신하여 조릿대가 장악한 기슭과 능선...

 

볼레(볼래. 보리수)가 많아서 볼레오름이라고 명칭이 정해졌다고는 하지만 유독 이 오름에만 볼레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오름 명칭이 정해질 만큼 과거에는 많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보통 그 이하의 정도만 볼 수가 있다. 타 오름의 명칭들이 그러하듯 어디까지나 과거의 환경과 지금이 다르기 때문에 구전되는 내용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또한 이곳 절터와 관련하여 불래악(佛來)이라 불렀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는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존자암이 있었던 것과 관련을 하여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레오름을 거론하는데 있어서는 존자암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데 한라산 일대의 유명 사찰에 포함이 되는 곳으로 영실 주차장을 통한 오름 진입시 이곳을 통과하게 된다.

행정상으로는 서귀포시 하원동에 위치했으나 북동사면의 일부는 애월읍에 포함이 되었다. 영실을 경유하는 한라산 윗세오름 탐방시 이 산 체의 외형과 넓은 말굽형 화구를 관측할 수 있으며 1100고지에서도 관찰이 가능하다. 오름의 해발은 1,370여 m이지만 차량 진입을 통하여 이미 고지대에서 초입이 시작되기 때문에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오르는데 있어서도 시간이나 체력이 문제되지 않으나 역시 볼레오름 일대가 출입제한 구역이라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오르고 나면 높이가 말해주듯 일대를 전망할 수가 있는데 영실기암 주변을 비롯하여 멀리 서귀포 앞바다와 서부권 일대의 모습과 한라산의 풍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개방이 된다면 볼레오름만을 탐방하기보다는 일행들과 함께하여 1100고지와 영실 주차장 양 방향 주차를 한 후, 전진 코스를 통하여 어스렁과 이스렁 등을 함께 한다면 보다 효율적이면서 꿈의 능선이 될 것이다.

 

 

-볼레오름 탐방기-

볼레오름의 진입은 영실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1100고지를 통하거나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오르다가 거슬러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서 어차피 공식적인 탐방 코스는 없는 셈이다.

볼레오름 일대를 포함하는 환경 조사 탐사팀의 일원으로 동행을 하였으며 이날은 영실 주차장 북쪽 존자암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들어갔다. 존자암은 제주 불교성지 순례길 중에 정진의 길에 포함이 되었으며 기점이기도 하다. 5,16도로 선덕사 근처를 출발하는 구간이며 불교와 관련이 되는 곳들을 이어서 진행이 된다.

20분 정도 낮은 경사를 따라 들어오면 존자암지가 나왔고 뒤편으로 볼레오름 능선이 보였다. 풍문에 의하면 이곳 스님에게 들키는 날에는 피곤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허락을 받은 입장이라 대수롭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조용히 진입을 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되었고 아침 분위기 역시 그러한 때문에 차분하게 들어갔다.

조릿대왓을 헤치며 기슭을 따라 오르는 과정이 급했는지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잠시 선 채로 올라온 방향을 바라보며 숨 고르기를 했는데 사찰과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경사가 이어지는 볼레의 허리 쪽을 자세히 보니 조릿대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보였다.

전 사면이 그렇지는 않지만 지나면서 묘가 있는 것도 봤기 때문에 간간이 사람들의 출입은 당연히 있을 테고 일부 비탐방 코스를 찾는 오르미들의 흔적일 수도 있다. 발자국의 흔적 외에 송수관이 길게 이어지면서 루트를 도와줬는데 눈으로 쫓아가니 존자암지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볼레오름은 전반적인 형세가 좀 복잡하게 이뤄진 소화산체이다. 남서쪽으로 향한 굼부리가 있는 말굽형의 측화산이지만 화구나 전 사면의 노출을 꺼려하는 오름이다. 다만 정상에서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전망의 혜택만큼은 아낌없이 남겨 놓았다. 윤노리나무 열매가 보였는데 이미 올해의 마지막을 이어가는 모습인지라 다소 시들고 말라있었다.

오름의 명칭과 관련하여 볼레 열매를 만나기는 시기적으로 힘들지만 이를 대신하여 윤노리 열매를 만난 셈이다. 사실 지금의 코스를 통하여 오르는 동안 볼레낭(나무)을 만나는 것은 힘들다. 이스렁(어스렁)오름으로 이어 가거나 1100고지 방향으로 갈 때 반대편의 능선에서나 제 계절에 더러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대신에 무지무지하게 이어지는 조릿대 군락이라서 이들을 헤쳐 나가는 것도 하나의 일이 되었다.

어차피 조릿대들이 장악을 한 지역은 다른 식물이 자라기가 힘들다. 그러기 때문에 일부 잡목들을 제외하고는 볼레오름의 전 사면에 걸쳐 조릿대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을 하늘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정상이 가까워졌음을 알렸고 탐사팀 일행들은 다시 마지막 파이팅을 외치고 정상으로 향했다. 조릿대 사이로 거칠고 척박한 공간을 차지한 철쭉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계절을 달리하여 만났지만 차라리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늦봄 언제가 이곳을 찾는다면 철쭉꽃의 향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앞에 보이는 이스렁(오름)과 어스렁도 제 계절을 보내고 이제 긴 겨울 준비에 들어간 모습이었는데 자신을 하얗게 덮어줄 백설에 가린 채 또 한 해를 기다릴 것이다. 정상을 넘어 진행을 한다면 전진 코스로 이스렁과 어스렁 등 다른 오름과 숲을 지나서 1100고지에 도착할 수 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합니다. 신록의 계절에 왔어야 했고 그 푸름을 만났어야 했는데..... 서귀포와 산방산 인근의 모습을 기대했으나 인색한 가시거리로 인하여 끝내 흐느적거리는 모습 정도로 끝이 났다. 시기를 잘 맞춰서 찾는다면 영실기암의 천연색 단풍 모습도 볼 수 있지만 이어지는 탐방 조사팀의 진행에 맞추느라 겨를이 없었다.

이곳 볼레오름은 제주 4.3과도 관련이 있다. 4.3의 아픔과 관련하여 동광 큰넓궤를 떠난 이들이 이곳으로 숨어 들어왔었고 임시 거처로 삼았던 궤(작은 동굴, 터, 공간, 바위 틈)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를 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다. 건너편 방향의 능선을 내려가서라도 찾아볼까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이 역시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내려오는 내내 존자암 쪽에서는 목탁소리가 들렸다. 이곳 오름의 명칭이 볼레오름 외에 절터와 관련하여 불래악(佛來)이라 불렀다는 내용도 있는 만큼 사찰과 오름이 어우러진 풍경과 소리에서 특별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존자암이 있었던 자리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