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선소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선소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18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226m 비고:46m 둘레:1,938m 면적:240,943㎡ 형태:말굽형

선소오름

별칭: 선소악(善所岳)

위치: 한림읍 금악리 2,785-1

표고: 226m  비고:46m  둘레:1,938m 면적:240,943㎡ 형태:말굽형  난이도:☆☆☆

 

 

망자들이 영원한 안식처로 선택한 갯거리 옆으로 이어져 극락으로 인도하는 화산체...

 

오름의 지세를 두고서 선소(善所)라하여 명칭이 붙었는데, 선소는 불교에서 이르는 극락세계를 뜻하며 이와 관련하여 한자로는 선소악(善所岳)으로 표기를 한다. 이웃하는 갯거리(오름)와는 지금의 지방도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데 형세 또한 다소 다른 편이다. 

과거에 갯거리와 하나의 몸체였다고 상상해 본다면 동서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형세가 특별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그런 중에 정상부의 한 묘비에는 구미악(狗尾岳)이라고 표기를 했는데 이는 나란히 이어진 갯거리(개꼬리)오름을 두고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소오름이라는 별칭이 있듯이 어차피 두 산 체는 따로 구분을 하는 것이 맞다. 선소라고 한 의미는 극락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이런 표현의 계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망자들이 영원한 안식처로 자리 잡은 옆의 갯거리오름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기슭에서 등성은 가파르게 이어져 있으며 소나무를 중심으로 잡목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고 그 아래로는 억새를 비롯하여 잡풀들이 자생하고 있다. 마을과 인접한 만큼 기슭 아래는 촐왓 외에 농지로 개간이 된 상태이며 두 화산체 사이로는 도로가 나 있다. 등성을 중심으로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나 솔수염 하늘소의 만행으로 인하여 더러는 사라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오름으로서의 입지를 논할 때 갯거리와 더불어 마을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이 크고 작은 산 체들로 에워싸인 금악리의 심벌이라 해도 어울릴 것 같다.

 

 

-선소오름 탐방기-

 

46m의 비고(高)로서 이웃하는 갯거리 보다 조금 낮지만 둘은 서로 어울려져 보인다. 외형상으로는 서로 다르게 나타나지만 한데 어우러진 모습에서 마치 의좋은 형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갯거리의 남동쪽에 위치했기 때문에 평화로를 경유할 경우는 먼저 만나게 되지만 극락의 세계를 만나기 위하여 2차로 선택을 했다. 선소오름을 오르기 위한 특별한 진입로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도로가 만들어진 만큼 적당한 곳을 이용하는 것도 무난했다. 오름의 동쪽(동남) 기슭에 큰 정수장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옆을 통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몇 곳에 진입이 가능한 지점이 있지만 어차피 정해진 탐방로가 없으며 또한 전투 모드를 포함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곳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입에서 정상까지는 짧은 거리이나 다소 경사도가 있고 수풀과 덤불들을 만나게 되었지만, 선소오름을 오르면서는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었다.

갯거리의 등성이가 무덤가이지만 선소(극락)로 명명이 된 이곳의 정상부는 자연림이 우거졌을 뿐이었다. 어지럽고 복잡할 만큼 잡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바닥 층 또한 식물군들이 빽빽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차라리 이곳 정상부나 등성에 묘를 만드는 것이 구전되는 내용과 더 어울릴 법도 한데, 선소오름의 동쪽에만 공동묘지를 비롯하여 개인 묘들이 차지를 하였고 선소의 경우 오름의 아래쪽에만 몇 기가 있을 뿐이었다.

등성을 둘러보는 동안 열린 공간이 있을까 찾았지만 허사였다. 어느 지점으로 시작을 할지라도 오름의 전 사면을 둘러보기는 힘들기 때문인 데다 나무 사이로 아른하게 보이는 외세가 전부였다. 상황으로 봐서 마을 주민들의 산책이나 운동 모드로 찾은 흔적은 고사하고 오르미들의 방문도 드물게 보였다.

다만, 작년에 재선충병 사태 때 작업을 위하여 드나든 흔적 정도가 전부였다고나 할까. 바닥은 솔잎이 깔려 있어서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을 함께 느낄 수가 있었는데 특별히 길의 구성이 이뤄진 곳은 아니지만 희미하게 이어지는 흔적을 따라 정상 방향으로 올라갔다. 정상부에 삼각점과 표지가 있었지만 그나마 수풀이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서 일부를 거둬내고서야 겨우 흔적을 담을 수 있었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부의 한 쪽에 봉분처럼 높고 길게 이어진 특이한 모습을 발견했다. 인위적인 구성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행여 이곳에서 기(氣)가 흐르면서 선소를 운운하는 것은 아닐까. 하절기를 전후한 이곳의 모습을 상상하니 더한 어수선함이 머무를 것으로 느껴졌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찾는 이들도 없을 거라 생각되었다.

한쪽에서 허리를 굽히고 나무들 틈새로 바라보니 갯거리의 일부가 보였다. 나란히 이어졌으면서도  두 동강이 난 이들이기에 그 아픔을 지니고 있어 더 이상의 배려조차 외면하는 것일까. 극락(선소)의 세계에 도착한 분위기와 느낌이 이 정도이니 더러 허무한 마음도 생겼다. 이 오름이 지닌 극락으로 가는 길목과 그 장소가 어디인지 모르지만 그냥 이대로 자연스러움을 지닌 채로 놔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러움.... 혼란..... 어지러움!!!!! 그러면서도 전망을 우선으로 하는 오름을 선택하지 않았고 차라리 극락의 세계를 만난 것이라 여길 수 있던 것은 질서가 무너진 만큼의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때문이었다.

거친 수풀을 헤집으며 내려오는데 재선충병 관련해서 작업을 하는 차량이 있었다.  작업 당시 잘라 놓은 나무들을 운반하는 차량이었다. 재선충병! 사람도 차량도..... 구태여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사전 예방 대책이 미흡했던 사실을 인정했지만 더러는 허무하고 아쉬운 부분이라 느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