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산굼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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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산굼부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2.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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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37.4m 비고:32m 둘레:2,934m 면적:574,697㎡ 형태:원형

 

산굼부리

 

별칭: 산혈요악(山穴凹岳)

위치: 조천읍 교래리 산 38번지

표고: 437.4m 비고:32m 둘레:2,934m 면적:574,697㎡ 형태:원형 난이도:☆☆☆

 

 

화산체가 거의 없는 마르형으로서 폭발 당시 용암 대신 가스만 분출한 폭렬공의 산혈요악(山穴凹岳).

 

제주도에 산재한 오름들은 굼부리(분화구)를 지니고 있는가를 가늠해서 원형이나 말굽형이라 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없는 경우 원추형으로 구분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같은 화산체라 할지라도 굼부리의 유무 차이가 있으며, 크기와 높이를 비롯하여 저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무시할 수가 없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외형상 특별하게 나타나는 산굼부리는 산 체에 비해 대형의 화구를 가진 특이한 오름이라 할 수 있다. 드넓은 들판 한 군데가 푹 들어간 것처럼 패어서 구렁을 이루고 있는데 실제 그 바닥은 주변의 평지보다 100m 가량이나 낮게 내려앉아 있다.

산굼부리의 명칭과 관련하여서는 거대한 분화구(굼부리)의 입지를 고려하여 붙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자로는 산혈요악(山穴凹岳)으로 대역하여 표기하고 있다. 그 외 산(山)에 구멍(분화구)이 뚫린 꼭대기(부리. 정상부)라는 풀이로도 전해지고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폭렬공(爆裂孔)으로만 이뤄진 화산체로서 마르(Marr)형 화구로 알려져 있는데 폭렬공이라 함은 화산 폭발 시 일반적으로 용암은 분출하지 않고 지하에 담겨있던 가스만 분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특별함과 더불어 화산체로서의 소중한 자료로 판명이 되어 지난 1979년도에 천연기념물(제263호)로 지정이 되었다.

마르란 화산활동 초기에 단시간의 미약한 폭발만이 일어나고 활동이 중지됨으로써 형성되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폭발 시 주로 가스만 터져 나오고 다른 물질은 소량이거나 거의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화구 주위는 낮은 언덕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생성과정으로 생겨난 산굼부리는 표고가 437.4m이고 화구 바닥은 305.4m로서 그 표고차, 즉 최고점으로부터의 깊이가 132m이다. 이 수치는 북쪽 기슭의 등고선상 해발이 410m 안팎이므로 도로에서의 산 높이가 최고 28m이며 화구 바닥은 도로에서 지하 100m 깊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이 상황을 백록담의 깊이(115m)와 비교해 보면 산굼부리 쪽이 17m 더 깊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지도상의 계산으로 한다면 섬 안에서 가장 깊은 화구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특별하게 생긴 화산체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으며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마르(Maar)형 화구와 주변의 환경을 활용하여 관광자원화 한 것도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지정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사유지를 포함하면서도 관리와 보존이 잘 되고 있으면서 일찍부터 유명 관광지로 자리를 잡은 것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산굼부리 탐방기-

정확하게 표현을 한다면 산굼부리는 제주의 수백 개 오름들 중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주고 만나는 곳이다. 사설관광지로서 유료화가 된지 오래되었지만 대체로 보존과 관리가 잘 이뤄진 상태이다. 제주에 생겨난 인위적인 뮤지엄이 이미 백 개를 넘어섰지만 산굼부리의 경우 자연을 모태로 하여 구성을 한 유명 관광지로 자리를 잡은지 오래되었다.

특별하게 나타나는 분화구와 함께 억새밭으로 잘 알려진 제주 동부권의 관광명소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된 곳이다. 연중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지만 특히 가을에서 겨울 동안에는 일대의 억새를 만나기 위하여 일부러 찾는 이들도 있다.

제주의 중산간 지역 여러 곳에서도 억새의 물결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분화구와 억새 그리고 산책로로 이어지는 산굼부리는 특별함이 있는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햇살을 맞을 때에 따라서 은빛과 황금빛으로 변하는 산굼부리의 억새밭은 겨울까지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매스컴을 통해서 여러 차례 방영이 되었고 드라마나 광고를 통해서도 익히 알려진 곳이지만 가을의 중심과 겨울 동안은 언제나 새로운 맛과 느낌을 갖게 된다. 세월이 지나면서 예전의 모습과는 부분적으로 변화가 이뤄졌지만 억새 군락지는 그 모습 그대로이기에 언제나 그 자리에서 찾는 이들에게 넉넉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제주도의 가을에서 겨울은 비로소 억새밭을 찾을 때 계절의 완성을 느끼게 되는데 그 마무리의 중심에서는 산굼부리가 한몫을 차지한다. 행여 분주한 시간에 가면 사람들의 행렬에 느낌이 달라질까 봐 아침에 찾았는데 단순히 억새만을 대상으로 했다기보다는 굼부리의 상황을 좀 더 살피는데 중점을 뒀다.

주변을 훑어보고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여유 있게 억새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계단을 따라 이동하면서 중간에 억새밭을 바라봤다. 한라산과 오름 군락들이 펼쳐지지만 이곳에서는 그들이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억새가 주인공이고 그들은 조연자일 뿐이다.

때론 은빛으로..... 때로는 황금빛으로..... 그 연출의 몫은 산굼부리 억새밭을 내리쬐는 햇살이 담당을 하는데 특히나 가을과 겨울로 이어지는 시기에는 이들의 변화에 단단히 한몫을 한다. 산굼부리 북쪽의 광장을 바라보며 계단을 오르는 동안 풀밭을 지나는 진행을 생각했지만 가을의 중심인 만큼 억새가 우선이라 외면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분화구 위쪽 능선과 억새 군락지를 따라서 타이어 매트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예전에 방문했던 여행객들에게는 다소 달라진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친환경 매트로 바닥을 구성할 수도 있겠지만 겨울철 눈이 녹을 때를 생각한 때문으로 여겨졌다.

난간 울타리에 기대어 굼부리를 바라봤지만 동쪽에서 떠오른 태양이 비치는 때문에 평소보다 오히려 화려한 장면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별도로 구성을 한 포토 존에 올라서 굼부리 내부를 담을 수 있지만 역시 아침햇살이 강하게 방해를 했다.

억새밭은 실로 꾸밈이 없는 거대한 광장이었다. 사람 키를 넘어서는 높이와 이 계절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우쭐대는 모습이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너무 충분했다. 산굼부리의 가을과 겨울은 언제나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안겨준다.

마음의 여유로움과 자연에서 얻어지는 감탄을 배가 부르도록 느끼게 한다. 하나의 오름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억새 물결에 취하여 흐느적거린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이런 환경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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