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안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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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안천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0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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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742m 비고:77m 둘레:1,660m 면적:156,344㎡ 형태:말굽형

안천이

별칭: 안천이오름. 안천악(安川岳. 安天岳). 내천악(內川岳)

위치: 애월읍 어음리 산 2번지

표고: 742m  비고:77m  둘레:1,660m 면적:156,344㎡ 형태:말굽형  난이도:☆☆☆

 

 

깊은 숲에 에워싸여 찾는 이들이 적지만 효심이 가득한 인물을 기려 명칭이 정해진 화산체...

 

안천이(오름)를 두고서 다른 곳과 비교 평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될지 모르겠다. 인기가 있고 없다를 논하기보다는 주변을 연계하는 탐방으로서는 결코 빼서는 안 될 곳임에 틀림이 없는데도, 주변에 워낙 걸쭉한 곳들이 있어서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친이의 아래(북)로는 바리메와 족은바리메가 있으며 위로는 노루오름과 한대오름 등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곳들에 밀리는 안천이인 까닭에 오늘도 설움과 슬픔에 복받쳐 흐느끼고 있을 것이다. 행정상으로는 애월읍 상가리에 위치해 있지만 7부 능선이 넘는 곳은 사실상 웃드리 권역의 오름에 속하는데 해발이 높은 곳에 위치했지만 동선이 가파르거나 경사가 심한 곳이 없는 오름이다. 

전망에 인색하고 분화구 노출은 거부하며 웃드리권 오름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이 풍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있는 앙탈을 다 부리고 있는 것은 무슨 때문일까. 그것은 주변의 오름들에 대한 심한 질투와 시기 그리고 불만이 너무 많은 때문일 것이다.

노루오름이나 한대오름을 가려면 안천이오름 입구를 지나야 한다. 따라서 통행세를 안 내고 들어가는 것도 영광으로 알아야 하거늘 이들을 향하여 길을 열어주면서 자신은 외면을 당하기 일쑤다. 결국 안천이는 이러한데 대한 타협과 와해를 요구하고 공평함을 부르짖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통 오름 대신에 악(岳)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천악이나 안천이악으로 불리는 것은 특별하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명칭의 유래는 사람 이름과 관련이 있다고 구전되고 있으나 확실한 내용은 없다. 김 씨 성을 가진 안천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고 효자였기 때문에 그의 효성을 기리기 위하여 안천이라고 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뜻은 다르나 안천악(安川岳. 安天岳) 또는 표음식으로 내천악(內川岳)으로도 한자 표기를 하고 있다. 편안하게 흐르는 천과 하늘로 가는 편안한 길(등성, 산 체)로 풀이가 되는 만큼 맥락을 달리하고 있는데 김안천이라는 사람과는 어떤 연유인지 사뭇 궁금할 수밖에 없다. 

행여 효자였던 주인공이 세상을 달리하여 망자로서의 편안한 자리를 선택하면서 이 산 체의 어딘가에 맡긴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이 오름의 입구와 기슭 아래에는 묘들이 여러 기가 있는데 오가는 와중에 안천이의 묘가 있을까 하는 추측도 해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말굽형 굼부리를 지닌 소화산체이지만 노출을 거부하는 편이고 탐방에서 주변을 전망하는 것조차 인색하다. 기슭과 능선을 따라 소나무와 잡목들이 자라고 있으며 조릿대가 바닥 층을 차지하고 있어 자연미를 느끼기에도 충분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어쨌든 안천이를 만나는 과정에서 지금은 접근성이 쉬워졌기 때문에 큰 불편함이 없이 찾아갈 수가 있다.

이동성을 감안한다면 주변의 몇몇 오름을 함께 연계하는 것이 좋으며, 이왕이면 일행들과 함께 하여 양방향 주차를 통해서 전진 코스로 간다면 더없이 좋은 탐방이 되리라.

 

 

-안천이 탐방기-

영암사 삼거리에서 좌측 도로로 진행을 하다가 삼거리를 만나고 다시 우측으로 이어갔다. 이 길은 노로오름과 한대오름으로 가는 방향이 되며 조금만 가면 좌측으로 표지판이 있다. 물론 주변을 연계하는 탐방일 경우는 다른 곳에서 진입이 가능하며, 이곳을 초입으로 하여 다른 오름으로 이어 갈 경우는 그 반대가 되는 셈이다.

진입로를 따라서 들어가다 보니 곳곳에 무덤들이 있었는데 산담들까지 갖춘 묘들이 대부분이라 과거 이 일대는 명당을 운운했던 곳으로 짐작이 되었다. 혹한기에 찾을 경우 썰렁하면서 더러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겠지만 그나마 늦가을의 분위기가 반전을 시켜줬다. 갈림길이 나왔고 우측으로도 능선이 이어지지만 가시덤불과 수풀이 우거져서 진입의 어려움이 있어 그대로 직진을 선택하였다.

무덤가를 지나면서 공터가 나왔고 계속 이어지지만 끝 지점에 조금 못 미친 위치에 표식이 보였고 빨간색 락커를 뿌린 흔적과 함께 리본 등도 안내 역할을 하고 있어 도움이 되었다. 또한 제주민국 최고의 길 안내 표식으로 누군가 제주 쌀먹걸리 빈병을 매달았는데 빛바랜 모습은 이미 오래 전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 해 동안의 생을 마감하려는 맹독성 천남성이 보였는데 줄기와 잎을 먼저 떠나보내고 이제 열매도 이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살나무는 짙은 자주색 빛깔을 띤 채 매달린 열매들이 발길을 멈추게 하고 눈싸움을 걸어왔다. 가을의 오름 탐방 중 웃드리 권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나지만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민 모습이 어여쁘고 앙증맞았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동안 무릎을 넘나드는 조릿대 군락을 지나게 되었는데, 이래서 여름 탐방용으로는 부적합한 오름이라고 외면을 당하는 것임을 알게 했다. 그나마 이따금씩 찾는 오르미들의 흔적이 있어 부분적으로는 조릿대 사이로 길이 보였다. 지나다 돌담이 쌓인 흔적도 보였는데 움막 터이거나 숯가마 터 자리였던 것으로 짐작이 되었는데 몇몇이 모여서 마실 장소로 적당해 보이는 공간이었다. 

 

정상에 도착을 하였다. 주봉이라고는 하지만 그 흔한 삼각점 표식조차 없고 나뭇잎이 떨어져 쌓인 채로 허허하게 보이는 정상부는 더러 황량하게 느껴졌다. 전망대는 고사하고 안내문조차 없는 데다 오르미가 나무에 적은 표시와 매달아 둔 페트병, 빨간 글씨가 전부였다.  안천이는 일대의 오름을 전망하는 기회도 안 주고 인색함으로 방해를 했는데 마치 저보다 더 잘난 오름들을 전망하는 꼴을 도저히 못 보겠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정상부에서 남쪽(남동. 남서)으로 이어 간다면 다른 오름들과 연계가 되지만 이곳에서 발길을 돌렸다. 어차피 올가을에 다 만났던 곳들이라서 아쉬움은 없었다. 원점 회기를 선택하여 기슭을 내려온 후 돌아서서 안천이 방향을 바라봤다.

보통은 올랐던 오름을 바라보며 눈인사를 보내건만 이곳에서는 불가능했다. 그저 지나온 초입지만 바라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야 했다. 그나마 시기를 어느 정도 맞춤 상황이라 늦가을의 정취가 담긴 모습을 확인하였으니 덜 서운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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