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손지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손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04 0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255.8m 비고:76m 둘레:2,251m 면적:279,921㎡ 형태:복합형

 손지오름

별칭: 손지봉(孫枝峰). 손지악(孫支岳). 손악(孫岳)

위치: 구좌읍 종달리 산 52번지

표고: 255.8m  비고:76m  둘레:2,251m 면적:279,921㎡ 형태:복합형  난이도:☆☆☆

 

 

주변 오름들과의 인기 경쟁을 포기했지만 할배의 몸매를 따라 곡선미와 각선미가 돋보이는...

 

손지는 손자를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이 오름과 관련하여 구전되는 내용 중에 손지의 개요는 한라산을 닮았다 해서 한라산의 손지라고 하였다는 내용이 있으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따라비(오름)의 손지로 여기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하다.

따라비의 가족들은 모지오름을 비롯하여 장자오름과 새끼오름이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데 유독 손지오름은 떨어져 있다. 그러나 가부장적으로 이어지는 명칭을 전제로 할 때 손지의 할아버지를 따라비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외형상으로도 비슷한 입지를 지니고 있는데 산 체의 봉우리와 미끈하게 이어지는 능선 등이 우선 빼닮았다고 할 수 있다. 오름의 중심부는 타원형으로 이뤄진 굼부리가 있으며 사면을 따라 평평하게 등성이 이어지는데, 묘하게도 X형으로 삼나무를 조림한 것이 세월이 흘러 이색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외형적인 면에서는 손지의 심벌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를 제외하고서 지역별로 구분을 할 때 오름의 왕국이라 할 수 있는 구좌 권역 중에서도 손지오름이 있는 주변의 인기는 대단하다. 하지만 찾는 이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손지보다는  용눈이와 다랑쉬 쪽이 더 많은 편이다.

안전성과 편안함이 있기 때문에 오르미들보다는 여행객들의 방문 수가 늘어난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탐방의 멋과 전망을 우선으로 한다면 다랑쉬가 우선이다. 이런 요인은 하나의 수치로 구분을 하겠지만 운치와 분위기에 있어서 손지오름을 무시하고 외면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착각이다. 

거함 다랑쉬의 기세도 용눈이의 각선미도 손지오름이 보여주는 비교가 있기에 탐방의 묘미가 살아나는 것이다. 즉, 이들이 뽐내고 우쭐대고 있는 것은 손지오름을 향하여 자신들이 최고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때문이다. 이렇듯 주변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 손지오름을 포함하는 오름의 군락으로 일축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인기와 선호도가 나타나는 것이다.

손지오름은 철저하게 안과 밖이 다른 이중형의 오름이다.  억새로 뒤덮인 능선을 오르고 정상에 서면 미끈한 자태로 자신을 보여주는 오름인 것이다. 즉, 오를 때와 오르고 나서의 대단한 반전이 이뤄지는 오름인 셈이다. 아름다운 각선미와 부드러운 곡선미. 그러기에 손지오름은 아마도 손자(손지)이기보다는 손녀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이러한 정황을 알기 위해서는 비로소 정상부에 올라가서 확인을 할 때 그 증명이 된다. 굼부리의 둘레를 따라 이어지는 각선미와 화구 능선에 펼쳐지는 곡선미를 두고서 남자보다는 여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손지오름의 높이는 255m 남짓하나 비고(高)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76m로 기록이 되어 있다.

따라서 손지오름 탐방에 있어서는 깊고 그윽한 맛과 멋을 찾기보다는 능선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을 우선으로 하고, 정상에서 일대의 오름과 초원을 전망하는데 그 의미를 더해야 할 것이다. 찾아가는 방법은 송당길에서 동쪽으로 이동을 하다보면 용눈이(다랑쉬)오름으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 도착하기 전에 우측에 손지오름이 위치하며 표석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초입을 하는 것은 전투 모드로 진행을 해야 하는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며, 그렇다고 표석을 따라 우측으로 이어지는 소로는 농장으로 가는 길이다. 물론 깊숙한 곳까지 가서 다시 우회(동)를 하고 손지봉을 오를 수 있으나 이 역시 낭패다.

