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어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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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어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13 23: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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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10.5m 비고:55m 둘레:1,732m 면적:117,905㎡ 형태:말굽형

어대오름

별칭: 어두름. 어대악(漁垈岳. 御帶岳)

위치: 구좌읍 덕천리 509-1번지

표고: 210.5m  비고:55m  둘레:1,732m 면적:117,905㎡ 형태:말굽형  난이도:☆☆☆

 

 

명칭의 유래는 이해가 어렵지만 굼부리와 더불어 숲이 우거진 기슭을 이뤄 심지가 있는 화산체...

 

구좌읍 권역에는 사실상 동부권을 대표하는 오름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 특히나 인기가 있는 오름들은 대부분 송당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으며 이 일대 오름을 다 탐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덕천리 역시도 구좌읍에 속하면서 몇 개의 오름들이 있지만 둔지오름을 제외하고는 인기나 가치가 좀 떨어지는 편이다. 

같은 화산체이면서도 평가절하나 외면으로 일축되지만 어디까지나 오름으로서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곳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덕천리 일대를 차지한 오름들 중에 인기와 상관없이 독립형 화산체로서의 면모가 잘 갖춰진 곳으로는 어대오름을 들 수 있다. 그 외 뒤꾸부니를 시작으로 종제기(알식은이)와 주체오름 등 명칭 자체만으로도 한몫을 하는 곳들이 있지만 역시나 비교가 불가피하다.

원형에 가까운 말굽형의 뚜렷한 화구와 등성이 말해주듯 어대오름은 확실한 화산체로서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명칭의 유래에 관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달리 어두름이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어대악(漁垈岳)으로 표기를 하는데 쉽게 뜻풀이를 하면 어부들의 터전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위치나 지역의 특성상 억지가 아닌 이상은 왠지 어울리지가 않는다. 행여 어대의 보금자리인 화구를 기준으로 테우를 이용하여 사용하던 족바리의 모습이라도 그려 본다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산에서 물고기를 잡는 형상을 상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른 맥락의 어대악(御帶岳) 표기 역시 이 화산체의 입지와는 다소 벗어난 느낌이 드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은 확실하게 전해지는 바가 없다. 상덕천 삼거리에서 하덕천리 방향으로 2km 남짓 이동을 하면 오름 입구가 나온다. 비고(高)는 55m로서 북서향의 말굽형(북서향) 화산체이나 현장을 살피면 원형에 가깝게 보인다.

터진 말굽형 방향에서 좌우 측 어디로 진입을 해도 되며 울타리를 돌아보는 기분으로 산책을 하면 된다. 마치 원형경기장을 중앙에 두고서 관중석을 돌아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어대오름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어두름 탐방기-

말굽형으로 터진 북쪽은 공동묘지를 비롯하여 사유지가 있으며 일부는 방치가 된 상태이다. 봄기운이 맴도는 자락에는 갯노물과 잡초들이 활기를 치며 허허한 공간을 메워주고 있었다. 좌우 측 어느 방향을 초입으로 선택해도 되지만 가능한 우측을 선입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수순을 따랐다. 마치 숲으로 향하는 느낌이 들지만 잠시 능선을 오르는 과정일 뿐이다. 허리를 만날 즈음에 잘려나간 소나무들의 흔적이 보였다.

빽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두름의 산 체를 받쳐주었던 ​허리의 일부 소나무들은 재선충 병으로 인하여 사라졌다.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경사가 심하지는 않지만 허리선을 따라 정상부로 향하는 데는 거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본의 아니게 낮다고 무시하며 서둘렀던 모양이다. 친환경 매트는 둘째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안 깔렸지만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었다.

오히려 경사가 있는 곳에서는 자연의 길 그대로를 따라 오르는 과정이 더 좋기 때문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역시나 이방인을 향한 불심검문은 필수적인 것 같다. 제철을 맞은 천남성이 일단정지를 명했는데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으면 무릎을 꿇는 게 현명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떨어진 솔잎을 걷어치우고  푸르게 돋아난 새 잎들은 유난히도 싱그럽게 보였다. 살포시 어루만지고 싶었지만 독성이 있는 식물이기에 인사는 여기까지로 대신하며 빈약한 능선을 지키는 역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정상부 가까이에 오르니 낯선 길이 뚜렷하게 보였다. 아니... 없었던 기슭에 길이 생겼다. 재선충병 작업을 위해 드나든 작업 차량이 남긴 아픈 작품이다. 어대로서는 병마에 시달리고 치료와 처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다시 ​아픔을 겪어야 한 것이다. 정상에는 휴식과 전망을 겸하는 벤치가 있다. 잠시 앉아 쉬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는데 이유는 곳곳에 훈증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구성물들이 있어서 더 이상 머물러 있기가 불편했던 때문이다. 

 

능선을 돌아 내려온 후 보호수를 만났다.​ 조금은 떨어진 채 바라봤지만 너무나 당당하게 자란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부디..... 재선충병의 ​침략을 잘 이겨내고 어대의 심벌이 되기를 기원했다. 내고향 4월은 청보리가 익어가는 계절. 분화구는 농지로 개간이 된지 오래 되었다.​ 꽁보리 보다 수확 시기가 빠른 맥주보리가 초록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병마에 시달리는 어대의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동안 푸르른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이따금 불어오는 봄바람을 타고 ​잔잔하게 푸른 물결이 일었다. 하나가 아닌 모든 푸름이 동시에 움직이며 싱그러움으로 맞아줬다. 병들어 쓰러지고 잘려진 관중석의 아픔에 위로라도 하고 싶은 듯 작은 출렁거림으로 원형경기장을 수놓았다. 침입자일까. 아니면 침입을 허락한 청보리의 배려일까. 알알이 영글어가는 맥주보리밭 한쪽을 차지한 야생 갯노물은 염치나 주제를 지니지 않았다.

푸른 물결 속에 갇힌 채 저 할 바를 다하지만 보랏빛이 자취를 감춘 탓에 오래도록 눈 맞춤을 하지는 못 했다. 한 바퀴를 다 돌고 원점으로 돌아온 후 다시 물끄러미 바라봤다. 산 체는 낮은 편이나 넓은 굼부리를 지니고 있는데 일찍이 개간이 되어 농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땅 한 평이라도 활용하기 위하여 슬기와 지혜를 모은 조상들의 선택은 현명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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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2023-10-15 21:20:29
어대오름의 한자표기는오름 형태가 임금님의 혁대를 닮았다고 하여 御帶岳 이라고 부른다고 저의 조부님이 생전에 저에게 들려주셨었는대 바다와는 관계가 없는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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