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안친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안친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04 0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92m 비고:22m 둘레:924m 면적:46,443㎡ 형태:말굽형

 안친오름

별칭: 아진오름. 좌치악(座置岳). 좌악(座岳). 아천악(阿穿岳). 아시악(峨崼岳)

위치: 구좌읍 송당리 808. 812번지

표고: 192m  비고:22m  둘레:924m 면적:46,443㎡ 형태:말굽형  난이도:☆☆

 

 

낮고 작은 산 체이지만 여러 명칭의 유래와 더불어 곡선미와 각선미가 돋보이는 오름...

 

곡선미가 아름답고 각선미가 돋보여서 그럴까. 비고(高)가 낮을 뿐 아니라 등성과 능선도 보잘 것 없지만 이 오름을 두고 붙여진 명칭은 너무 많다. 안친이. 안친오름. 알진오름. 아진오름..... 자신을 두고 이렇듯 복잡하게 부르는데 대하여 안친오름으로서는 그저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과 견주어 당당하게 맞설 자신감이 있음은 역시나 부드럽게 펼쳐지는 곡선미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형세를 볼 때 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안친(앉힌)으로 명칭이 붙었으며, 이를 방언으로 아진(앉은. 앉아 있는의 제주 방언)과 오름을 합쳐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한자로 좌치(座置)악이나 좌(坐)악으로 표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앉은'이나 '앉다'와 연계를 한 것은 틀림이 없다. 특히나 굼부리를 중심으로 낮고 길게 펼쳐진 모습은 영락없는 좌석(座席)의 형세이며 그  식별에 어려움도 없다. 

한자로 좌치악(座置岳). 좌악(座岳). 아천악(阿穿岳) 등으로 표기를 하고 있으며, 뜻은 다소 다르나  아시악(峨崼岳)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산이 높고 험하며 가깝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어 실제 상황과는 다소 벗어난 느낌이다.  북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를 지니고 있으며 비고(高. 22m)가 말해주듯이 낮게 나타난다.

오름의 북사면은 마을과 이어지면서 삼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기슭 아래의 일부는 농지로 개간이 되었고 능선과 등성으로 이어지는 곳은 목초를 재배하고 있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나 목초가 어느 정도 자라서 푸름으로 나타날 즈음은 낮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곱게 펼쳐지는 풍경이 절정에 이른다.

낮은 경사와 부드러운 등성으로 이어지는 허리와 어깨는 팔등신 미인과의 동행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다. 각선미만을 놓고 볼 때는 용눈이(오름)나 따라비(오름)가 질투와 시기를 할 정도이다. 높이와 규모만을 생각하면 보잘 것 없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는 오름으로서의 가치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목초나 새촐 수확이 끝나는 늦가을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싱그럽고 풋풋한 능선을 만나기 위해서는 봄날에 찾는 것이 좋다. 무릎과 허리를 오가는 새촐들 사이를 지날지라도 방해를 하는 그 아무것도 없으며 야생 갯노물과 유채꽃이 반갑게 대하며 환영을 해주기 때문이다. 사락사락 스치는 새 띠들의 소리를 들으며 낮은 능선을 오르는 기분을 어찌 다 표현을 하겠는가.

송당리 사거리에서 평대리 방향으로 진행을 하다가 우측으로 소로를 따라가면 오름 초입지에 도착할 수가 있다. 버스정류소 이정표를 참고하면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다.

 

-안친오름 탐방기-

농로를 따라 들어간 후 입구에 도착을 하니 짙은 안개가 드리워 시샘을 했다. 하지만 운치 자체를 두고서 결코 불만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 낮게 펼쳐진 능선과 정상부로 이어지는 새촐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녹색지대를 연상하게 한 때문이다. 이미 송당 권역의 숨은 오름 몇 곳을 거쳐 도착을 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을 했기 때문에 망설임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온통 초록 물결이다. 매끈한 몸매에 옷이라도 한 벌 입혀주고 싶은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파란 허리에는 분홍빛 치마를 두르게 하였고 안개가 시기를 하는 어깨에는 노란 저고리를 입혀주면 어울려 보이려나. 어찌 짐작과 예상을 빗나가겠는가. 능선 입구에 들어서자 새촐과 더불어 다른 천연색 꽃들이 반겨줬다. 허리는 갯노물이 치장을 했고 어깨는 야생 유채꽃이 어우러져 볼품을 더해줬다. 허리를 지나면 바로 어깨를 만날 수 있기에 단숨에 올라도 되련만 여기저기서 걸음을 멈추게 했다. 

갯노물도 야생 유채도 더부살이를 하건만 이방인들을 그냥 순순히 보내고 싶지가 않은 모양이었는데 구태여 이를 거부할 필요가 없었다. 기꺼이 부름에 응하며 허리를 숙이고 잠시 동안 눈싸움을 하며 셔터 누르는 횟수를 늘렸다. 시계 분침이 여러 번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정상에 올랐다. 여느 오름처럼 정복의 묘미를 느끼지는 못했으나 언제나 반전이 있는 법. 화구를 중심으로 능선까지 안개가 낮게 드리운 때문에 눈으로 보는 자체는 환상적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들춰내기를 거부하는 듯 약한 봄바람을 따라 느리게 움직이는 안개 층은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차라리 봄 햇살보다 안개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정상부에서 올라서야 비로소 오름의 명칭과 관련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남북으로 갈라진 봉우리이지만 누가 더 잘났느냐를 거론할 바는 못 되었다. 너무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을 따라 곱게 다리를 뻗어 앉은 모습은 안친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어울렸다.

곱고 우아하게 뻗은 능선 자체는 어느 곳이 굼부리이고 어디가 ​정상인가를 따지기조차 쑥스러울 정도였다. 주변의 다른 오름들에 비하여 전망의 멋은 좀 떨어졌는데 설상가상 날씨까지 방해와 질투로 앞을 가로막았고 약한 비까지 내렸다.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 자체는 안개와 가는 비여서 무난한 편이지만 어디 아쉬움이 없었을 리가 있겠는가. 안친으로서는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을 거부하며 오직 자신만을 택하라는 투정이라도 부렸을까. 

 

화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곳에는 방목이 이뤄지면서 돌담과 철조망이 생겼다. 방목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그야말로 미끈하고 곧게 뻗은 허리와 다리를 아낌없이 선보였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옷 한 벌 걸치지 않고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낸 안친이를 생각하면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나마 바탕은 그대로였다.

애써 왔던 곳을 피하여 능선을 돌아 나오다 보니 분위기가 좀 다르게 느껴졌다. 갯노물은 제철을 맞아 새촐들 틈에 끼어 아예 군락을 이뤄 매력을 발산하였다. 허리를 굽혀  모습을 담는 것으로 고별인사를 대신했다.

소로를 따라 나오는데 안친이의 허리가 팬 모습이 보였다. 농사지을 땅 한 평이라도 늘이기 위하여 안친이의 허리를 깎아낸 모습이 확인이 되었다. 어디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서 이런 곳이 한두 군데이겠는가. 마지막으로 확인을 한 때문일까. 자신의 살을 경작지로 내준 안친이의 외부는 다소 처량하게 느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