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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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어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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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638m 비고:38m 둘레:1,037m 면적:81,238㎡ 형태:원추형

 어오름

별칭: 어우름

위치: 안덕면 상천리 산 24번지

표고: 638m  비고:38m  둘레:1,037m 면적:81,238㎡ 형태:원추형  난이도:☆☆

 

 

숲이 울창한 자연에 어우러지고 주변 오름들과 잘 어우러져 있는 어우름...

제주도에 흩어져 있는 많은 오름들이 다 인기가 있다면 참 흥미로운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동성과 접근성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하며 탐방으로서의 깊은 맛이 없는 곳들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다랑쉬와 용눈이 그리고 따라비 등으로 이어지며 인기 편대에 합승한 오름들은 한결같이 외롭지도 서럽지도 않겠지만, 흩어져 있는 일부 오름들은 저평가의 대상이면서 찾는 이들 또한 많지 않기에 설음을 견뎌내야 한다.

이런 중에 서부권의 영아리(오름)는 전망과 정상부의 영험함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탐방의 묘미가 있는 곳이다. 특히나 돌오름 임도가 연계가 되면서 진입도 한결 쉬워졌다. 이 인기 있는 영아리를 만나기 위하여는 어오름 옆을 거쳐야 하지만 지척에 두고서도 외면과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어오름은 그야말로 서러워할 수밖에 노릇이다. 영아리라는 걸쭉한 오름이 바로 옆에 있는데 누가 어오름을 찾겠는가.

결국 어오름으로서는 영아리가 한없이 크고 웅장해 보이면서 부러움을 안겠지만 그의 인기를 업고서 함께 만나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어오름 당신으로서도 할 말은 없다. 잘 생기지도 못 했고 그렇다고 높거나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닌 데다 탐방로조차 정비가 안 되었고 자연미가 넘쳐나는 것도 아니니 어느 누가 만나고 싶어 하겠는가.  만약에 오름 명칭이 어오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넙게오름이나 넙거리 등으로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오름 사면을 중심으로 하는 산 체의 형상이 둥글 넙적하면서 밋밋하게 능선이 이어지는 때문에 특별한 멋이 없다. 덤불과 수풀이 이어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잠깐 동안 오르는 경사 역시도 완만한 정도에도 채 못 미친다. 그래도 어오름으로서는 충분한 반전의 장소가 포함이 되어 있다. 보통의 숙대낭보다 더 원시적인 숲을 이룬 곳을 포함하는 사면 내부는 초자연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이 때문에라도 차라리 더 오랜 기간 탐방로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난다. 어오름을 찾는데 있어서는 영아리와 같은 초입(안덕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이동성과 접근성 등을 감안하여 반드시 영아리와 함께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꼭 탐방의 순서를 부여하라면 어오름을 먼저 만나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오름이라 부르는 연유가 특별하지는 않다. 어우러진 오름이나 어울리는 오름 정도의 의미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 중심에는 영아리가 있어 어울림을 표현했겠지만 행여 주변의 마보기(오름)와 이돈이(오름)도 한몫을 했을 것 같다. 불과 38m의 낮은 비고(高)이면서도 원추형 화산체의 입지를 지녔으나 침식이 된 부분과 덤불과 수풀로 가려진 때문에 많은 노출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일찍이 전 사면에 걸쳐 삼나무가 조림되었으며 동사면의 등성에는 망대자리가 있는데 돌을 쌓았던 흔적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삼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는 데다 북서쪽은 영아리가 가로막고 있어서 전망이 아쉬운 실정이다. 

어오름을 찾아가는 방법은 서영아리 오름과 같은 초입이며 안덕 쓰레기 매립장에 주차를 하고서 돌오름 임도로 진입을 하면 된다. 사실 이 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거의 외면으로 일축했던 오름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어오름 탐방기-

설 연휴이자 2월의 첫날 서부권의 오름 몇 곳을 이어서 탐방을 할 예정으로 출발을 했지만 이돈이(오름)를 찾아 나설 즈음에 이미 날씨는 남의 편이었다. 안개와 잔뜩 흐린 날씨라서 오름에 오른다 한들 가시거리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턴을 하고서 어오름을 찾았다. 이동거리가 너무 아쉽고 억울해서라도 그냥 돌아가기가 서운했다고나 할까. 요즘 일기예보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에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자위를 하였다.

