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선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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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선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16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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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둘레길(환상숲길. 돈내코~수악 코스)

선녀오름

 

별칭: 선녀악(가칭)

위치: 한라산둘레길(환상숲길. 돈내코~수악 코스) 

 

 

한라산 기슭 깊은 곳 선녀들이 노닐던 자리는 침식과 매몰로 사라졌으나 그 흔적은 남아 있어...

 

이 화산체와 관련하여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다. 숨은 화산체로 있다가 지난 2013년 한라산 둘레길 중 환상숲길이라 별칭이 붙은 수악길이 개장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화산체이다.  지난 1998년에 발표한 자료상의 368개 외에 새로 발견이 된 오름들 중의 하나이다.

지금의 5.16도로변 수악 옆을 출발하는 환상숲길(수악길)은 한라산 둘레길 중 하나이다. 원칙대로라면 이 코스는 돈내코 탐방안내소를 출발하여 수악 옆을 지나 한남리 쓰레기 매립장 옆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코스이다.

거리를 비롯하여 시간이나 체력적인 부담을 감안하여 5.16도로변을 기준으로 나눠서 탐방하는 경우도 흔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악 입구를 출발할 경우 역방향이 될 수도 있으나 숲길 탐방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봉우리도 없고 산 체로서의 뚜렷한 입지는 사라졌으나 굼부리 일대를 둘러 나타나는 화산석과 환경적인 요인들은 오름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오름이라 함은 독립형 소화산체를 말하는데 이는 자체적으로 폭발이 이뤄졌는가 하는 과정이 있어야 포함이 된다. 그런 만큼 오름으로서의 입지를 구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폭발의 유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언덕처럼 높거나 봉우리라고 해서 오름으로 분류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폭발이 이뤄진 후 봉우리가 생기고 그 중심에는 굼부리(분화구)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나 예외도 있다. 2차 폭발로 인하여 봉우리의 형체가 사라지거나 또는 굼부리 주변이 침식이 되어 형체만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한라산 고지대로부터 연속적인 용암의 유출로 인해 화산체가 대부분 용암류로 매몰되면서 대부분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의 선녀오름 역시 그러한 경우에 해당이 된다. 다만,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는 굼부리의 흔적과 주변을 에워싼 환경 등을 고려하였을 때 화산체로서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화산체에도 공식적인 명칭이 붙을 테고 따라서 제주의 오름 숫자가 달라지는데 한몫을 하게 될 것이다.

 

-선녀오름 탐방기- 

수악 코스 중 5.16도로에서 돈내코 방향으로 가는 수순을 따를 경우 출발을 한 후 불과 20분 정도면 이곳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현장 입구에 도착을 하면 뚜렷하게 나타나는 원형의 분화구의 모습이 확인되었고, 둘레의 일부는 돌무더기들이 차지를 하였다. 질서 없이 여기저기 흩어진 돌들은 화산 폭발과 무관하지 않으며 일부는 낮은 산 체를 이루고 있는데 현무암들이면서 크기 또한 제각각이었다.

세월이 말해주고 자연의 순리가 반영하듯 이끼류들은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 식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전에 한라산 중턱의 입석오름을 탐방했었는데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입석오름 역시 분화구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와 다른 점은 물이 고여 있다는 상황이었다. 산 체를 멀리 두고서 그 중심에 굼부리가 있는 모습은 물과 습지의 차이일 뿐 흡사 입석오름와 비교가 되었다.

분화구 내에 습지를 지닌 화구호로서 주변의 지형이나 경사에 의하여 감춰진 모습을 하고 있다. 원래는 분석구로서 오름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을 할 수 있었다. 한라산 기슭의 동남 사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화산체의 대부분은 사라진 상태이고 현재는 분화구의 흔적만 남아 있다. 이런 이유는 한라산 고지대로부터 연속적인 용암의 유출로 인해 화산체가 대부분 용암류로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즉, 한라산 화산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정상부로부터 많은 양의 용암류가 유출되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빌레라고 부르는 현무암의 용암지대가 많이 있다. 들판이나 해안에서 보이는 것은 모두가 현무암의 바윗덩어리들인 것이다. 특히나 분화구를 갖는 분석구들은 시대를 달리하며 한라산 주변을 비롯하여 제주의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화산쇄설물로도 비유가 되는 용암류는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낮은 산 체들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한라산 기슭을 비롯하여 고지대의 곳곳에서 보이는 등성들 중 일부가 오름과 다른 점도 이러한 현상 때문이라 할 수가 있다. 층을 이룬 돌무더기 사이로는 크고 작은 공간이 있다.

마치 풍혈 작용이 일어나는 모습으로 머체나 궤처럼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풍혈이라 함은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면 아래의 공간으로서 겨울에 따뜻한 공기가 나오고, 여름에는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것(곳)을 의미한다. 참으로 숨은오름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잃어버린 오름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숲과 더불어 자연림이 울창하고 원시적인 환경을 간직한 분화구와 주변은 일찍이 세인들의 출입을 거부한 것으로 느껴진다.  백록(鹿)이나 노루가 노닐기에는 너무 자연미가 넘쳐서 어울리지가 않아 보인다. 한라산 산신령을 따르던 선녀들이 머물던 자리라고 하는 게 차라리 더 어울려 보였다. 분화구이기는 하나 습지로 변한 것을 보면 선녀들이 목욕을 할 여건은 안 된다. 

 

깊고 그윽한 숲으로 에워싸인 원형의 굼부리를 공간으로 하여 선녀들은 자연욕을 즐겼을 것이다. 아흔아홉 골의 선녀폭포에서 목욕을 하였다면 이곳에서는 자연 힐링을 통하여 심신을 추슬렀던 게 맞을 거다. 그러기에 큰 고민 없이 선녀오름이라고 명칭을 붙여버렸다. 분화구는 습지를 이룬 곳도 있지만 집중호우 기간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건천지로 되어 있다. 척박한 토양이지만 자연은 이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았다.

뱀톱을 비롯하여 다양한 식물들이 한 치의 공간도 아낌없이 차지를 하여 자생하고 있었다. 양치류와 이끼류는 물론이고 상록. 활엽수림들도 키재기를 하며 하늘로 뻗어 있다. 공교롭게도 환상숲길인 수악길은 분화구 내를 직선으로 연결하여 구성이 되었다. 한라산 둘레길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지금도 숨은 산 체로 남아 있을 거다.

오가는 일행들을 만났지만 분화구 등 산 체를 살피는 사람들은 없었다. 한 그룹이 마땅한 공간을 찾아서 간식 장소로 이용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었을 뿐이다. 선녀지기. 선녀오름지기라면 이 나무가 제 겪이라 여길 만한 거목이 있었는데 습지의 분화구이면서도 유독 높이 뻗은 모습에서 당당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행여 선녀들이 내려오고 올라가는 광경을 보살피는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탐방객들이 많이 드나들면서 세인들에게 노출이 되었지만 오래전에는 환경이 달랐을 것이다. 한라산 기슭에 숨은 채 고고한데 처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사라진 등성 때문에 보잘 것 없다고 한탄하며 지금의 모습이라도 간직하려 애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따금씩 선녀들이 내려와서 자연욕을 즐기는 장소 정도로만 허용을 하고 싶었을 거다. 드러난 산 체. 알려지기 시작하는 오름........ 이제 이 주변의 환경과 생태도 더러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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