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세진봉
상태바
[오름이야기]세진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28 2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월읍 광령리..문명의 이기조차 거부하는 숨은 화산체

 

세진봉

별칭: 세진오름

위치: 애월읍 광령리 난이도:☆☆☆☆

 

속세와의 인연을 멀리하고 문명의 이기조차 거부하는 숨은 화산체...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소재하는 오름들 대부분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이 되고 있으며 탐방로 자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른바 슬기와 지혜를 동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라산 자락을 중심으로 여기저기에 도로망이 생겨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이동성에 관해서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문제는 출입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생태 탐방이나 학술 조사단 등 사전 허락을 받은 팀에 합류를 하는 과정이 중요한 사항이다. 이렇게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오름이라 할지라도 대부분은 오름미들이 다닌 흔적이 있는데, 이는 통제되기 이전이나 이후에 비탐방로를 찾는 일부 마니아들이 남긴 자취라고 할 수 있다.

국립공원 내의 오름들을 찾아가는 과정은 더러 길이 난 곳도 있지만 딱히 이곳이 정로(路)이다!라고 할 탐방로가 없는 곳들도 있다. 또한 코스와 진입로를 선택하는 폭이 넓기 때문에 몇 곳을 연계한다면 더없이 좋으나 역시 제한이 따르는 부분이 문제가 된다. 한라산 자락 아래 깊은 곳을 차지하여 숨은 화산체 중 세진봉 역시 출입 제한 지역이다.

이 주변에는 이스렁과 어스렁이 있으며 쳇망(망체)과 볼레오름 등이 세진봉을 에워싸고 있는 형세다. 또한 영실 탐방로를 통한 등반로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관찰이 쉬운 편은 아니다. 하나같이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였지만 이스렁과 어스렁, 쳇망 등을 찾는 오르미들은 있으나 세진봉을 경유 하는 경우는 드물다.

화산체로서의 입지와 환경이 그러한데다 위에 나열한 오름들과의 차이가 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세진봉에 관한 유래나 내력에 관하여 서술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1989년에 발표한 제주도 오름 자료에도 세진봉은 포함이 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어쩌다 이스렁을 포함하는 여정으로 세진봉을 만났다 할지라도 사진 몇 장을 함께 올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칭 또한 일부 오르미들을 통하여 구전이 되면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이와 관련하여 정확한 유래는 나와 있지 않다.

1100도로나 영실, 어리목 등산로 방향으로 이어지는 오름들은 하나같이 대자연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이방인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

쳇망오름~이스렁오름~어스렁오름~세진봉~볼레오름~왕오름~장오름...... 순서야 정하면 되겠지만 하나같이 출입이 통제가 된 때문에 꿈의 라인을 따라가기는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일대의 대표적인 오름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들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어느 편을 연계하던지 몇 곳을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세진봉 탐방기-

1100고지 휴게소에 도착을 한 후 탐라각 계단에 올라섰다. 한라산 방향을 시작으로 봉우리들이 보였는데 이날 생태 탐방 조사단들의 여정에 포함이 된 곳들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낮지만 가까이로는 장오름과 왕오름이 보이고 그 뒤로 볼레오름이 솟아 있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중앙과 좌측으로 어스렁과 이스렁이 자리하고 있고 세진봉은 면적과 비고(高) 등 규모가 말해주듯 희미하게 그려볼 수 있는 정도였다. 탐방대를 따라 진입을 한 후 숲을 거닐기 시작하였는데 조릿대의 심한 반란을 이겨내며 전진을 하다가 장. 왕오름을 만났고 다시 이동을 하였다.  숲에도 아침이 찾아왔다.

햇살이 전하는 기상 전파에 숲도 부스스 하루를 열 준비를 했다. 옆으로 길게 누운 나무 사이로 내비치는 강한 햇살은 어쩌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숲과 곶자왈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림을 지나고 개활지가 이어지는 곳에 산철쭉이 곱게 피었다.

가는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잠시 동안이라도 눈 맞춤의 기회를 요구하며 애교를 부렸는데 마치 응원이라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천연림을 지나고 중간에 만나는 개활지는 하나의 쉼터이자 위치 선정 등을 가늠하는 장소가 되었다. 

낮은 능선이지만 산 체의 외부는 곶자왈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림과 화산석들이 차지를 하고 있었다.  정로(路)가 없기는 하나 애써 이들이 향연을 쫓으며 진행을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깊은 숲을 헤치고 빠져나오니 비로소 세상이 열렸는데 대자연이 보이고 봄의 중심이 열리며 초록의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백장군의 늠름함과 기백을 실은 영실 기암도 역시 사정권 안에 들며 웅장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고개를 쳐들면 대자연이 보이지만 역시나 헤쳐 나가는 과정은 아직도 진행형이 되었다. 다시 개활지를 다시 만났는데 어떻게 보면 길이 아닌 길을 가면서 이곳을 만나는 것은 올바른 공격 코스로 이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고 마침내 어스렁 그 이정표에 도착을 했다.

딱히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필히 만나고 인증샷과 더불어 전망대로서의 신세를 져야 하는 쓰러진 나무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던 거목이 강풍 때문인지 우연히도 가장 필요한 장소에 쓰러져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나무가 어스렁의 목표지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나무를 타고 올라서야 비로소 일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했다. 참 묘한 일이었다. 영실 기암 층에서부터 윗세오름 방향의 드넓은 초원과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면서 마침내 주변의 인기 오름에 비하여 저평가 되는 세진봉(岳)도 뚜렷이 그 형체를 내보였다.  비로소 세진봉의 실체를 알게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사를 내려간 후 계곡 틈을 따라 다시 올랐다. 찾는 이들이 거의 없는 화산체인지라 길이라 할 만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정상으로 여겨지는 곳에 도착을 했지만 깊은 숲을 이룬 상황이라 바깥세상과는 인연을 땐지 오랜 되어 보였다. 속세와의 인연을 멀리하고 자연만이 존재하는 곳.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며 순수함 그대로를 간직한 곳. 세진봉은 그 봉우리의 정상부조차 꼭꼭 숨어 있던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