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큰낭가름..보목동 조노깃당
상태바
[향토문화]큰낭가름..보목동 조노깃당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8.03.18 2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깨끗한 마을 보목리에 자리 잡아 마을을 다스리는 신 돼

보목동 조노깃당

조노깃당
위치 ; 서귀포시 보목동 정술내 상류변 조노기궤
시대 ; 조선∼현대
유형 ; 민속신앙(당)

▲ 보목동_조노기당내부


조노깃당은 보목동의 본향당이다. 울창한 수림이 내(川)의 양쪽을 뒤덮고 있어 깊은 계곡의 풍치를 보여주는 마을 북서쪽 하천(정술내)가에 있는 조그만 동굴이 바로 당이다.

동굴 안에 있어 외양적으로 중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웅장하다. 당신은 ‘조노깃한집바람웃도’와 ‘새금상또심’으로 부부신이 좌정하였다.(멀티미디어제주민속관광대사전)

동굴 입구에는 담을 쌓고 철문을 달아 잡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동굴 안에는 바닥에는 장판을 깔았고 전선을 끌어들여 전등을 켤 수 있게 하였다.

굴 안에는 벽 중간 높이에 지름 1m 정도의 이중으로 난 굴이 있는데 이 굴을 신혈(神穴)로 생각하고 있다. 굴 바깥에는 제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조립식 집을 지어 놓았다.


옛날 어부 세 사람이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어느 섬에 상륙했는데 이 때 신령이 나타나 어부들은 무사히 살아날 수 있었다.

이를 보답하기 위하여 세 어부는 신령을 모시고 이 마을로 들어와 신령을 ‘노조기궤’에 모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들어올 때 큰 나무들이 울창한 것을 보고 마을 이름을 ‘큰낭가름’(甫木)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한 해에 한 번 정월이 되면 꼭 본향당을 찾아 가내의 안녕과 마을의 평안함을 기원한다고 한다.(서귀포교육청, 설촌유래 15-16쪽)


또 다른 본풀이를 보면 사냥신이라고 한다. 조노기한집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솟아났다.

조노기한집이 백록담에서 솟아 날 적에 한가슴 가득 금으로 된 책(神書)를 안고 손에는 금붓(神筆)과 일천 개의 벼룻돌을 한꺼번에 들고 나와서 다섯 마을 사람들의 흥망성쇠를 관장하였다.


소털로 만든 옷을 입고 검은 벙거지를 쓴 조노기한집은 활쏘기를 즐겼는데, 조노기한집이 천근짜리 화살을 한번 먹여서 하늘로 쏘면 삼천 천군(天軍)이 내려와 명령에 따랐고, 땅을 향해 쏠 때면 삼천 지군(地軍)이 솟아나서 떠받들었다.

조노기한집이 한라산에서 내려와 처음 좌정한 곳은 제완지 산허리였지만 침침하고 어두워서 볕이 잘 드는 칠오름 꼭대기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곳에 오색기와로 당을 지어 지내던 중 산신 백관과 내기 바둑 장기를 두어 지는 바람에 산신 백관(예촌 당신)을 형님국으로 모시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고기가 무척이나 먹고 싶어진 조노기한집의 아내는 인간의 돼지우리에 들어가 돼지 항문으로 손을 넣어 간과 내장을 함부로 꺼내어 먹어버렸다.


비린 냄새를 맡아 이 사실을 알게 된 조노기한집은 자신처럼 맑은 신이 부정한 아내와 함께 살 수가 없다 하여 아내를 막동골(서귀포시 토평리 지명)로 좌정시키고선 한라산에 들고나는 사냥꾼들의 안녕을 보살피는 일을 맡게 되었고 깨끗한 마을인 보목리에 자리를 잡아 마을을 다스리는 신이 되었다.


진성기 선생님이 채록한 본풀이에 의하면 백록담에서 솟아난 조노기 당신은 수렵신으로 남원읍 신례리 당신과 내기 장기를 두었다.

내기에 이긴 신례리 당신은 형님국으로 남원읍 신례, 위미 인근을 차지하고 내기에 진 조노기 당신은 아우국으로 토평, 신효, 하효 인근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조노기 당신의 부인이 임신중 금하고 있는 돼지고기를 먹고 말았다. 이에 화가난 조노기 당신은 부인과 결별을 선언하고 부인에게는 토평동에 좌정하라 하고는 자신은 후처를 맞이하여 신효동에 좌정하였다.

그러나 사람냄새, 돼지고기 냄새 등등의 소란스러움을 견디다 못한 당신은 다시 아래쪽에 있는 보목동의 제지기 오름으로 좌정하게 되는데 갑인년 흉년에 당집이 불에 타서 지금의 조노기궤에 좌정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본풀이에 의하면 보목리 당신은 한라산에서 솟아난 남성신이다. 도내의 다른 남성신처럼 한라산신은 수렵의 속성을 띄고 있다. 이는 신화는 당시 시대의 생활상을 나타냄을 비추어 초창기 신앙민들의 삶이 수렵이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제주 사람들의 위계질서가 수평구조였던 것처럼 신들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신앙권을 나눠 갖는다.

