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사라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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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사라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1.3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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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324.7m 비고:150m 둘레:2,481m 면적:440.686㎡ 형태:원형

 

사라오름

별칭: 사라(紗羅). 사라악(斯羅岳)

위치: 남원읍 신례리 산 2-1번지

표고: 1,324.7m 비고:150m 둘레:2,481m 면적:440.686㎡ 형태:원형 난이도:☆☆☆☆

 

 

산정호수를 이룬 분화구와 정상에서의 전망 조건이 뛰어난 특별한 화산체.

 

성판악을 초입으로 하여 한라산 정상 등반을 할 경우 진달래밭 도착 전에 사라오름 입구를 지나게 된다. 선행을 하는 등반객들은 사라오름 산정호수와 전망대를 들리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체력이나 시간적인 부담을 고려할 때는 하산 시 들러도 된다.

사라오름은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한동안 출입이 통제되었었는데 2010년 한라산국립공원 내의 오름들 가운데 처음으로 개방이 이뤄졌다. 사라오름의 매력은 산정호수와 정상의 전망대이며 분화구의 둘레는 약 250m로서 이곳에 물이 공여 습원을 이룬다.

가뭄이나 건기 때에는 물이 빠지게 되고 겨우내 기간 동안에는 쌓인 눈이 화구를 덮게 된다. 실상 사라오름을 만나는 것은 산행이라고 하기에 애매하고 오름 탐방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하다. 왕복 소요시간만 하더라도 250~300분 정도가 걸리는 데다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경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라산 등반로를 따르는 과정으로 이뤄지는 만큼 산책로의 전반적인 구성은 비교적 안전한 편이며 사라오름 자체의 산책로와 전망대 역시 운치가 있고 잘 관리가 되고 있다. 국립공원 내의 걸쭉한 오름들이 아직껏 통제가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라오름의 출입은 특별한 결정으로 이뤄진 셈이다.

한편, 이곳은 주변 경관이 뛰어난 데다 산정화구호의 특별한 점 등을 고려하여 지난 2011년 명승 83호로 지정됐다. 아름다우며 신비스러운 작은 백록담! 우기에는 하늘호수가 반겨주고 한겨울에는 상고대로 치장되며 계절과 자연의 변화에 따르는 숨은 보물이자 신비가 깔린 곳이다.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던 보물이며 하늘이 내린 호수로서 제주도의 수많은 화산체 중 특별한 입지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느 오름의 원형 화구처럼 사라오름 산정호수도 둥글게 이뤄졌으나 깊지는 않으며 가뭄 때는 바닥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바닥의 구성이 스코리어(붉은 송이)로 되어 있어서 흔히 보는 화산재나 흙무더기와는 느낌이 다르다. 운이 좋은 날은 안개가 깔리면서 산정호수를 에워싸면서 무아의 경지를 느끼게 할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겨울철에는 산책로 주변이 상고대로 물들여지거나 눈꽃이 피는 날에는 또 하나의 비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사라오름 탐방기-

늘 그랬듯이 특별한 곳을 찾을 때면 한 발 앞선 야구나 반 박자 빠른 패스의 축구 스타일로 한다. 이왕지사 다홍치마를 걸치기 위해서는 자연만이 공존하는 터전에 조용히 다가서는 게 좋은 때문이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선 후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을 하고 첫 차를 탔지만 운행 시간 때문에 선두권은 못 되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인 데다 오랜만에 맑은 날씨가 예보되어서 예상대로 서둘러 찾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시간 정도면 정상 등반을 위한 걸음이 대부분이겠지만 오후 일정 때문에 사라오름까지만 목표로 했다. 9월이 지날 즈음부터 나흘 동안이나 비가 내렸는데 한라산에는 닷새째 이어졌다.

해안 쪽에는 그나마 비가 그쳤는데 산중에는 제법 많은 비가 내린 것 같았고 대부분 현무암석으로 깔린 탐방로 주변은 아직도 물이 고인 곳이 있고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런 가운데에 이른 시간을 선택하는 자로서는 현장의 고요함과 여유로움을 더 느낄 수가 있었다.

울퉁불퉁 돌길과 전반부의 일부는 나무 데크가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나마 시작은 워밍업을 하기에 적당한 경사라 큰 무리가 없이 진행할 수가 있다. 이후 속밭이라 부르는 삼나무 숲을 지나게 되며 그 거리는 약 500~600m 정도로서 산책형 기분이 드는 코스이다.

속밭은 지난 1970년대 이전까지 넓은 초원지대였으며 한라산 중턱의 인근 마을 주민들이 소나 말을 방목하면서 마을 공동목장으로 이용했던 곳이다. 오래전 일이라 옛 모습은 알 수 없으나 지금의 속밭 진입로는 삼나무와 함께 부분적으로 소나무 등이 우거져 있다. 삼삼오오 일행들과 산행을 즐기는 그룹들을 몇 번 추월하고서 사라오름 입구에 도착을 하였다.

