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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야생초이야기]보춘화 (난초과)박대문(환경부 국장 역임,,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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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8.04.26  09: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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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춘화 (난초과) Cymbidium goeringii

 

   
 

어찌하여 가녀린 꽃 한 송이가

이다지도 심란(心亂)하게 가슴을 휘젓는가?
아찔아찔 혼쭐나게 넋을 뒤흔드는가?


수륙만리 이역 땅 외진 숲길,
가슴 저미는 그 자리에 피어나 있어 만나게 된 꽃,
외롭고 후미진 곳에서 맑은 향을 품고
있는 듯 없는 듯 이어온 끈질긴 생(生),
설한풍 물러가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보춘화(報春花)입니다.

환경을 주제로 한 세계 유일의 크루즈 여행,
‘2018 그린보트 수협 선상아카데미’에 참가하여
한반도와 러시아 연해주, 사할린, 일본 열도에 둘러싸인
넓고 너른 동해의 한가운데를 휘젓고 다닌 크루즈 여정(旅程)에서
일본 땅 가나자와시 노다야마(金沢市 野田山)에 있는
이시카와현 전몰자 묘원(石川県戦没者墓苑)에 들렀습니다.
그곳은 매헌 윤봉길 의사의 암장지(暗葬地)가 있는 공동묘지입니다.
그는 일왕(日王) 생일과 전승을 축하하는 상해 훙커우(虹口) 공원 행사 때
단상에 폭탄을 투척하여 조선인의 독립 정신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형장의 이슬이 되어 이곳에 암장되었습니다.

암장 유적지 안내판과 기념비가 있는 제단(祭壇)의 돌 틈새,
아직도 못 다 찾은 유골 일부가 남아 있는 바로 그 자리에
사철 푸르고 끈질기게 강인한 생을 이어가는 보춘화가
다소곳이 고개 들어 곧은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내보이듯
난향 가득한 꽃 한 송이를 피워 올렸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동백꽃 지듯 생을 마감한 윤봉길 의사,
아직도 찾지 못한 유골 일부가 녹아 스며든 그 현장,
공동묘지의 쓰레기장에 평장으로 암장된 서러운 그곳,

재일 교민의 눈물겨운 헌신으로 발굴, 건립되었으나

계속되는 일본 우익과의 투쟁 속에 언제 사라질지도 모를 그 자리에

임의 향기인 듯 한(恨)인 듯 피어난, 곱고도 애잔한 꽃 한 송이.
바라보니 곱고, 생각하니 미어지는 아픔에 가슴이 저립니다.
곱고 애절하게, 향기롭고 처절하게
찢기는 듯한 기쁨과 서러움이 가슴을 마구 휘젓습니다.
그곳, 그 자리에 피어난 보춘화 꽃 한 송이가.

일반 사람들이 보통 춘란(春蘭)이라고 부르는 보춘화는
전국 각지의 숲속 외진 곳에 자라는 상록 다년초로
우리 산야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야생 난입니다.
이른 봄 꽃줄기 끝에 황록색의 꽃이 1~2개 달립니다.

깊은 산중에서 자라는 난초는 담백한 색과 은은한 향기로
군자(君子)의 고결함과 절개를 나타낸다고 여겨
매(梅), 국(菊), 죽(竹)과 함께 사군자로서 문인의 사랑을 받는 꽃입니다.

(2018. 4. 16 일본 가나자와 윤봉길 의사 암장지에서)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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