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시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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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시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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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757.8m 비고:118m 둘레:2,046m 면적:276,280㎡ 형태:원추형

 시오름

별칭: 숫오름. 웅악(雄岳)

위치: 서귀포시 서홍동 산 1번지

표고: 757.8m  비고:118m  둘레:2,046m 면적:276,280㎡ 형태:원추형  난이도:☆☆☆

 

 

 

기세나 지세는 도전적이고 거센 면이 베인 화산체라 하였으나 부드러움이 있는...

 

같은 오름을 몇 번씩 만나도 그때마다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된다. 계절을 달리하는 때문도 있지만 끊임없이 이뤄지는 변화로 인하여 마치 새로운 곳을 만나는 듯한 기분도 들게 된다. 특히나 자연과 생태가 변하는 것보다는 인위적인 요소가 더해져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는 더 그러하다.

산록도로가 생긴 것과 더불어 한라산 둘레길을 비롯하여 숲 탐방로와 산책로 등의 탄생은 자연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서귀포시의 서홍동에 위치한 시오름은 이런 환경의 변화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오름이라 할 수 있다. 시오름 일대는 한라산둘레길(동백길)이 통과를 하며 여러 갈래의 탐방로가 개설이 되었다.

놀멍 추억의 숲길과 가베또롱길을 비롯하여 호근산책로와 추억의 숲길 등이 구성되면서 일대는 커다란 변화가 이뤄졌다.  자연과 생태의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구성을 했다지만 달라진 환경은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산록도로로 인하여 이동성이 좋아진 데다 선택의 폭이 넓은 때문에 연중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한 결과에 따르는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접근성이 쉬우진 때문에 숲길이나 둘레길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거리나 시간을 고려할 수 있으며 체력 등과 관련하여 코스를 정할 수도 있다. 이 정도의 조건이라면 이제 시오름은 탐방의 의미보다는 덧셈으로 만나는 산책형이라고 여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

둘레길과 오름 또는 숲 탐방과 오름행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일찍이 시오름은 수컷(雄)의 뜻을 지녀서 숫(수)오름이라고 했다는 유래에서 변음으로 명칭이 붙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자 표기로 웅악(雄岳)이라고 한 것을 보면 기세나 지세를 두고서 도전적이고 거센 면이 베인 화산체로 여겼던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성난 숫소의 기세와 듬직하고 당당한 외형과 내부의 거친 면을 참고했다고 전하고 있지만 지금의 시오름은 부드러움이 우선이다. 노출을 거부했던 산 체의 기슭 아래로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었으며 오르는 과정 역시 데크와 자연의 흙길 등을 통하여 쉽게 정상에 다가설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지금의 시오름을 두고서 숫오름의 형세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행여 시오름과 짝을 이룰 암오름을 주변에서 찾아본다면 살오름(미악산. 米岳山) 정도가 된다. 산록도로를 따라 동선으로 이어지는 솔(살)오름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살결의 아름다움과 곡선미에 연유하여 명칭이 붙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숫(雄)오름의 의미를 되살려 본다면 다소 벗어난 풀이가 되겠지만 암수가 짝을 이룰 대상으로는 적합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이 두 오름이 서로 힘을 겨루는 모습과 연관하여 수오름이라고 한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성은 모자란 것 같다. 한편,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는 한라산의 흙붉은오름과 견주어 숫오름이라고도 부르는 돌오름있지만 이들과는 동질이 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시오름 자체는 이제 많은 변화가 이뤄졌지만 전해지는 바와 같이 여성형이라고 하기보다는 남성형이 맞을 것 같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등성을 따라 산 체의 중심을 차지한 정상부는 넓지 않으나 주변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으며, 비고(高)가 118m에 이르는 원추형 화산체이다.  시오름을 만나는 방법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선택이 가능하다. 한라산 둘레길 1구간인 동백길을 포함하는 여정을 비롯하여 호근산책로 등과 함께 하여도 된다.

또한 산록도로변의 진입로를 선택할 수도 있으나, 지금의 변화를 생각하고 이동성과 접근성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시오름 한 곳만을 탐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오름 탐방기-

동백길을 지나다 어점이(오름)를 거쳐 다시 시오름을 만나는 루트를 선택했다. 둘레길의 갈림길을 거쳐온 때문에 구태여 데크를 이용하지 않고 적당한 기슭을 따라 올랐다. 데크가 편할 수 있지만 이미 자신의 대부분을 드러낸 시오름 기슭의 자연스러운 곳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고 여긴 때문이다.

거슬러 오르다가 정상부 가까운 곳에서 다시 탐방로가 있는 곳을 이용했는데 오름의 허리를 따라 어깨에 도달할 즈음에는 제법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100m가 넘는 비고(高)이면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짧은 만큼 경사는 비례적으로 급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정상에 올라 거친 숨을 추스르는 동안 풍경 놀이라도 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시오름은 지독히도 전망에 인색한 오름 중 하나인데 원추형 화산체이면서도 전망의 조건은 딱 한 곳뿐이다. 행여 날씨가 좋을 때면 하늘과 구름을 비롯하여 한라산 남쪽의 풍경을 바라볼 수가 있지만 찾았던 날은 하필 가시거리마저 횡포를 부렸다. 정상 주변에는 거석(巨)이 있고 몇몇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빽빽하게 숲을 이룬 사방인지라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는 때문에 아쉬움도 따랐다.

남쪽에 숲이 우거지지 않았으면 해안까지 전망이 가능하지만 역시나 빽빽하게 자리를 잡은 나무들이 가로막았다. 둘레길을 포함하여 길게 이어지는 여정인지라 평평한 곳이 있어 쉬어 가려했으나, 길고 어지럽게 흩어진 잡풀들이 있어 선 채로 머뭇거리기만 했다.  그나마 시오름은 전진 코스를 부여했다. 되돌아가는 번거로움이나 지루함을 달래주는 때문에 묘미가 있었다.

반대편은 데크 구성이 되어 있지만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기슭을 따라 내려가게 되었다. 경사가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 때문에 길의 흔적은 뚜렷하게 나 있었다. 어느 곳이든 환경의 변화가 이뤄지면서 그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위안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름 기슭 아래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의 구성은 정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뭐가 이리도 복잡할까.  놀멍 치유숲길. 가베또롱 돌담길. 여기에다 기존 등산로........ 친환경 매트가 깔렸고 여기저기로 새 길이 나 있었다. 선택의 폭이 넓은 점이야 좋지만 현장 상황을 살피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숲을 빠져나오니 이번에는 시멘트 도로가 나왔다.

한동안 힐링의 현장에 있다는 생각을 애써 해봤지만 개운하다는 느낌이 우선은 아니었다. 길게 이어지는 포장도로... 실상 과거에 이곳을 통하여 시오름을 올랐던 경우를 생각하니 버거웠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한라산 둘레길과 숲길 산책로 등이 생겨난 지금으로서는 하산 코스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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