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쇠기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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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쇠기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0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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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78m 비고:33m 둘레:549m 면적:23,052㎡ 형태:원추형

 쇠기오름

별칭: 쇠개오름. 송애기오름. 숫오름. 웅악(雄岳) 

위치: 남원읍 수망리 127번지

표고: 178m  비고:33m  둘레:549m 면적:23,052㎡ 형태:원추형  난이도:☆☆

 

 

작고 낮은 산 체를 두고 송아지라 하였지만 전망하기 좋은 입지를 지닌 오름... 

 

수백 개의 오름이 다 특징이 다르지만 쇠기오름만큼은 도대체가 특징을 거론할만한 특별한 것이 없다. 분화구가 없이 솟아 오른 형상은 마치 거대한 고분이나 머체 또는 원추형의 빌레처럼 보인다. 오름 주변으로는 아예 동백나무를 비롯한 정원수들이 식재가 되어있으며 일부 과수원과 농작지가 차지하고 있다.

사유지를 포함하는 오름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일대가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노출을 꺼려하듯 꼭꼭 숨어 있는 쇠기오름을 만나는 것이 여간해서 쉽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작은 화산체 하나를 놓고 부르는 명칭과 유래는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보통은 쇠기오름이나 소기오름으로 부르지만 분화구가 없이 솟아난 모양새를 두고서 수컷을 상징하였고 이를 한자로  웅(雄)악으로도 표기를 하고 있다. 쇠기(소기)는 송아지(송애기)를 뜻하는 지역적인 방언의 일종이다. 따라서 어미 소의 형상을 운운하기 보다는 산 체가 적은 단순형의 오름이라서 송아지를 빗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이 주변의 오름들 중에 넉시오름은 넋이 나간 소가 누워있는 형국이라 하였고, 소소름(오름)은 소가 갸름하게 누워있는 형국이라 했는데 송아지를 빗댄 쇠기오름까지 합하면 공교롭게도 세 곳이 다 소(牛)와 관련하여 명칭이 붙은 사례가 된다.

전 사면에 걸쳐 억새가 장악을 했으며 농원과 연계되는 남쪽 기슭을 중심으로 조경용 관상수를 재배하고 있고 기슭 아래에는 밀감 밭도 있다.  비교적 작은 화산체이면서 33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은 없는 편이다. 그러나 제주의 어느 오름이든 일단 오르면 반전이 있기 마련이다.

나지막한 등성이지만 키가 작은 억새들 틈에 발을 디디면 한동안 정지된 모습으로 눈싸움이 이어진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는 호위부대들이 그 대상이 될 것이고 그 이름은 성널오름과 사라오름 등을 포함하는 정예부대들이다. 그 흔한 전봇대나 철탑도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며 숲을 이룬 현장만이 바라보는 길목을 차지할 뿐이다.

주변의 오름들 중에서 한라산의 동남향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가 바로 쇠기오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는 거리나 높이를 떠나서 숲을 이룬 나무들 외에 가리개들이 없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한라산과 오름 군락뿐만 아니라 해안 방향도 역시 전망이 용이하다. 산 방향에서 눈을 떼고 잠시 등을 돌리면 일출봉 일대와 끝없는 수평선이 기다리는 만큼 사방을 돌며 풍경 놀이를 할 수 있는 입지를 지니고 있다.

