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소병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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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소병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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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73m 비고:93m 둘레:1,848m 면적:178,836㎡ 형태:말굽형

소병악

별칭: 족은오름. 병산(竝山). 병악(竝岳). 소병악(小竝岳)

위치: 안덕면 상창리 산 2-1번지

표고: 473m  비고:93m  둘레:1,848m 면적:178,836㎡ 형태:말굽형  난이도:☆☆☆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 두 화산체 사이로 새끼오름이 있어 가족을 이루고 있는...

 

오름 위의 봉우리가 툭 튀어나온 모양새라 하여 여자의 얹은 머리를 닮은 꼴이라 하였고 이 때문에  여진머리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나란히 이어진 이 두 오름을 두고서 병악이라고 부르게 된 데는 다소 궁금한 점도 생긴다. 한자로 병악(竝岳. 山)이나 병산이라고 표기를 하며 크기를 감안하고 구분을 위하여 대병악과 소병악으로 부른다.

또한 서로 다른 두 산 체가 나란히 이어져 있는 때문에 골른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쌍둥이를 일컫는 골로기(골래기, 골애기)의 방언에서 비롯된 관형어이다. 두 화산체는 가까운 곳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서 바라봐야 명칭에 가깝게 느껴지며 보는 위치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딱히 외설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봉긋하게 솟은 쌍둥이 오름이라 여인의 머리보다는 볼록한 가슴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들 화산체를 두고서 붙여진 명칭도 여러 가지인지라 헷갈릴 정도인데 크기를 고려하여 큰오름과 족은오름으로 부르며 이를 다시 대병악과 소병악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오름의 남동쪽은 넓은 초지와 빌레로 이뤄져 있고 목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남서쪽의 일부는 농경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빈네오름이라 부르는 화산체가 있다. 빈네는 제주 방언으로 비녀를 뜻하기 때문에 여인네들이 머리에 꼽는 빈네의 형상을 두고 명칭이 붙었다.

이러한 가운데 행여나 빈네오름이 여진머리 옆에 있다면 둘은 또 하나가 되어 어우러질 법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갈라놓은 자연의 마법은 이들에게 그리움과 외면이라는 숙제만 남겨놓았다. 

빈네의 북동쪽 사면 아래로는 과거 목장으로 이용이 되었으며 일대의 기슭이 드넓은 벌판이었다. 하지만 오래전에 빈네의 허리 아래를 잘라내어 일대를 포함하는 골프장이 생겨나 변화를 이뤄냈다. 사실상 빈네로서는 자신의 살을 도려내어 골프장에게 내어준 셈이며 문명의 이기에 짓눌린 셈이다.

결국 지금의 빈네는 자신을 필요로 하며 머리에 꽂아줄 여인네를 그리워하면서 애달프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 주인을 꼽는다면 당연하게 여진머리가 되지 않겠는가. 어쨌거나 골른오름이라는 명칭이 그러하듯 빈네를 대신하여 두 화산체가 나란히 이어지는 것은 그나마 고고한데 처하는 것을 막아준 셈이다. 더욱이 둘 사이를 두고 앞쪽에는 또 하나의 화산체가 있다. 

골른오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라 여기면 다소 억지가 될까. 이른바 새끼오름이라고 부르는 낮은 산 체가 있어서 함께 가족형태를 이루고 있다. 크기나 규모 면에서 견주지 못 하겠지만 어엿한 독립형 화산체가 앙증맞게 솟아 있다. 따라서 병악은 듀엣이 아니고 트리오로 보는 것이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소병악 탐방기-

도로변 우측 목장 입구에 초입 안내판이 있으며 차량 몇 대 정도는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목장 지대로 이뤄진 곳을 지나면서 소병악을 먼저 만나게 되는데 이 일대는 봄철 고사리밭으로도 유명하다.

계절에 맞춰 찾는다면 인근에 탈(산딸기)이 먹음직스럽게 보이고 산두룹과 산초나무 등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이며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지고 목장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예전만큼은 못 하다.

어느 지점을 초입으로 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슬기롭게 두 오름을 정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봉긋하게 솟은 오름인 만큼 거리보다는 경사도가 있는 곳을 오르고 내리는 일을 두 번 반복해야 하는데 사전에 이런 상황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주변 오름을 탐방하고 연계를 하여 오랜만에 다시 찾았던 날. 초입을 따라 가는데 조금 바뀐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근년에 들어 진입로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하여 대나무에 리본을 매달아 놓은 게 눈에 띄었다.

누군가의 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자연의 일부만 훼손되게 하므로 큰 도움이 되게 마련이다. 목장을 따라 들어가면 화산체 가까이에 도착이 되는데 진입 표식이 있었고 소나무가 숲을 이룬 아래로 목재 데크가 있어 도움이 되었다.

여름에 찾는다면 짙은 솔 향도 맡을 수 있겠지만 겨울의 마지막 시기인지라 떨어진 솔잎이 대신 반겨줬다. 백량금은 결코 바쁜 걸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빨간 열매로 유혹을 하기에 기꺼이 무릎을 꿇었다. 

 

굽이굽이 돌아서 오르게 구성이 되었지만 거리 보다는 경사도가 우선이기에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허리를 지났을 뿐인데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보니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탐방의 깊은 맛은 이런 과정을 포함하여야 되겠지만 오르고 난 뒤 또 대병악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천천히 숨을 추스르며 오르니 정상부에 도착이 되었고 한쪽에 경방초소가 있다. 대병악이나 소병악이나 사방 전부를 전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것이다. 한라산은 물론이고 산방산을 시작으로 송악산과 마라도 등을 전망할 수 있지만 끝내 날씨는 남의 편이 되어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그나마 근거리의 오름들은 사정권 안에 들어와 이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어지간하면 송악산과 그 너머로 최남단 마라도까지 시야에 들어오는데 너무 섭섭했고 아쉬움만으로 대신하기에는 너무 언짢을 정도였다.

어차피 날씨의 정도는 예상하고 찾았지만 오랜만에 찾았던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등성을 가로질러 이동을 하면서 대병악이 보였는데 여진머리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어느 면에서 봐도 머리통을 닮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오름 명칭이 그러하듯 구전에 연할 뿐이다.

저 모습을 보고 빈네(오름)가 과연 반할 리가 있을까. 아니면 한 여름철 짙게 숲을 이룬 모습을 보면 외로움을 달래는 정도로는 구애의 대상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자연이 연출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그려보며 다시 여진머리를 향하여 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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