잔뜩 흐린 날씨이지만 부디 어오름 탐방을 마칠 때까지 만이라도 비요일로 바뀌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진입을 시작했다. 가을날의 임도 양쪽은 그렇게도 많은 야생화들이 반겨줬었는데 늦겨울 시기인지라 황량함 그 자체였다. 어김없이 변화가 이뤄지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변함이 없는 자연의 순리 앞에 저절로 위대함을 느끼게 했다.

작지왓을 밟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전진을 했다. 길게 늘어선 숙대낭들이 양 옆에서 마치 사열을 하듯 늘어선 채 둘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응원을 보내왔다. 사각사각... 뿌드득뿌드득... 초입에 도착하는 동안은 자동으로 워밍업이 이뤄지는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좌회전 후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좌측으로 어오름 능선 아래 부분이 나왔다. 작지왓과 시멘트길이 이어지는 구간 중에 포장로가 거의 끝날 무렵이 어오름 기슭에 도착하는 지점이었다.

어차피 지나는 동안에는 좌측만 보고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나 할까. 돌담 옆으로 빨간 리본과 페트병이 보였다. 바닥에 떨어진 빈 병은 다시 주워서 식별하기 좋은 곳에 꼽아뒀다. 담장이 허물어진 곳을 통하여 진입을 했는데 비로소 어오름과의 만남이 시작이 되는 셈이었다. 돌담을 넘어 들어간 후 조금 가다가 좌측의 낮은 경사를 끼고 오르는 동안 뚜렷하지는 않지만 오르미들이 다닌 흔적이 있었고 전반적인 탐방은 시계 방향을 따라서 이동을 하였다.

즉, 초입을 중심으로 좌측 정상 부근으로 가게 되며 다시 우측 내리막을 통하여 삼나무 숲을 지나 나오게 되는 진행이었다. 큰 경사가 없이 완만하게 이어지며 정해진 탐방로가 없기 때문에 오르미들이 이따금씩 다닌 흔적을 따라갔는데 긴 거리도 아니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 때문에 차라리 이대로 남아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환경 매트나 타이어 매트 등을 거부하고 자연 그대로의 길을 따르는 편이 더 낫다는 뜻이다. 

 

딱히 주봉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정상부에 도착을 하니 표식이 있었으며 그 외 아무것도 없었다.   대여섯 평 정도의 공간이 있어서 전망이나 휴식장소로 이용이 되겠지만 지나온 시간이나 체력 소모가 없기 때문에 어울리지는 않을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정상부에서 남서쪽 등의 일부는 전망이 되련만 한 치 앞을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의 흐린 날씨였다. 행여 한라산을 중심으로 몇 곳의 오름이라도 볼 수 있을까 했지만 시계는 100m 정도가 전부인 상태였는데 그나마 비가 안 내리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할 정도였다.

다시 시계 방향을 통하여 전진을 하였는데 이 과정은 오름 정상부의 능선을 따라서 진행하다가 아래로 내려가기 위함이었다. 겨우내 기간 동안은 발자국의 흔적마저 낙엽 등으로 메워버린 상태였지만 뿌드득거리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결코 싫지는 않았다.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 조심스럽게 전진을 하는 도중에 이따금씩 가느다란 가지들이 배낭에 걸려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만큼 숲을 이룬 환경과 입지에서 자연미를 느낄 수 있었던 때문이었다.

오름 사면의 내부를 따라 내려오니 돌담이 보였는데 과거사나 흔적으로 봐서 잣성은 아닌 것 같고 경계 구분용 돌담으로 짐작이 되었다. 빽빽하게 늘어선 삼나무 숲을 지나는 동안 바닥 층의 일부는 가지와 이파리들이 뒤엉켜 뒹굴고 있지만 어지럽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이곳 역시 정해진 길이 없기에 방향 감각으로 진행을 했는데 계절이 바뀐 후 이 현장은 피톤치드 공장으로 둔갑을 할 것이며 대 바겐세일이 이뤄지는 음이온 마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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