따라서 초입은 가던 방향(용눈이 삼거리)으로 더 이동을 하면서 우측 대로를 따라 3~400m 정도 더 가면 성산 10km 라는 표지가 보이며 이 우측을 이용하면 된다. 몇 대의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으며 불가 시는 우측 도로변 갓길을 이용하면 된다.

이 경우 동쪽 소로는 목장이나 농지와 관련하여 가끔 차량 통행이 이뤄지므로 방해가 안 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손지오름 탐방기-

손지오름을 하절기에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초입 주변은 땅벌들이 공습경보 사이렌을 울리며 일제히 침입자를 향한 공격이 이뤄지고, 억새 군락을 지나는 동안 어쩌다 꼬물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허겁지겁이 된다. 또한 억세고 빽빽하게 늘어선 초록의 으악새는 발 디딜 공간을 좀처럼 열어주지 않는다.

자랄 데로 자란 억새는 보통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인데 다소 불편함이 따르는 만큼의 운치도 있다고나 할까.  억새를 헤치며 오름 허리를 따라 오르기 시작하였다. 군락을 이룬 억새밭은 특별히 산책로가 꾸며지지 않았다. 하지만 목장 관계자와 앞선 오르미들이 다녔던 흔적이 있어서 이를 따라서 오르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직 능선 한편을 지나는 정도일 뿐인데 억새를 헤치며 나아가는 과정과 경사도가 있어 오르던 것을 멈추고 심호흡을 추스르며 잠시 뒤돌아섰다. 용눈이가 눈높이를 같이하며 앞에 펼쳐졌는데 역시나 매끈하게 이어진 모습이 아름답기만 했다. 손지봉의 허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그의 각선미에 견줄만한 아무 가치를 못 느꼈다.

그러기에 용눈이를 향하여 부드러움의 극치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상으로 가는 동안 만나는 억새들은 정말 대단했다. 이제쯤 성장을 멈춘 억새들은 눈높이 보다 더 위로 뻗어있었는데 퇴색이 되면서도 겨우내 기간 이들은 이 모습으로 버티게 됨을 잘 알고 있었다. 정상부에 도착을 하면 다음 차례로 철조망 통과가 이뤄졌다.

목장을 겸하는 곳이라서 경계를 겸한 구성이 되었지만 보통 사람이 통과할 수 있도록 공간이 있었다. 허리를 구부려 낮은 자세로 임하고 나니 비로소 화구와 정상부가 보였고, 지금껏 억새 군락을 지나는 동안의 거칠고 대단했던 흔적은 다 사라졌다. 그저 앙증맞고 소박할 정도의 화구와 능선 모습만이 눈앞에 펼쳐졌다.

남쪽 정상부의 주봉을 중심으로 하여 비교적 평평한 등성을 이루고 있으며 봉우리는 3개로 나뉘어져 있다.  방향을 밖으로 돌리니 좌보미와 동거문이가 눈에 들어왔는데 가시거리가 희미하여 못내 아쉬웠다. 두 곳이 다 동부권 오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기에 좀 더 눈길을 보냈다.

손지오름을 오른 주인공에게 너무 많이 좋은 날씨는 과분하게 여긴 것 같았다. 아마도 쭉쭉 빠진 몸매를 따라 걷는 오르미들에게 있어서 날씨의 신은 심하게 시기와 질투를 하는 때문이리라.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손지봉의 능선은 그야말로 최고의 부드러움으로 연결이 되었다. 지 애비(할배)인 따라비의 혈통과 체질을 그대로 쏘옥 빼닮았다는 거 아니겠는가.

어쩌면 손지봉은 부드러움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다소곳이 앉거나 서서 주변을 조망하는 자체가 너무 좋다. 내놓으라 하는 동부권의 오름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그림의 가치는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