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이야기]오토칠루스 (난초과)
상태바
[야생초이야기]오토칠루스 (난초과)
  • 박대문
  • 승인 2018.02.01 0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대문(환경부 국장 역임,,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오토칠루스 (난초과) Otochilus

 
 


부탄은 위도상 아열대에 속하지만,
고도가 높은 산악지대이고 사계절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내에 자라는 북방계 식물의 원류(源流)를 비롯하여
다양한 식물자원이 풍부하게 보전된 곳입니다.

북부 고산지대는 만년설에 덮인 험준한 히말라야산맥,
중간지대는 기후가 온화하여 농경에 적합하고
남부 구릉지대는 인도의 아쌈(Assam) 지방에 인접한 열대우림기후 지역입니다.

해발 3,175m인 사시라(Sasi la) 정상을 넘어 팀푸로 가는
왕듀 포드랑-노브딩 고속도로에 닿는 산길을 탐사했습니다.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보전된 한적한 산길에
오직 우리 팀만이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아열대 운무림(雲霧林) 숲길을 한 발 한 발 옮길 적마다
이끼류나 착생 유관속식물이 두껍게 붙어 자라는 모습이 일품이었습니다.

제주도 난대림 숲에서 착생식물을 보겠다고
고개 아프게 하늘만 쳐다보다가 어쩌다 한 개체 발견하면
‘심봤다.’고 흥분하던 기억이 무색하리만큼
이곳에는 풍부하고 다양한 착생식물이 하늘을 가리고
곳곳에 널려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나뭇가지에 커다란 덤불처럼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착생 난초의 한 종(種)인 오토칠루스(Otochilus),
국내에서 야생은 물론이고 원예종으로도 보지 못한
야생 난초를 만났습니다.

얽히고설킨 무더기 착생 난초 더미에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시계추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꽃도 보였습니다.
한겨울 추위에서도 꽃이 피어있는 개체를 만나다니 행운입니다.
두 개의 긴 타원형 잎 사이에서 나온 꽃차례에
앙증맞게 작고 고운 난초꽃이 줄줄이 매달려 있는
아름다운 꽃 꾸러미였습니다.

Otochilus는 보통 600 ~ 2400m 높이의 히말라야 동부,
아쌈, 네팔, 부탄 및 중국 남부 고원 등
습기가 많은 숲에서 발견되는 착생 난초입니다.

어릴 때는 반 원통형의 헛비늘줄기에 의해 둘러싸여 있고
자라면 홈이 파인 타원형 관절 마디에 가느다란 줄기 뿌리를 가지며
지그재그로 길게 구부러진 총상꽃차례에 5~11개의 꽃이 달립니다.
칼집 같은 겹쳐진 비늘에 싸여 있는 총상꽃차례는
쉽게 떨어지는 난상피침형 포엽이 있으며
꽃은 지름 1~1.8cm로 균일하게 흰색입니다.

(2018, 1. 4 부탄 왕듀 포드랑 현, 사시라 산길에서)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