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새끼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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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새끼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2.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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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01.2m 비고:51m 둘레:1,390m 면적:114,795㎡ 형태:말굽형

 

새끼오름

별칭: 추악(雛岳)

위치: 표선면 성읍리 3,196-1번지

표고: 301.2m 비고:51m 둘레:1,390m 면적:114,795㎡ 형태:말굽형 난이도:☆☆☆

 

 

낮아도 서럽지 않고 작아도 외롭지 않게 지내는 막내 화산체의 입지는...

 

주변의 오름들과 비교를 하여 화산체의 규모가 작은 만큼 한자로 병아리라 여겨서 추악(雛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다. 작고 낮아서 새끼오름이라는 명칭에 병아리 취급까지 했으니 서글픔도 따르겠지만 드넓은 초지를 차지하여 다소곳이 자리한 모습은 차라리 앙증맞고 볼품이 있어 보인다.

더욱이 기슭과 능선을 따라 자연림이 우거진 환경에서 화산체로서의 허전함보다는 자연미가 더해진 곳이기에 결코 서러워할 새끼가 아니다. 해송과 삼나무 등으로 덮인 등성은 차라리 외부와의 인연을 끊고 고고한데 처하기를 원하는 모습이다.

우거진 수림 아래로는 양치식물과 이끼류를 비롯하여 덤불과 온갖 잡초들이 삶의 터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신의 전부를 아낌없이 내어주고 자연미를 이뤄냈기에 슬기롭고 지혜로운 오름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진입과 탐방의 묘미를 져버리는 것은 아마도 버림과 나무람이 있는데 대한 일말의 반항일지도 모른다.

이렇다 할 산책로도 없을 뿐 아니라 정상부에 올라도 전망의 틈새를 내어주지 않는 인색함이 있다. 주변에 걸쭉한 오름들이 있고 상잣길을 비롯하여 쫇(짧)은 갑마장길 등이 있는데 새끼오름에게 마저 정을 줄 리가 있겠는가. 일대에 산재한 자연 탐방지들은 하나같이 찾는 이들이 많지만 새끼만큼은 예외이다. 그렇게 외면당하고 버림받을지언정 묵묵히 자연미를 갖춘 채 외형의 볼품을 안겨주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기도 하다.

구전되는 명지관(名地官)에서 나타나듯이 새끼는 따라비(딸아비)의 손자를 나타내고 있다. 할아버지인 따라비의 큰아들이 장자오름이고 며느리가 모지(모자)오름이며 셋놈(둘째 아들)이 새끼오름이다. 또한 이 가족들 중에는 손지(손자)오름이 있으며 이는 따라비의 장손이라 하고 있으나 유일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

새끼오름은 상잣길이나 주변의 오름들과 함께 만나는 것이 좋다. 걸쭉한 오름들과 함께 한다면 탐방의 맛이 날 테고 비교의 근접도 충분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할아버지가 지키고 딸과 아들이 있는 주변인데 어찌 새끼 하나만을 외면할 수가 있으랴. 더불어 함께 만나는 탐방을 통하여 3대로 이어지는 식구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끼오름을 가장 운치있게 볼 수 있는 곳은 그의 할아버지인 따라비의 어깨에 올랐을 때이다. 따라비 주차장을 출발하는 방법과 큰사슴이를 연계하거나 유채꽃 플라자를 가로 질러 만날 수도 있다.

 

 

-새끼오름 탐방기-

따라비오름을 경유하여 새끼를 만나는 여정을 선택했다. 따라비는 할아버지라고는 하지만 실제의 몸체는 각선미와 곡선미를 갖춘 빼어난 여성형의 화산체이다. 따라비오름을 지나 상잣성길 입구로 내려오면 편백나무 숲이 기다린다.

갑마장길을 비롯하여 쫇은 갑마장길이 연계가 되고 큰사슴이와 따라비를 잇는 진행도 이곳을 경유하게 된다. 큰사슴이를 출발하여 따라비로 이어가는 과정이라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진행을 준비하였다. 먼 길을 걸어왔기에 편백나무 숲은 쉼터로서 안성맞춤이었는데 이곳에서 잣성을 넘어가면 초지가 나오고 새끼오름으로 갈 수가 있다.

가을의 초지는 목초와 잡풀들이 가득했다. 작업용 차량과 승마 체험을 통하여 난 길의 흔적이 있어서 그곳을 따라 진행을 했다. 새끼오름 화산체와 멀리 큰사슴이의 일부도 보였다. 하늘도 구름도 내 편이 되어줬고 시원한 가을바람은 따라비의 등정에 맺힌 땀을 씻어줬지만, 유독 햇살은 심술이 지독했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따라비의 모습을 부드럽게 볼 수 있으련만 눈이 부실 정도의 햇살 시위는 방해로 일관했기에 우아한 곡선미와 섬세한 각선미는 가을 햇살에 퇴색이 된 채 실망을 줬다. 화산체의 중심 정도에서 적당한 루트를 찾았다. 가막살낭의 빨간 열매는 마치 진입로라고 일러주기라도 하듯 우쭐거렸다. 어디인들 틈새가 있겠지만 애써 이 근처를 선택하였다.

밖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초록의 숲이지만 내부는 썰렁한 모습이었다. 삼나무가 숲을 이뤘지만 사람들이 지나다닐 공간은 충분했고 이렇다 할 탐방로가 없어서 적당한 공간을 헤집으며 오르기 시작했다. 새끼의 허리를 지나니 수풀들이 장악을 한 어깨가 기다렸다.​

듬성듬성 소나무와 삼나무들이 차지를 한 곳에는 수풀들이 우거져 있었다. 한 발 헤쳐 나가는 자체가 부담이 될 정도인데다 이따금 가시덤불이 있어 여간 불편했다. 평소 찾는 이들이 없는 때문이지 길의 흔적조차 없는 상황이라 GPS와 눈짐작으로 비고점을 찾았다.

 

전망의 틈새조차 없다는 것은 울창한 숲을 이뤘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방이 다 막힌 상태이지만 자연미가 있고 오름과 숲의 공존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정상지기로는 소나무 몇 그루를 공동으로 정해줬고 주변에서 선 님의 흔적도 찾는데 성공했다. 등성을 좀 거슬러 이동을 하니 비로소 따라비의 일부가 보였는데 계절을 달리하여 겨우내 기간에 찾았으면 좀 더 열릴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 다소 아쉽기도 했다. 

한 번의 만남은 이 정도의 배려로 막을 내리고 하산을 시작했다. 이미 따라비오름을 거쳤는데다 상잣성길의 일부를 포함하는 여정이었고 딱히 볼거리나 특이한 점이 없다는 점도 머뭇거림을 말린 이유가 되었다.  가능한 올라온 곳을 벗어나는 하산을 시도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행여 다른 탐방로라도 발견이 될까 하는 기대감과 리턴 코스를 싫어하는 때문이었다. 덤불을 피하면 수풀이 막는 데다 여기저기에 진을 친 거미줄도 극성이었다. 원점으로 내려오니 해방감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복잡하지도 거칠지도 않지만 비탐방로를 통한 오르 내림은 그런 기분이 들게 한 것이다. 새끼로서는 쉽사리 부드러움을 내주지 않았지만 기꺼이 우리를 맞아준 셈이다.

떠나기에 앞서 그런 새끼의 모습을 다시 바라봤다. 할아버지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엄마의 정을 껴안은 채 다소곳이 내려앉은 모습은 영락없는 재롱둥이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내부의 입지와 환경은 잊어버리고 바깥 모습만 기억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었다.이제 다시 따라비를 찾아갈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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