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설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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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설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2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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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38m 비고:98m 둘레:2,056m 면적:273,810㎡ 형태:말굽형

 

설오름

별칭: 서악(鋤岳). 서오름. 서을악(鋤圪岳) 

위치: 표선면 가시리 산 1번지

표고: 238m  비고:98m  둘레:2,056m 면적:273,810㎡ 형태:말굽형  난이도:☆☆☆

 

 

자연림과 수풀들이 환경을 바꿔놨지만 모양새를 빗댄 특별한 명칭의 화산체...

 

가시리 권역의 오름들 중에 따라비의 존재와 입지가 대단한 만큼 이 일대의 오름들은 인기 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설오름만 하더라도 따라비와 인접해 있고 지나는 어귀에서 만날 수가 있지만 더불어 연계하는 과정조차 흔하지 않을 만큼 따로 인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이 설오름은 가시리 마을에서 가장 중요시되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다소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매해 정월에 마을제인 포제를 지내고 있는데 그 장소가 바로 설오름이다. 설오름의 명칭은 외형을 두고서 붙었는데 농기구 중에 호미를 닮았다고 하여 그 유래가 정해졌다.

호미는 제주의 낫을 일컫는 방언인 만큼 아마도 등성에서 봉우리로 이어지는 곳이 날카로운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호미(낫)로 비유를 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자료에는 서(호미鋤)오름으로 부르다가 이후 설오름으로 바뀌었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한자 표기에서 알 수 있듯이 호미(서)와 흙더미(을)로 표기한 것은 등성마루에서 봉우리 일대의 산 체의 모양새를 표현한 것임을 추측할 수가 있다. 세월이 지난 지금으로서는 자연림과 수풀들이 환경을 바꿔놨지만 옛 조상들이 섬세한 판단과 관찰력은 가히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

이 산 체의 정상 봉우리는 북쪽이며 남쪽으로는 바위들이 돌출되었거나 박혀있다. 굼부리는 서향이며 그 안에는 자연림이 숲을 이루고 있고 오름 명칭을 딴 설오름 새미(샘)라 부르는 곳이 있다. 이 샘은 상수도 시설이 이뤄지기 전까지도 마을 주민들이 천제(天祭)를 지내는 제수(祭水)로 이용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정상에는 산불 감시를 위한 경방초소가 있으며 일부 방향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전망이 좋은데 일대의 오름들이 실루엣처럼 이어지는 풍경을 만나는데 최적의 입지를 지니고 있다. 가시리 마을은 따라비와 큰사슴이 등 대표적인 오름들과 더불어 자연탐방로가 생겨나면서 많은 변화가 이뤄진 곳이다.

웃드르 권역이면서도 변화와 발전이 빠르게 이뤄진 곳이면서 이와 비례적으로 도보여행자들이 생겨나면서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난 상태이다. 갑마장길 이후 쫇은갑마장길이 생겼으며 마을 안길과 자연 지대를 연계하는 가름질(가스름질) 역시 마을의 속살을 찾아 걸으며 역사와 문화를 살피는 이색 도보여행지이다.

 

 

  -설오름 탐방기- 

가시리 가름질을 걸었던 날 돌아오는 길에 설오름을 찾았다. 웃드르 권역 중에 유난히도 가시리 일대를 즐겨 찾았던 즈음이었는데 설오름 역시 기대를 안고 방문을 한 셈이다.  따라비를 기준으로 할 때는 갑마장길이 연계가 되고 큰사슴이(오름)가 거칠게 유혹을 하기 때문에 오르미들에게 있어서 설오름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설오름은 아직도 산책로가  만들어지지 않은 오름이기도 하다. 따라비와 큰사슴이를 비롯하여 마을 안쪽의 갑선이(오름) 등은 친환경 매트나 타이어 매트 등으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설오름은 아직도 포제 때를 위하여 사용되는 모노레일 외에는 인위적인 부설물이 없는 자연 탐방로이다.

