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어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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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어점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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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820.1m 비고:45m 둘레:784m 면적:41,425㎡ 형태:원추형

어점이

별칭: 어점이악(於點伊岳). 어재미

위치: 서귀포시 도순동 산 1번지

표고: 820.1m  비고:45m  둘레:784m 면적:41,425㎡ 형태:원추형  난이도:☆☆☆

 

 

명칭의 유래가 된 돌과 바위들은 크게 자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가려졌고 ...

 

찾는 이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미가 돋보인다는 것과 비례적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한라산 8부 능선 자락을 차지하여 천연의 숲에 가린 채 자신의 노출을 거부하면서 밖을 향한 틈새조차 내어주지 않는 화산체가 바로 어점이(오름)이다. 외부와의 인연을 끊은 채 영원히 고고한데 처하기를 원하는 때문인지 이방인의 출입 또한 거부하는 형세이다.

오름을 즐기는 이들로서도 제주의 곳곳에 내놓으라 하는 걸쭉한 오름들이 있는데 구태여 이런 곳을 찾을 리가 만무하다. 산책형의 오름이라기보다는 볼품이나 가치를 떠나서 진정한 탐방형의 숨은 오름 중 한 곳임이 틀림없다. 어점이악(於點伊岳)이라는 명칭과 관련하여 한자 표기를 통해서 나오는 뜻도 애매하지만 구전되는 내용은 더 모호하다.

어느 지점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멀리서 오름 정상부의 돌들을 바라볼 때 하나의 점(點)처럼 보여서 어점이(어+점+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인근 마을 주민들 중에는 어재미라고도 불렀다는 내용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맥락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제주의 여느 오름들이 그러하듯 어디까지나 추측성이며 지금의 현장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정상과 주변에는 지금도 돌들이 있지만 훌쩍 자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외부에서의 식별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라산 기슭의 숲이 울창한 곳을 차지한 때문인지 보통의 오름들 보다 나중에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오름의 특징은 정상부에 커다란 돌무더기들과 바위들이 많이 있음을 우선으로 들 수 있다. 오름의 명칭과 관련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지만 질서를 무시한 채 곳곳을 차지한 모습들은 예사롭지가 않다.

바위들 틈새를 포함하는 정상은 잡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채 주변을 에워싸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동백나무가 있다. 동백길이라 명칭이 붙은 한라산 둘레길이 그러하듯 이 때문에라도 동백오름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또한 가림막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적송들이 곳곳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고 있다. 

겨우내 기간 중에는 나무들 사이로 외부의 일부를 볼 수 있겠지만 그 외의 계절에 만나는 어점이는  한사코 외부로의 노출을 거부하는 환경을 지니고 있다. 그런 만큼 먼 곳에서 산 체를 확인하는 것도 그러하지만 주변에서도 이렇다 할 전망도 기대를 할 수가 없다. 그저 자연미가 살아있는 현장이 분위기로 볼품을 대신하며 숨은 입지들에서 매력을 느끼라고 했다고나 할까.

진입이 어렵고 노출이 안 된 북동쪽 사면은 가파른 때문에 관찰이 어렵고 남서쪽의 완만한 등성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일부를 확인할 수가 있다. 비고(高)는 45m로서 낮은 편이며 원추형 화산체이나 식별이 어려운 것은 못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어점이 주변은 일찍이 사람들의 왕래와 거주 등으로 인하여 출입의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았던 곳이다. 지금의 한라산 둘레길을 거슬러 오르면 그 일대는 표고버섯 재배장들이 여러 곳에 있다.

이 주변의 표고버섯 재배장은 1900년대 초기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자연의 공간을 활용하여 좋은 품질의 표고를 수확했으나 지금은 폐장이 된 채 일부는 방치가 된 상태이다. 지난 197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면서 해당 구역 내에서의 재배가 중단되었으며 진입로와 현장 근처에는 지금도 버섯재배와 관련한 그 흔적들이 있다. 결국 이마저 사라졌으니 어점이로서는 더 쓸쓸하겠지만 천연의 숲과 터전을 갖춘 곳으로서의 면모는 더 살아나는 셈이다.

 

 

 -어점이 탐방기-

산록도로가 생긴 지금으로서는 찾아가는 경로가 여러 갈래가 되겠지만 한라산 둘레길인 동백길과 함께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시오름 입구를 통하거나 법정사를 초입으로 하는 경로가 적당하며 돈내코를 출발할 경우는 후반부가 된다. 숲길과 둘레길 등 산림의 현장에 변화가 이뤄져 옛길과 표고버섯재배 당시 만들어진 경로를 따라가면 어점이를 만날 수가 있다. 법정사를 출발한 후 시오름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표고버섯 재배장이 있던 방향으로 길이 나 있다.

