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이야기]큰개불알풀 (현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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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이야기]큰개불알풀 (현삼과)
  • 박대문
  • 승인 2018.03.1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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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환경부 국장 역임,,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큰개불알풀 (현삼과) Veronica persica Poir.

 

올해의 봄꽃 소식이 유달리 늦습니다.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의 기록적 맹추위 때문으로 보입니다.
절기는 경칩이 지나고 춘분으로 가는데 꽃소식은 남쪽에서만 맴돌 뿐
북상의 길을 잃은 듯 서울의 꽃소식은 깜깜합니다.
지난가을 이후 긴 겨울 동안 꽃을 보지 못해 안달이 난
꽃쟁이들의 간절한 기다림을 몰라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쯤이면 진즉 피웠어야 할 풍년화, 복수초,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홍매화 등 이른 봄꽃이
아직도 벙글어지지 않는 꽃망울 비늘 속에 갇혀 있습니다.
또한, 꽃다지, 냉이의 꽃줄기도 오르지 않은 것을 보니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꽃소식이 늦어지나 봅니다.
   
행여나 싶어 나름 작성한 예년의 꽃 일지 따라
남한산성, 운길산, 천마산 등을 찾아갔으나
헛걸음질만 하고 말았습니다.
 
올해의 첫 꽃을 찾아 헤맨 끝에
그나마 겨우 만난 것이 바로 큰개불알풀입니다.
큰개불알풀은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
해넘이한해살이 식물로 보통 가을에 발아하고
3월에서 6월까지 집중적으로 꽃이 핍니다.
한편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바람막이 있는 양지바른 곳에서는
겨울에도 줄기 끝에 한 송이씩 꽃을 피우는 개체가 간혹 있습니다.
겨울이 채 가시지 않았어도 대지에 봄기운이 감도는 듯싶으면
일찍 꽃을 피워 봄의 전령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꽃은 흰색이 도는 연한 군청색으로 매우 작으며
꽃잎이 4개처럼 보이지만 기부까지 깊게 갈라진 통꽃으로
꽃잎 안쪽에 짙은 색깔의 파란 줄이 있습니다.
잎겨드랑이에 꽃이 1개씩 달리며 수술은 2개, 암술은 1개입니다.
 
우리나라 개불알풀속(屬)엔 개불알풀, 눈개불알풀, 선개불알풀, 좀개불알풀,
그리고 큰개불알풀이 있습니다. 이 중 개불알풀만 우리나라 자생종이고
나머지는 서남아시아,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귀화식물입니다.
큰개불알풀은 서남아시아가 원산으로 1800년대 초에는 유럽,
19세기 이후에는 전 세계 온대지역에 귀화하여 널리 분포하고 있습니다.
   
큰개불알풀의 이름은 열매가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일본명의 오이누노후구리(大犬の陰囊) 직역 이름이라고 합니다.
큰개불알풀은 여러 나라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유럽 등 서양에서는 꽃이 어떤 새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Bird's eye',
한자 이름은 땅에 깔린 비단이란 뜻의 '지금(地錦)'입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이름이 거시기하다고 해서
‘봄까치꽃'이란 예쁜 이름으로 부르고 있긴 하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여전히 ‘큰개불알풀’로 등재돼 있습니다.
   
꽃말은 '기쁜 소식'입니다.
추운 겨울에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이라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입니다.
이제 ‘기쁜 소식’이 피어나니 머지않아 천지사방에
봄꽃이 만발할 날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2018. 3. 11 서울 성내천에서)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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