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성불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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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성불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2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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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61.7m 비고:97m 둘레:2,221m 면적:380,707㎡ 형태:말굽형

성불오름

별칭: 성보람. 성불악(成佛岳)

위치: 구좌읍 송당리 산 266번지

표고: 361.7m  비고:97m  둘레:2,221m 면적:380,707㎡ 형태:말굽형  난이도:☆☆☆

 

 

염불을 하던 스님은 온데 간데없지만 자연림이 우거진 속에서 옛 모양새가 떠오르는 오름... 

수백 개나 되는 제주도의 오름들 중에서 명칭의 유래를 살펴보면 특별하게 나타나는 곳들도 있는데 세월이 흘러 환경이 변하면서 예전과 달라진 곳들이 많다. 보통은 외형상이나 지역적인 입지 등으로 나타나는데 침식에 의한 변화나 자연림이 깊은 숲을 이루는 과정에서 모양새가 변한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성불오름의 경우는 좀 더 특이한 점이 나타나는데 산 체의 모양새가 스님이 염불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명칭이 붙었다고 했으니 당시 상황이라 할지라도 참 대단한 눈썰미라 생각이 된다. 

한자의 뜻으로 성불(成佛)을 거론하는데 있어서 그 유래나 근거를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오름 중턱에는 고려시대에 창건된 성불암(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봐서 이를 불신해서도 안 될 것 같다. 또한 성불암이 있던 곳이라서 성불오름이라고 부르게 된데 대하여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흔하지는 않지만 이 오름을 달리 성보람이라고도 부르는데 이에 관해서는 성불암의 변음으로 추측을 하고 있다. 이 화산체가 지닌 매력 중 하나는 위치에 따라서 달리 보이는 점인데 명칭과 관련해서는 남쪽 봉우리에 박혀있는 돌을 목장 쪽에서 바라볼 때 수도승의 모습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물론 깊은 숲을 이루고 있으면서 환경의 변화가 이뤄진 지금으로서는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일찍이 이와 관련한 유래를 생각하면 특별한 경우로 여겨진다. 산 체의 남과 북쪽에 두 개의 봉우리가 능선을 따라 이어지면서 그 아래로는 동향의 말굽형 굼부리를 거치고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

굼부리 주변 역시 잡목들이 우거져 있으며 골짜기 틈새를 따라 물이 흘러나오는데 이를 성불천(川)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샘은 과거에 정의현(성읍) 내의 주민들의 급수원으로도 사용을 하였다고 하니 수량과 수질이 좋았음을 알 수 있는데 세월이 지나고 환경이 바뀐 지금은 아쉽게도 식수로 부적합한 실정이다. 

한편, 성불오름을 두고 다소 외설적인 유래도 나돌고 있는데 오름 북쪽의 외부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여성의 상징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말굽형의 오름 화구로 용암이 흘러간 곳에 생겨난 형상이고 이 일대에서 샘이 솟기 때문이다. 옛 조상들이나 자연을 찾는 사람들의 그 상상력을 동원한 표현은 가히 그럴싸하게 나타난다.

성불오름의 비고(高)는 97m로서 오름 탐방의 깊고 그윽한 맛은 좀 떨어지지만, 능선을 돌면서 바라보는 전망과 전반적인 탐방의 조건이 좋은 편이다. 특히, 계절에 맞춰서 피어나는 야생화들과의 만남과 오름 정상부 둘레를 돌아보는 동안에 만나는 주변의 경관은 일품이다. 

 

 

  -성불오름 탐방기-

제주시 출발을 기준으로 할 때 번영로 도로변에서 쉽게 보인다. 대천동 사거리를 지나면서 2차선으로 서행하며 우측의 주차 공간을 찾으면 된다. 오름 주변은 흔하게 목장이 자리하게 되는데 이곳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때 이곳 북쪽은 승마장이 운영되었으나 지금은 목장만 있으며 사유지를 포함하는 오름 진입로이다.

오름 탐방로의 길이는 1km에 조금 못 미치며 능선을 오른 후 오름 둘레를 돌아보게 된다. 좌우 측의 진입로가 있어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우측을 먼저 선택할 것을 권한다. 좌측(東)으로 전망대와 성불천이 있으나 일단 오르막과 서남쪽 능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타이어 매트와 목재 데크로 구성이 된 탐방로를 따르는 초반부에 경사가 조금 있지만 거리나 시간상으로 무리함을 요구하는 곳은 아니다. 제주의 오름에서 만나는 삼나무는 대부분 인공림이다. 성불오름에서 삼나무와 소나무를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에 포함이 된다. 더러 쓰러져 방치된 삼나무들도 보여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삼나무가 차지한 한쪽에서는 편백나무도 몇 그루 만날 수 있었는데 그 곳에는 유일하게 친환경 매트가 깔려 있었기에 짧은 거리이지만 지나는 동안에 탐방의 묘미는 덧셈이 되었다.  화구 안쪽을 살펴보려 하였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탐방로도 없거니와 빽빽한 수림들과 수풀이 가리고 있어서 바라볼 엄두를 못 내었다.

포기를 하고 능선 남쪽에 도착을 하니 한라산을 비롯한 오름 세상이 실루엣처럼 펼쳐졌다. 신록의 계절이 지나고 있다고 하지만 푸름으로 색칠이 된 주변은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덤으로 불어오는 맑고 신선한 바람은 언제나 오른 자들에게 있어서 그 대가로 받는 선물이 되는데 유난히도 맑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능선을 거니는 동안은 억새와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고 간간이 수크렁이 섞여 있으면서 분위기를 띄웠는데 머지않아서 퇴색된 모습으로 변할 즈음에는 더 운치가 있는 동반자가 되어 줄 것 같았다. 오름 동쪽은 소나무 군락지인데 이곳에는 애써 매트 등의 인위적인 시설물을 깔지 않았기에 떨어진 솔잎과 자연의 흙길을 밟으며 지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당연히 느낌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길을 따라 이동을 하다 보니 전망대에 도착이 되었으며 별도로 거창한 시설을 하지는 않았지만 잠시 쉴 수 있는 공간과 함께 트인 정망대가 있었다. 샛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을 외면할 필요는 없었다. 지나온 성불오름의 느낌을 심판하는 동안에 맑고 신선한 바람은 이마에 고인 땀을 말끔히 지워줬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서 마주한 비치미(오름)가 유난히도 돋보였는데 너 잘나고 나 못나고를 따지지 않고 정겹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성불오름에 오르면 문득 비치미마저 오르고 싶고 거꾸로도 마찬가지로 떠오르는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마무리를 하고 돌아 나오는데 역시 수고에 보답하는 것은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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