어점이는 지도상에조차 표기가 안 되었는데 동백길 외에 오름으로서의 입지를 외면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거리상으로 가까운 곳으로는 법정악과 시오름 등이 있으나 각각 방향을 달리하고 있으며 두 오름은 지도상의 표기가 되어 있다. 법정사를 출발하는 한라산 둘레길(동백길)을 함께 연계하여 찾았다. 표고장이 사라진 후 사람들의 왕래가 없지만 옛길은 아직도 뚜렷하게 나 있었다.

차량이 드나들 만큼 꽤 넓은 임도를 따라 지나는 동안은 차라리 풍경이 있는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경사 5~10도 정도의 낮은 오르막을 따라 오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도 안 깔린 자연의 길은 돌 뿌리들이 있어 울퉁불퉁이 연속이었다. 기우뚱거리게 하는 것은 비탈진 길의 돌들이 범인이고 거친 숨소리는 길게 이어지는 경사의 만행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고즈넉한 환경을 차지하여 걷는 기분이 어찌 나쁠 수만 있겠는가라고 반문하였다. 갈림길에 도착을 하였고 전진을 하면 표고버섯 재배장 터가 있으며 이곳에서 좌측 방향으로 어점이가 있다. 사실상 국공지역에 포함이 되지만 뚜렷하게 안내판이 있는 건 또 무슨 일인가. 어점이가 아닌 어재미로 표기가 된 것을 보면 다른 뜻이거나 방언의 민간어원을 참고한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능선을 오르다가 귀한 아이를 만났다.

수정난풀이었는데 여기저기에 돋아난 모습이 얼마나 고운지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살펴봤다. 음지를 좋아하지만 태생의 몸부림은 애처로울 만큼 연약하고 화려하게 보였다. 방치가 될 만큼 허접한 환경이지만 이들에게 있어서는 세상과의 인연을 맺는데 더없이 좋은 조건이 되었던 것이다. 어점이에서 정해진 산책로를 찾는 것은 사치일 수밖에 없었다. 적당한 공간과 흐릿하게 보이는 흔적을 따라 정상 방향을 참고하며 이동을 하였다.

탐방로가 없는 기슭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경사가 이어졌지만 염려할 만큼 힘든 과정은 없었다. 미지의 공간이고 자연의 숨결로 가득 채워진 곳인지라 동행한 어느 누구 하나 거친 숨소리조차 내지를 않았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반기는 것은 돌무더기들이었는데 머체나 빌레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지만 하나같이 볼품은 있어 보였다.

무질서하고 엉성하게 흩어진 채 자리를 잡았으나 자연이 빚어낸 조각품들이기에 그냥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바위들은 이 화산체의 명칭을 정하는데 있어서 일익을 한 공신들이 아니었던가. 땅속에 파묻힌 채 자리를 잡은 것들과 떨어진 낙엽들이 바닥을 차지하여 자연의 구성을 한 모습들인지라 이채로웠다.

정상지기라는 칭호를 안겨줄 주인공을 두고 심하게 고민을 했다. 못 견딜 정도의 환경을 터전으로 삼아 자생하는 나무와 정상부의 버팀돌이 되기라도 하듯 서로 에워싼 채 자리를 잡은 돌은 결승전의 맞상대였는데 결국 승부를 정하지 못한 채 발과 눈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여느 오름에서 볼 수가 없는 특별한 환경과 자연적인 요소가 넉넉하게 널린 때문에 주저할 수가 없었다. 흩어진 낙엽들에 전혀 발자국이 없는 것을 보면 근간에는 사람들의 출입조차 없었던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그러한 곳에 내가 서 있다는 자체가 심하게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게 될 정도였다.  마치 들렁궤나 고인돌을 방불케하는 괴석이 보였는데 등 쪽은 이끼류와 잡풀들의 터전으로 내어주고 아래로는 텅 하니 빈 공간으로 이뤄진 돌이었다. 어점이의 정상부는 누가 돌보지 않더라도 저마다 연출의 효과를 최대화하면서 볼품을 안겨줬다.

돌무더기들이 있을지언정 생명체를 가진 식물들은 알아서 저마다의 터전을 잡고 바위는 바위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저 할 바를 다하고 있었다. 정상에 삼각점이나 별다른 표시는 없지만 누군가 표식​을 매달아 뒀는데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빛바랜 정도가 말을 해줬다. 아마도 출입이 자유로웠을 때 이곳을 찾은 오르미일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어점이의 어깨를 따라 이동을 했는데 등성의 일부는 쉽게 걸을 수 있도록 편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있는 곳과 흙길이나 돌길이 이어지면서 짧지만 나름대로 운치에 한몫을 했다. 눈길이 가는 모든 것들이 특별하게 보여서 두 번 세 번 바라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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