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어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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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어후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2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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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016.9m 비고:116m 둘레:1,956m 면적:229,772㎡ 형태:말굽형

 어후오름

별칭: 어후름. 어후악(御後岳)

위치: 조천읍 교래리 산 137-2번지

표고: 1,016.9m  비고:116m  둘레:1,956m 면적:229,772㎡ 형태:말굽형  난이도:☆☆☆☆

 

 

원초적인 자연 생태와 환경을 이뤘고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의 발원지...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하는 오름들은 숨겨진 비경들이 많고 대부분 자연미가 넘쳐나는 곳들이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이 되는 때문에 원초적인 모습들을 유지한 자연 생태나 환경이 이를 증명해준다. 특히나 10부 능선을 넘나드는 고지대의 오름들은 그 특성이 잘 나타나면서 한라산 기슭의 요지를 차지하여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하천과 계곡이 발달이 된 지역의 오름들은 발원지로서의 기능을 하게 되며 집중 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저마다 특성이 다르고 외형이 다르지만 다양한 동식물의 터전이 되고 있기에 이곳의 오름들은 제주의 보배라고 할 수가 있다. 특히나 백록담을 중심으로 할 때 북쪽 기슭에 차지한 오리(올.오름)4인방은 오름으로서의 가치와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된다.

람사르 습지에 등록이 된 물장오리를 시작으로 쌀손장오리와 태역장오리 그리고 불칸디(오름)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거대하게 숲을 이룬 대자연을 에워싸고 있으면서 오늘날까지 오름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위치를 하는 때문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서 비교적 보존과 관리가 잘 된 편이다.

4인방을 만나기 위해서는 5.16도로변을 통하여 갈 수도 있으며 성판악휴게소를 지나서 한라산 탐방로를 거슬러 갈 수도 있는데 필수적으로 사전 신고와 허가가 이뤄져야만 입산이 가능하다. 또한 이들 4인방 외에 어후오름이 같은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데 오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화산체라고 할 수 있다.

 

어후라는 명칭의 유래는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지만 어울림(어울리다)의 변음으로 추측을 하고 있다. 행여 이러한 과정이 4인방을 상대로 하였다면 참으로 그럴듯하게 느껴질 법하다. 다른 맥락으로는 낭떠러지를 의미하는 어우(어위)의 변음으로 알려지는데 이는 산 체의 가파른 형세를 두고서 붙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어후오름을 줄여서 어후름이라고도 부르며 한자로는 어후악(御後岳)으로 표기를 하지만 이 역시 풀이를 하기에는 애매하다.

4인방보다 높은 10부 능선에 위치했으며 비고(高)는 116m로서 북동향의 말굽형으로 산 체가 높고 가파르며 북서 사면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한편, 어후오름의 정상부는 중요한 하천 중 하나인 천미천의 발원지이다.

사전 허가를 받은 취재진과 함께 어렵게 합류를 하여 탐방을 했던 날. 다섯 오름을 넘나드는 여정으로 진행이 되는 때문에 체력과 시간 등을 고려해서 위에서 먼저 공략을 하기로 했다. 얼마 전 물장오리를 다녀온 때문에 이곳을 빼는 대신 성진이(오름)를 추가했으며, 4인방 중 불칸디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후오름을 지나게 되므로 덤으로 해서 다섯 곳이 된다. 성판악휴게소를 경유하는 탐방로를 포함하면 이른바 5막 6장의 대장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어후오름 탐방기-

이른 아침 미팅 장소인 마방목장에 도착을 하니 한라산 능선이 뚜렷하게 보이고 날씨도 무난한 편이었다.​ 이곳에서도 말머리가 되는 성진이와 태역장오리 등이 보였다. 진행은 성판악휴게소와 제주마방목장 양​방향 주차를 하여 전진 코스로 정했는데 들머리를 어후오름으로 하고 말머리를 성진이로 정한 것이다.

이른 아침에 성판악휴게소에 도착을 하니 한라산행을 위해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오름 탐방도 그렇지만 한라산 정상 등반도 비교적 날씨가 좋은 편이라 멋진 산행이 될 것 같았다. 한라산 등반로를 통하여 약 2km 지점(목교 전)까지 갔으며 정상 등반과 마찬가지로 워밍업 과정을 치르는데 적당한 거리였다.

출입 허가증을 패용한 만큼 구태여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잠입을 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을 밟으며 지나는 동안은 굴거리나무들과의 만남이 계속 이어졌고 조릿대 군락을 헤쳐 나​가면서는 꽝꽝나무와 넝쿨 등이 다소 방해를 했지만 초반은 큰 경사 없는 때문에 묵묵히 전진을 했다.

소곡 몇 곳을 지나고 비로소 어후의 허리 가까이 도착이 되었고 바야흐로 능선을 타고 오르막을 오르게 될 차례가 되었다.​ 초행인데다 깊은 숲을 이룬 10부 능선인지라 사뭇 자연미가 넘쳐났다. 어후오름의 허리 능선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곳은 축축하게 젖은 바닥 층이었고 일부 지역에는 약간의 물이 고였거나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천미천의 발원지였던 것이다. 조금 더 고지대인 한라산 기슭의 돌오름을 거쳐 온 물은 이곳 어후오름에서 발원을 한 후 천미천으로 이어진다. 이후 사려니숲길 일대를 지나 교래리를 거쳐 표선면 하천리까지 이어지는 제주의 대표적인 하천으로서 한라산 기슭의 여러 하천 중에서 가장 긴(27.7km) 하천이다. 이 하천의 명칭이 끄트머리를 뜻하는 천미(川尾)로 정해진 것을 보면 거리나 중요성을 짐작할 수가 있다. 

발원지 주변에서 잠시 머물다가 정상을 향​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사락사락..... 조릿대왓을 헤치며 지나는 동안 옷깃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 소리와 더불어 탐방에 참여한 4인방의 거친 숨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려왔다. 키가 제법 큰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능선은 가파른 때문에 빠른 전진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정상부에 도착을 하였다. 어후의 서사면​은 가파른 벼랑으로 이뤄졌는데 경사가 심하고 높은 낭떠러지가 이어지면서 아래를 바라보면 아찔할 정도였다.​  그나마 여름 보다 늦가을에 찾은 것이 다행이라고 여긴 것은 ​나무들이 잎을 버리고 시야를 열어준 때문이었다. 절벽의 끝자락에서 나무를 붙들고 일대를 전망하기 시작하였다.

물장오리를 시작으로 오리(올. 오름)4인방이 하나의 원을 그리면서 넓은 초원과 숲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희미하나마 해안선까지 눈에 들어오고 견월악을 비롯한 근거리의 오름들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오르는 동안 흘린 땀을 씻어주는 가을바람은 수고의 대가를 지불하듯 시원하게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천천히..... 가능한 느리게 아침을 열며 불어왔다. 가을이 불어왔다.​ 동부권의 오름 군락들도 이제 아침을 열며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오름을 베개 삼아 긴 밤을 지새운   구름층은 낮게 드리운 채 서서히 오름 위로 오르며 ​볼거리를 제공해줬다.

오른 자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고 땀 흘린 자만이 만나게 되는 그림이었다.​ 이제 어후와의 만남을 마치고 불칸디로 향할 차례이다. 어후에서 불칸디로 이어지는 과정은 그다지 어려운 편이 아니었는데 이미 최고(高)점을 지난 상태라 경사와의 한판 승부는 없었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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