어쩌면 포제단이 있어서 신성시되는 곳이라서 아직껏 탐방 코스를 만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오르는 능선의 유격훈련이나 내려오는 촐왓과 덤불숲 사이의 길은 더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주변 오름 3종 세트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설오름~따라비오름~큰사슴이오름으로 이어 갈 수도 있고 설오름 등정 후 이동을 하여서 병곳오름~번널오름으로 연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갑마장길과 쫄븐갑마장길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인기도는 좀 떨어지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가시리 사거리에서 성읍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면 좌측으로 향하는 길이 있으며, 첫 번째는 따라비 방향이고 조금 더 가다가 제2 가시교 다리를 지나면 좌측으로 진입로가 있다.

물탱크가 있는 방향으로도 초입이 가능하여 선택의 폭이 있으며, 오름의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방향을 따라서 따라비로 이어서 오갈 수도 있다. 이 경우 더러는 전투 모드가 따르기도 했었지만 요즘에는 탐방객들이 디뎠던 자욱이 선명해서 큰 어려움은 없다. 백(back) 코스는 언제나처럼 흥미가 없어서 이날도 제1진입로의 경사를 타고 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이 주변 도로에 주차를 하고서 오름 능선 아래를 지나면 곧바로 초입지가 나온다. 제법 경사도가 있는 데다 워밍업이 없이 바로 이어지므로 각오는 필수이고 진입과 동시에 모노레일이 보였다. 포제 때에 사용하는 시설물인데 오름 경사를 실감하게 했다.

삼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동사면의 능선을 따라서 오르기 시작했는데 워낙 경사가 심한 때문에 허리를 구부리고 낮은 자세로 전진을 했다. 위쪽을 바라보니 거리 또한 만만치 않아서 차라리 앞만 보고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거친 숨소리를 추스르며 오르기를 10여 분 동안 진행한 후 모노레일의 종점이며 포제단이 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여느 오름 같으면 지그재그 형태로 탐방 코스가 만들어져 있겠지만 이곳은 곧게 뻗은 능선을 따라서 일직선 형태의 경사를 따라 올라야 했다. 오름 능선 중턱에 포제단이 있었다. 설오름의 특징 중의 하나는 곳곳에 커다란 바윗덩어리들이 있는 것인데 포제단도 오름의 암벽을 이용하여 그 아래에 자리를 하고 있었다.

매해 정월에 마을제를 이곳에서 지낸다고 하는데 이로써 설오름의 중요성은 파악이 된 셈이다. 포제단의 옆으로 바위틈을 따라서 올라가는 길이 보였고 이곳을 따라 다시 정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겨울 햇살이 부서지면서 쫓아오고 경사를 올라오면서 흘린 구슬땀은 덧셈의 불편을 안겨줬다. 

 

여러 개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커다란 바윗덩이들을 만날 수 있었고 바위틈 언저리에는 잡목들이 우거져 있고 그 아래로는 백량금이 빨간 열매를 맺은 채 자생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키 작은 자금우들이 보였고 이 주변은 온통 사스레피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범위는 넓지 않지만 허리를 숙이고 들어갈 정도였다.

설오름의 구성은 양 끝이 나지막이 솟아오른 형세이며 그 이음새는 한쪽 정상의 소나무 군락지를 따라서 연결이 되었다. 다른 편 능선 주봉 인근에 도착을 했는데 산불예방 감시초소가 있고 주변에는 퇴색된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서 볼품을 안겨줬다. 선 채로 이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겨우내 기간 오름 탐방에서 시원함을 필요로 하는 느낌을 표현하기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오르는 과정이 다소 버거웠던 모양이다. 잠시 풍경놀이를 하다가 경방초소 옆으로 트인 덤블 사이를 따라서 하산을 시작했다. 역시 정해진  탐방로는 아니었고 앞선 님들이 리본이나 헝겁을 매달아 놨기에 도움이 되었다.

억새왓과 촐왓 그리고 덤불숲을 헤치면서 그야말로 자연로를 따라서 하산했는데 말머리 지점인 이곳을 초입으로 선택하여도 무방했다. 초입까지 시멘트 도로를 따랐고 오름 능선 아래쪽을 따라서 가는데 그 거리가 멀지는 않았다. 지나면서 올랐던 설오름을 다시 바라보니 정상의 모습은 안 보였지만 빽빽하게 들어선 삼나무들이 대신 작별의 인사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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