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뽑지 않을 권리, 꼭 뽑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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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뽑지 않을 권리, 꼭 뽑아야 하나?
  • 고영회
  • 승인 2018.04.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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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변리사,기술사,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뽑지 않을 권리, 꼭 뽑아야 하나?

 

고영회(변리사,기술사,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려고 안달입니다. 예비후보들은 길거리에서, 또 인터넷에 마련된 여러 모임터에서 자기를 알리느라 바쁩니다. 그들은 자기 이름을 적은 옷을 입고 길 가는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띄려고 애씁니다. 그렇게 애를 써서 지자체 단체장이 된 사람인데,  "자리를 맡더니 사람이 달라졌다. 잘할 줄 알았더니 엉뚱한 짓이나 한다. 다음 선거까지 어떻게 참나?" 하는 얘기도 자주 듣습니다.


후보로 나서는 사람은 스스로 한몫을 한다는 사람이고, 그중에서 당선되는 사람은 썩 괜찮은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실제 활동할 때 유권자의 기대와 달리 행동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공천 방식에 문제가 있을까요? 아니면 유권자가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헌법 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돼 있으니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그렇게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유권자는 사람을 보고 투표해야 합니다. 생각 없이 정당 이름만 보고 표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정당에서 인재를 끌어오려는 경쟁이 불붙게 해야 합니다. 정당 이름 덕분에 당선된 사람은 당의 명령이 부당하더라도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 밖에 나면 다음 공천은 물 건너갈 테니까요.

유권자가 선거에서 인물 됨됨이로 뽑는다면 사정이 달라질 겁니다. 인물됨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정당은 좋은 인물을 자기 당으로 끌어오려고 애를 쓸 겁니다. 사람이 정당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인물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정치권으로 간 사람은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을 뽑아야 하겠습니다.

출마한 사람 가운데에서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흔히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뽑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두 뽑기 싫은 사람만 있다면 어떻게 할까요? 뽑고 싶은 사람이 없는데도 내 지역 단체장을 꼭 뽑아야 할까요?

유권자에게 뽑지 않을 권리를 줄 것을 제안합니다. 작품을 공모하지만, 적절한 작품이 없을 때는 '당선작 없음'을 선언합니다. 선거에서도 '뽑을 사람 없음'으로 마무리할 길을 열어두자는 거지요. 방법은 투표용지에 ‘뽑지 않음’ 칸을 만들고 그 칸의 득표율이 제일 높으면 그 선거에서는 단체장을 뽑지 않는 것입니다.

또는, 주민이 투표를 거부하여 투표율이 아주 낮을 때(예를 들어 40% 이하)는 선거를 무효로 하는 방식도 생각납니다. 지자체장을 뽑지 않은 지역에서는 권한대행이 이끌다가 보궐선거 때 다시 투표하여 뽑으면 됩니다.

깜냥이 아닌 사람을 뽑는 것보다는 다음 선거에서 괜찮은 사람을 뽑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엉터리를 선거에서 뽑았을 때 참 난감합니다. 주민 소환제로 파면하려 해도 성사하기도 어렵거니와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무척 많이 들어갑니다.

정당이 깜냥이 아닌 사람을 공천하고, 자신도 깜냥이 아닌 사람이 나와, 능력을 갖추지 못한 후보들만 있을 때는 유권자에게 뽑지 않을 권리를 주는 것이 선거제도가 있는 이유에 맞을 것 같습니다. 정당도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 괜찮은 사람을 찾으려고 애를 쓸 것이고요.

다가오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투표 기준을 인물 위주로 바꿉시다. 그리고 유권자에게 뽑지 않을 권리를 주기 바랍니다. 괜찮은 인물이 나서면 뽑고, 깜냥이 아니면 뽑지 않는 것이죠. 조용히 선거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필자소개

고영회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현)과실연 공동대표,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mymail@patinfo.com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본 원고는 필자의 허락으로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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