산이 낮다고 해서 풍경도 작을 수는 없다. 오름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전망도 작지는 않는 법이다. 과거 이곳에 경방초소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을 할 수가 있다. 찾아가는 방법은 남조로변 수망리 사거리에서 중산간도로(16번)를 따라 동쪽 방면으로 이동을 하다가, 좌측으로 돌하르방 두 개가 세워진 송원농원(한자표기)을 만나는데 이곳으로 진입을 하면 된다. 사유지인 만큼 행여 쥔장님을 만날 경우는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

 

 

-쇠기오름 탐방기-

초행의 입장이라면 근처에 도착을 할 즈음에 비상등을 켜고 저속 운전이 필요하다. 입구가 툭 튀어나온 것도 아니고 도로변에 평범하게 위치한 때문이다. 돌하르방 두 기가 있으며 대문 틀은 있지만 별도로 문이 달리지는 않아서 진입이 가능했다. 시멘트로 포장이 된 길을 따라서 계속 가면 막다른 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우측으로 향한 후 바로 좌측에 밀감 밭이 있었는데 과수원에서 오름으로 향하는 진입로가 별도로 구성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 만큼 숙대낭(삼나무)이 있는 한쪽을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진입을 했다. 농원과 밀감 밭을 포함하는 사유지에 진입이 된 이상 꾸물거리지 말고 임무 수행을 이어가야 한다. 과수원에서 담장을 넘으니 별도의 농로가 나왔는데 굴거리나무와 동백나무 등이 곳곳에 심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핏 봐도 조경사업을 하는 현장임을 여실히 알 수가 있었는데 소로의 일부분도 오름 아래의 일부가 포함이 된 것으로 보였다. 

딱히 어느 지점이 초입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험하지 않은 지점을 선택하여 오르기 시작하였고 능선 역시 길이 없기에 키가 작은 억새들을 헤치면서 정상 방향을 주시하며 올랐다. 정상이라고 해봐야 몇 분 만에 도착이 되는 거리였는데 올라서 할 일은 그저 일대를 전망하는 그 자체였다. 겨울의 중심이었지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지는 않았고 영상의 기온과 그런대로 무난한 시계인 상태라 느낌도 좋다고나 할까.

 

쇠기오름 정상에서의 반전은 어디까지나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는 일대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오름 군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숲으로 가려질 정도의 목장 창고나 비닐하우스 등의 모습은 애써 볼 경우에나 만날 수 있었지만, 흔하게 만나게 되는 철탑이나 중계탑 또는 전신주조차 이곳에는 침범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라산 남벽의 눈 덮인 모습을 그리며 한참을 기다렸지만 구름의 심한 질투와 시기로 인하여 어느 정도에서 멈췄고 방향을 돌려 비교적 가까운 곳의 오름들과 눈싸움으로 대신하였다. 쇠기오름에서는 절대 낮은 자세로 임하지만 큰사슴이를 시작으로 따라비와 설오름 등이 사정권에 들었다. 또한 조금 더 좌측으로는 녹산로 주변의 번널오름과 병곳오름이 눈인사를 해왔다.  제주에서 숙대낭(삼나무)를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쇠기오름 일대에는 유난히도 넓게 이어졌다.

그야말로 쇠기오름이 내어준 어깨에서 만나보는 볼품이 있는 일대로 비쳤는데 마치 성질이 다른 곶자왈처럼 그 숲은 드넓게 펼쳐졌다. 양치식물이나 넝쿨 또는 자왈이 없으면 어떠랴. 대자연이 펼쳐진 현장이면서 음이온 덩이와 대규모 피톤치드로 범람이 된 곳인데..... 누군가가 이 일대를 호시탐탐 노리고 위대한 실수로 인해 사고 팔리는 일이 생긴다면 이곳 또한 문명의 이기에 밟히게 될 것이다.

부디 오래도록 이 모습 그대로 간직되기를 희망했다.  과거에는 이곳에도 경방초소가 있었다고 하는데 산 체의 크기나 비고(高)를 생각한다면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만큼 사방으로의 조망권이 좋다는 의미이다.

지금으로서 정상에서 만나는 유일한 시설물은 삼각점 표식이 전부였다. 낮으나 등성으로 분류를 해야 할 곳에 사스레피나무 몇 그루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코 끝을 가까이 데고 킁킁거리며 특유의 향을 맡으려 했지만 귀중한 사스레피의 고급스러운 냄새는 풍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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