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사려니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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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사려니자락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2.0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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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73m 비고:73m 둘레:1,233m 면적:77,637㎡ 형태:원추형

 

사려니자락

별칭: 사려니남서쪽. 사려니알오름

위치: 남원읍 한남리 산 2-1번지

표고: 473m 비고:73m 둘레:1,233m 면적:77,637㎡ 형태:원추형 난이도:☆☆☆

 

 

사려니 오름을 모체로 크기와 위치를 고려하여 명칭이 붙은 화산체.

 

사려니 자락. 사려니 남서쪽. 대체 이게 무슨 뜻으로 여겨야 할까. 소화산체인 오름의 명칭을 두고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오름 재조사 당시 새로 발견을 하고서 마땅한 이름이 없어 대충 붙여진 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즉, 사려니오름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려니 화산체의 기슭 아래에 있다고 해서 그런 명칭이 붙은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는 삼형제오름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삼형제남쪽이라 부르는 오름이 있으며, 검은들먹(오름) 옆이면서 다래오름 북동쪽 방향에 위치한다고 해서 다래오름북동쪽이라 부르는 화산체가 있다. 어쨌거나 재조사 당시 관계자들의 고심은 있었겠지만 더러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는 점은 확실하다.

사려니 남서쪽이라고 할 바에야 차라리 족은(작은)오름이나 아래(下)오름이라고 붙였으면 어땠을까. 사려니오름이라는 걸쭉한 화산체가 있는 때문이겠지만 사려니 자락이라 부르는 곳은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오름이다. 작고 낮은 데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것도 이유가 된다.

정상에서 전망을 기대할 수도 없으며 허접한 등성을 메운 것은 잡목들을 비롯하여 넝쿨과 덩굴들뿐이다. 그나마 지금의 한라산 둘레길 중 환상 숲길인 수악~사려니 오름 입구로 이어지는 코스가 완성이 된 이후 점차 접근성이 좋아진 상태이다.

저평가 되는 곳이나 허접한 화산체라고 여기기보다는 오름 사랑에서 차별을 배제한다는 생각을 지녔으면 좋을 것 같다. 특히나 사려니라 함은 신성하고 신선하며 영험한 뜻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그에 어울리는 가치를 함께 느끼면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는지........

제주시를 기준으로 할 때 이동성이 문제가 되며 특히나 대중교통 이용의 난관이 따르는 때문에 애써 이 한 곳만을 찾아간다는 것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려니오름을 찾는 날에 함께 하는 방법과 이 근처를 지나게 되는 한라산 둘레길 중 수악길의 동 코스를 걸을 때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남리 쓰레기 매립장 옆 주차장은 사려니오름의 진입로이며 수악길(환상숲길)의 기점이기도 하다. 5.16도로변 수악 옆을 초입으로 하는 수악길 탐방을 할 경우는 후반부에 인근을 지나게 되므로 잠시 들르는 것이 좋다. 또한 한남리를 초입으로 할 경우는 출발 기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므로 사전에 숙지를 하는 것이 좋다.

수악길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지나다 북쪽으로 초지가 있으며 이곳을 통하여 진입할 수가 있다. 또한 사려니오름 방향으로 가다가 좌측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작고 낮은 화산체인 만큼 전진 코스로 빙 돌아 나오는 게 좋다. 뚜렷한 탐방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슭과 등성에 묘 몇 기가 있어서 드나든 흔적이 보인다.

 

 

 

-사려니자락 탐방기-

한라산둘레길 중 5.16도로변 수악 옆을 지나는 코스를 따라 진행을 했기 때문에 후반부에 사려니자락을 만나게 되었다. 둘레길 옆으로 초지가 있지만 이정표나 안내문이 없기 때문에 주변이 가까워지면서 gps를 이용하였고 화산체의 허리를 따라 정상 방향으로 올랐다.

정해진 탐방로가 아님은 당연하지만 어차피 낮은 산 체인만큼 빙 둘러 전진 코스로 선택을 한 것이다. 상록활엽수와 여러 잡목들이 진을 치고 있지만 굽이굽이 허리를 숙이며 진행을 하는데 별 무리가 따르지 않았다. 정상 가까이에는 돌무더기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작은 성을 쌓은 듯 옆으로 이어진 모습에서 이 오름의 심벌이자 신성스러운 곳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신(神)이 머물고 있다면 그 터는 바로 이 근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들의 크기가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화산 폭발이 이뤄질 당시의 자연 현상이겠지만 묘하게도 돌무더기들이 함께 이어져 있었다. 일부러 세워 놓은 듯이 반듯하게 자리한 모습에서 영험한 기운이 맴도는 듯했다.

콩짜개덩굴은 바위의 전면을 터전으로 자리를 잡았고 양치식물도 한 공간을 차지하여 공생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딱히 정상이라고 표시가 된 것도 없으며 어디쯤이 가장 높은 곳인지조차 알기 힘들었다. 덤불들이 에워싼 공간을 헤집으며 들어가 봤지만 별다른 특징은 없었고 행여 자연스럽게 생을 이어가는 식물들에게 해가 될까 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아마도 정상 포토 존을 찾으라면 등성 높은 곳의 동백나무가 어울릴 것 같았다. 수령은 제법 되어 보이지만 뿌리 근처부터 위로 이어진 나무의 굵기는 보잘 것 없었는데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때문인지 애처로움마저 느껴졌다.

빨간 동백꽃이라도 몇 개 매달렸으면 볼품이라도 있으련만 허전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기슭으로 이어지는 곳에 묘가 보였는데 산담까지 견고하게 둘러진 묘로서 오래된 것 같았는데 조금 더 가니 어김없이 아래쪽으로 몇 기가 더 있었다. 신성한 곳이라는 사려니의 어원이 아닐지라도 풍수지리 등으로 명당으로 여기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정상은 아니지만 열린 공간이라 뚜렷하게 식별이 되었는데 넙거리오름이 보였다. 벌초와 관련이 있는지 묘가 있는 주변으로는 길의 윤곽이 뚜렷하게 나 있고 그 즈음 정면으로 사려니오름도 확인이 되었다. 사려니는 연중 행사기간을 제외하고는 사전 예약 탐방제로 출입이 가능한 오름이다.

따라서 이곳과 함께 할 경우는 사려니오름을 거쳐 바로 기슭 아래를 지나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퇴색의 빛깔을 지닌 벨랑귀(청미래덩굴)가 가을이 깊어짐을 알려줬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하고 미련 없이 열매들을 보내줘도 되련만 악착같이 매달린 채 버티고 있었다. 전진 코스로 우회를 하여 내려오니 삼나무 군락이 나왔는데 사열을 하듯 길게 이어진 숲길을 걸었다.

오르는 과정에서 덤불을 헤치고 간 것에 비교하면 레드 카펫을 따르는 느낌이 들었다. 마무리 즈음에 길옆으로 농가가 나오고 허름한 집 한 채가 보였다. 컹컹..... 멍멍..... 개 짖는 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사방을 울렸다.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니 어미 개와 어린 강아지 세 마리가 합심을 하여 외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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