혼자가 편리하고 눈치를 필요로 하지 않은 것 중에는 휴식이나 속도의 선택에 있어서 자유롭다는 의미도 포함이 된다. 진달래밭과 정상 방향은 직진이고 사라오름행은 좌측 계단으로 이어지는데 이날은 혼자만의 미션을 정하고서 그 첫 번째 과정을 쉽게 담았다. 포토존 주변을 서성거리는 엑스트라 없이 현장의 모습을 담는 것이었는데 무난히 성공을 했고 시간이 흐르면 이곳에서 인증샷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게 된다.

아침...... 그리고 햇살. 사라오름 능선을 넘어서는 햇살이 숲을 통과하며 두 눈과 마주했다. 이 정도의 조건이라면 현장 상황도 가히 짐작이 되었기에 더러 긴장과 설렘이 교차되었다. 그런 기대가 앞섰는지 경사를 따라 부지런히 오르다 보니 이내 숨이 찼다. 선 채로 숨 고르기를 하다가 돌아서니 흙붉은오름 정상부가 보였는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여 출입이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오르미들로서는 하나의 로망이 되고 있다.

마침내 사라오름 산정호수에 도착을 했는데 기대했던 만큼이나 서둘러 일찍 방문한 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넉넉한 양은 아니지만 화구에 들어찬 물은 하늘 호수로서의 아름답고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아침을 여는 주변은 고요함 자체이고 한나절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도 아직은 들리지 않았기에 혼자서 바라보고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두 번째 미션은 조용하고 여유 있는 호수의 모습을 보고 담는 건데 한가한 만큼 역시 무난하게 성공을 했다. 계절이 한 번 더 바뀌면 하얀 세상으로 변하고 주변에 피워질 눈꽃도 상상을 해봤다. 머지않은 그 어느 날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이곳에 다시 서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 물이 고인 호수의 모습을 환영처럼 그려보게 될 것이다.

전망대에 도착을 했는데 평소에도 오전에는 동쪽에서 떠오른 태양 때문에 가시거리가 인색한 편이다. 그런 만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제법 시야가 멀리까지 트였고 마침 구름층도 덤으로 볼거리를 더해줬으며 동적인 장면을 쉴 새 없이 펼쳐 보이는 그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맑은 청정의 공기..... 이런 맛과 멋이 있기에 사라오름을 찾는 게 아니겠는가. 전망대 우측으로 한라산 정상의 동능이 보이고 가운데로는 구상나무 군락지가 푸른빛으로 눈에 들어왔다. 전망대 앞 주변은 온통 조릿대가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눈을 좀 더 올리니 부악 아래로 이어지는 하늘 정원이 펼쳐졌는데 그야말로 신이 다듬고 자연이 단장한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사람들이 도착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왔다간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마도 바삐 돌아간 그들은 백록담을 만나기 위한 과정 때문이었을 거다. 실컷 눈 맞춤을 하다가 여유 있게 난간에 털썩 주저앉았다. 구름층이 눈높이를 함께하다가는 이내 높이 솟구치고 때로는 부악과 주변을 가리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한눈을 팔다가 다시 바라보면 운치 있는 전부를 들춰나게 했다.

구름을 스쳐 지나온 시원한 바람이 가까이 다가왔는데 홀로 난간에 기대어 앉은 내게 있어서는 운치와 함께 신선한 청량제로 배달된 구름층이다. 휴식의 공간에서 거칠었던 숨소리도 전망대 틀에 기대면서 서서히 나지막하게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을 감싼 구름층의 움직임은 오히려 달콤하게 느껴지기에 혼자만의 작은 탄성 소리를 내곤 했다.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한라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탐방로까지 두 눈으로 확인이 되었다. 구름과 햇살은 끝내 서귀포 권역을 감추려 했지만 두 눈으로 충분히 확인이 되었기에 볼 수 있는 모든 것과 보고 싶은 전부를 봤다.

섶(숲)섬. 재지기오름. 지귀도. 칠십리해안...... 성판악(성널오름)과 논고악을 거쳐 보리악으로 이어지는 군락도 실루엣처럼 펼쳐졌다. 깊은 숲을 따라 이어지는 크고 작은 오름들 주변을 여린 구름층이 맴돌다 사라지곤 했다.

아침이 열렸고 까마귀들도 하나둘씩 찾아들기 시작했는데 이제 하루를 준비하라는 전달을 그렇게 하는 모양이다. 하산에 앞서 조릿대왓을 살며시 들어간 후 가까이서 그 모습을 담았다. 돌아 나오는 길에 마주친 한라돌쩌귀가 수줍게 얼굴을 내밀기에 기꺼이 허리를 굽히고 셔터를 눌렀는데 이번 탐방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건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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