그리고 결혼하여 살다가 부인신의 돼지고기 부정으로 인해 별거를 해 후처를 들이고 여러번 좌정처를 바꾸는데 이는 본풀이에 등장하는 마을의 설촌시기와 연관지을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이 마을들이 같은 신앙권임을 추정할 수 있고 보목동이 인근 마을의 신앙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조노깃당에서는 1년에 세 차례의 제를 올리고 있다. 음력 정월 12일, 이월 12일, 동짓달 14일이다.

특히 신년과세인 1월 12일 당제에는 500여명의 신앙민들이 새벽부터 찾아와 한해의 안녕을 기원한다.

당제에 참석할 때에는 제물로써 메2, 과일, 소주, 양단 3장을 준비하고 3일전부터 돼지고기를 삼가고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탈 일을 금한다.

본향당제가 있는 날이면 보목동에 거주하고 있는 신앙민들 뿐만 아니라 인근지역 신효, 하효, 토평 지역의 신앙민 일부와 외지에 거주하는 심지어는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신앙민까지 잊지 않고 찾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평상시 집안에 우환이 생기거나 자손들의 입시, 취직시험등 큰 일이 있는 경우 현재 당을 매고 있는 심방에게 연락하여 심방과 함께 본향당을 찾아와 정성스럽게 제물을 준비하여 본향당신께 바치고 기원한다.


신앙민에 의하면 보목동 조노깃당이 워낙 영험해서 최근에는 무속신앙이 미신이라 기피했던 젊은 층의 신앙민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궤는 선사시대 바위그늘집자리이기도 하다. 입구는 좁지만 굴의 내부는 천장이 높고 사방이 넓어 충분히 주거생활을 했으리라 추측되는 곳이다.



《본풀이》


조노기한집이 솟아나긴 할로영산 백록담으로 솟아났수다. 솟아날 적이 안음 가득 금책, 좀이 가득 서붓, 일천장의 베릿돌. 상단궐에 상밸문세(上別文書), 중단궐에 중밸문세, 하단궐에 하밸문세, 저승 장오적(帳籍戶籍), 이승 오개일통(五家一統, 五家作統) 차지한 바람웃또. 산 쇠털 흑절립 은문대단 안을 받져 미남쌀(화살의 한 가지) 오니(힘차게) 질끈 물려 한 번을 털Em리면 삼천 굴멩이(軍兵?)가 도솟아 올라오고, 두 번을 털뜨리면 삼천 굴멩이가 도내려오고. 이제는 한집이 제완지 허리에 좌정하였더니 침침하고 야심하여 걸영소 낙인판(나침반) 놓아서 보니 칠오름 상봉오지에 청지애·백지애·흑지애·황지애 치여 좌정하니, 삼신전 삼백관(三神前三百官)이 좌정하여. 이제는 바둑 장귀를 두어, 동살장·서살장·침장·안장·가림장을 치여 바둑 장귀를 두어. 예촌 삼신백관은 성님국으로 차질 하고, 조노깃한집은 아시국을 차지하여. 이젠 조노깃한집 처(妻)씨는 토평 서웃동네 허씨 과무(寡巫)집이 정주인(定主人)을 잡았더니 괴기를 밧싹 먹고판 상돗통에 기여들언 보니 되야지가 용(龍)베갤 베와 용잠을 자고 이서. 강맹지를 손에 잡아 죄고 항문으로 손을 들이밀어 간내 식식, 양외 식식을 빼여먹어. 부정하고 서정하고 그렇게 하여 이시난 바람웃또가 조노깃한집의 그 올래에 갔더니 죈경내 나고 야경내 나서 '이게 어떤 일이냐?' 하니 '괴기를 먹고판 이만저만 한 게 죈경내가 납네다.'

'경 허민 우린 맑은 도(都)광 한 데 살 수가 어시니 막동골로 좌정하라. 좌정하여서 상단궐에 상문셀 받아서 삼잔 모싯잔 비단 괴단 침단을 받아라. 이 역가(보은의 뜻으로 신령께 바치는 정성) 속대전을 받아라.

내리목 산쟁이(사냥꾼) 오리목 산쟁이 불산쟁이 은설(血) 단설 받아먹어라.' 이제는 한집이 도내려서 신임신중또 말젯 애기 후처를 삼아서 신효 당팟 좌정?여서 '아지민 매감내(인간 냄새) 서면 냇내 나 추접하다. 개 되야지 발 싯인 물이 이시니 추접하다.'

이제 제지기 뒤에 새가름을 오라 좌정하였더니 제지기 동녘펜 당팟 제(祭) 무어(모셔) 제 닦아 당집을 지었더니 한집이 거기 좌정하여. 갑인년(甲寅年) 숭년에 얻어먹은 개와시(거지)가 댕기다가 당집이 불 지더비여. 한집이 간디온디 몰라서 고씨 할으방을 불러다가 마을에서 삼드렛상을 받아서 상청다릴 매여서 정시의 지남석 설령쇠(패철) 낙인판을 놓며 올라가더니 이제는 조노기 내창에 가서. 거기 갔더니 한집이 조노깃궤에 좌정하여. 이제는 상단궐 중단궐 하단궐에 제명을 받으며 누만년을 상 받읍네다.(제주도 무가본풀이 사전 494∼496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