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쌀손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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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쌀손장오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1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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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912.5m 비고:98m 둘레:2,092m 면적:298,849㎡ 형태:복합형

 쌀손장오리

별칭: 쌀손장올. 쌀손오름. 사손장올(沙孫長兀)

위치: 제주시 봉개동 산 78-2번지 / 용강동 산 14-2번지

표고: 912.5m  비고:98m  둘레:2,092m 면적:298,849㎡ 형태:복합형  난이도:☆☆☆☆ 

 

 

모흥열에서 태어난 고. 양. 부씨가 정착할 곳을 정하기 위하여 활을 쏘았던 오름...

 

쌀손장은 살손장으로도 표기를 하며 쌀은 활(弓)을 상징하는 말이나 장오리에 관하여는 명확한 뜻이 전해지고 있지 않다. 한자로 사손장올(沙孫長兀)이라고도 표기가 되는 것을 참고하면 사손의 의미가 다소 벗어나지만 활과 관련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현재 람사르습지에 등재가 된 물장오리를 비롯한 주변 네 개의 오리 중 그 중심을 차지한 오름이다. 사인방 중에서도 이곳은 단순한 오름의 의미를 넘어 제주 시조인 삼성(三性성)의 터전을 정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삼성혈인 모흥열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고. 양. 부 씨가 정착할 곳을 정하기 위하여 활을 쏘았던 오름이라고 구전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쌀손장의 의미를 새겨본다면 쌀(활. 화살의 제주 방언) + 손(쏘다. 쏜의 고어) + 장올(장오리. 봉우리. 우뚝 솟은 산 체) 정도로 짐작할 수가 있다. 또한 이곳에서 무사들이 활 솜씨를 겨뤘다는 옛 문헌 기록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활과 관련이 있는 오름임을 알 수가 있다.

한라산 기슭을 차지한 쌀손장을 만나는 과정이나 진행상에 있어서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슬기롭고 알찬 계획을 하는 오름미들로서는 오리 사인방과 더불어 어후오름이나 성진이(오름) 등을 경유하는 여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막 5장으로 이어지는 전진 코스를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실수이며 위대한 착각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성진이(오름)나 물장오리 근처 또는 5.16도로변이나 성판악을 경유하는 등 여러 방향의 진입이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허가가 우선이다.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때문에 출입에 제한이 따르는 아쉬움이 있으며 특히나 물장오리를 접근하기란 여간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나 4인방은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물장오리는 환경부 산하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때문이다.

 

  -쌀손장올 탐방기-

성판악휴게소를 출발하여 어후오름과 불칸디오름을 탐방한 후 쌀손장오리로 향했다.  불칸디오름을 내려와 쌀손장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마지막 능선을 오를 때를 제외하면 큰 경사를 만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바닥은 온통 조릿대가 장악을 하고 있었으며 성장의 조건이 좋은 때문인지 허리 가까이까지 자란 상태라 진행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잡목들이 차지한 곳곳에 일부 쓰러진 나무들이 있어서 걸려 넘어지는 횟수가 제법 많은 것도 조릿대가 워낙 커서 밑이 안 보이는 때문이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쉼터의 기능을 갖춘 곳을 지나다가 으름난초를 만났다. 외형이 으름덩굴 열매를 닮아서 ​붙여진 명칭이며 고지대 음지를 거처로 삼지만 흔한 만남이 이뤄지지는 않는 식물이다.

커다란 나무가 쓰러진 ​옆으로 줄기가 솟아나 있었는데 열악한 환경이지만 의지하고 숨어 있기에는 비교적 좋은 조건이 된 모양이었다.​ 11월에 고지대에서 만나는 모습이지만 정열의 붉은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발길을 멈추게 하고 눈인사를 요구하기에 기꺼이 그 부름을 따랐다.

쌀손장 능선에 접어들면서 숲 사이로 해안 쪽 모습이 보였는데 녹음이 우거진 한 여름이면 이마저 ​어렵겠지만 잎이 떨어진 상태라서 언뜻 보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쌀손장도 사방을 전망하는 상황은 인색한 편이었다.

북향의 동서로 벌어진 2개의 말굽형 화구가 있는 복합형 화산체이지만 굼부리로의 접근이나 식별이 쉽지는 않았다. 이미 불칸디를 점령한 상태에서 정상부를 오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쌀손장 자체를 둘러보는 데는 한계가 따랐던 것이다. 능선을 오르던 대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이 없이 한 공간을 차지하여 털썩 주저앉았다.

 

딱히 정해진 탐방로가 없는 데다 이어지는 경사와 지나온 과정을 감안하면 휴식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아니면 제주 삼성 시조의 한 터를 만나는데 있어서 마음가짐이라도 추스르기 위한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휴식을 취한 후 천천히 다시 오르기 시작했는데 얼마 후 쌀손장의 정상부에 도착을 했다.

퇴색의 과정이 이미 지난 억새들이 잡목들 사이를 차지하고 있었고 사방은 불가하지만 그나마 한라산 정상부가 보였다. 그러나 여느 때에 비하여 부러움이나 아쉬움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정상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는데 구전되는 내용이지만 바로 그 역사적인 현장을 기념하는 표지이기도 했다. 모흥열(삼성혈)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고. 양. 부 씨가 정착할 곳을 정하기 위하여 활을 쏘았던 오름이라 해서 이를 알리기 위함이다.

이정표에는 사시​장올악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여기서 사시(射矢)는 화살을 쏘운다는 의미이며, 옆으로는 삼성혈과 관련이 있는 유적지임을 알리는 내용과 고. 양. 부 삼성사제재단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역사적 의미가 담긴 현장을 둘러보고서 다시 진행 방향으로 이어갔는데 희미하나마 조릿대 사이로 길의 흔적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물장오리나 테역장오리 둘 중 한 곳으로 이어지는데 이날의 임무에는 한두 곳이 더 남아 있는 상황이라 계속 탐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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