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여문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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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여문영아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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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14m 비고:134m 둘레:3,454m 면적:600,325㎡ 형태:말굽형

 여문영아리

별칭: 영아리. 영아악(靈娥岳. 靈峨岳)

위치: 표선면 가시리 산 145번지

표고: 514m  비고:134m  둘레:3,454m 면적:600,325㎡ 형태:말굽형  난이도:☆☆☆

 

 

물은 없으나 규모가 크며 신령스럽고 영험한 기가 흐르는 듯한 신비의 화산체...

 

영아리의 의미는 신령(靈)과 관련을 한 민간 어원적인 해석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신성하고 영험하다는 뜻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서부권 안덕면 소재의 (서)영아리(오름)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가 있으며 '아리'는 만주어로 뫼(山)를 뜻한다. 그 외 신령스러운 여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앉아 있는 형국에 가늠하여 명칭이 붙었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주변에 있는 물영아리와 구분을 하기 위하여 여문영아리라 했는데 여문은 '여물다(여물었다)'는 뜻이며 '염은'의 뜻으로 풀이하거나 표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물이 없다는 입지의 표현을 두고서 직설적인 표현으로 건영악이라고도 하나 잘 쓰지는 않는다.

한자로는 각각 뜻의 차이는 있으나 영아악(靈娥岳. 靈峨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다. 즉, 여문영아리의 표기는 분화구에 물이 고여 물영아리(水靈岳)라 부르는 것과 구분을 하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묘하게도 두 오름은 가까운 곳에 위치했으나 행정구역으로는 물영아리가 수망리, 여문영아리는 가시리 소재이다.  

여문영아리는 기슭과 등성 대부분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푸름 그 자체이다. 신령스러운 산답게 자연림의 생태가 울창하고 탐방로와 정상에서 바라보는 굼부리 주변은 기(氣)가 흐르는 듯하다. 람사르 습지 등 걸쭉한 타이틀이 붙은 물영아리에 비하여 인지도에 밀리기는 하지만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이 있으며 정상에서의 조망권도 좋은 편이다. 

134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사방을 전망하는데 무난한 편이며 북향의 말굽형으로서 물영아리(508m)보다 오히려 조금 더 높은 화산체이다. 봉우리가 이어진 산 체의 내부는 크고 작은 분화구 몇 개가 있으며, 얼핏 보기에는 단순하게 보이나 다소 복잡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진입로를 따라 오를 경우 주봉 외에 등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완전 정복을 할 수가 있다.

 

굼부리의 경우도 거친 면이 있기 때문에 정상과 사면 아래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만큼 신령스럽고 영험한 기(氣)를 받기 위하여 애써 굼부리를 찾아 들어가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봉우리를 거슬러 전진형으로 탐방을 하기 때문에 전망 외에 환경의 변화가 이뤄진다는 이점도 있다.

제주시나 서귀포시를 기준으로 할 때 이동거리가 있으나 접근성은 쉬운 편이다. 따라서 시간과 체력적인 여건이 된다면 인근의 물영아리와 물보라길을 함께 만나는 것이 좋다. 오름과 숲 탐방이라는 알찬 결실을 얻을 수 있으며 영아리라는 의미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고 그 느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름과 숲길을 드나드는 동안에 초지와 기슭은 이런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제주시를 기준으로 할 때 남조로의 태흥목장 맞은편이 초입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태흥목장 정류소에서 내리면 되고 지금은 사려니목장으로 팻말이 걸려 있으며 쉽게 눈에 띈다. 드넓은 목장이 에워싸고 있으며 도로변에서 들어가는 과정은 경사가 없기 때문에 워밍업을 겸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여문영아리 탐방기-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는 동안 주변의 물영아리가 훤하게 보였다. 그 옆 우측의 낮고 작은 산 체는 별개로서 도래오름이라 부르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을 실은 자료는 아직 없다. 오전에 물영아리에 이어 물보라길을 걸으면서 주변을 유심히 둘러봤는데 아무래도 독립형  소화산체가 맞는 것 같았다.

수망리 주민들이 도래오름이라 부르고 있고 현장 지도에서 표기가 되었는데 오름에 등재가 안 된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물이 고인 못을 중심으로 방향을 돌렸다. 신은 물영아리의 분화구에 물이 고이게 한 대신 여문영아리는 입구에 못을 만들어준 것일까. 산 체의 크기고 높이도 뒤처지지 않건만 물영아리에 비하여 여문영아리의 인기는 떨어지는 편인데 신령스럽고 영험하다는 영아리의 명칭도 같건만 설움을 받는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안으로 들어서니 여문영아리의 모습이 드러났다.

초입 방향으로 들어가면서 보이는 모습은 그저 평범한 화산체이면서 목장에 둘러싸인 온화한 모습이 전부이지만 오르고 나면 다시 반전이 이뤄지는 곳이 여문영아리이다. 전진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 만큼 다른 방향을 우선 선택하여도 되지만 안으로 들어선 후 우측으로 이동을 하여 표식이 있는 진입로를 이용하였다. 

계절이 그러하듯 기슭 아래부터 자연은 순리나 법칙을 잘 따르고 있었다. 상산향이 풍겨오고 산수국을 비롯한 여러 식물들이 푸른 잎을 내보이고 있었다. 머지않아서 좁은 길마저 저들의 영역으로 차지를 할 기세였는데 이 때문에라도 하절기에 접어들기 전에 만난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가 주인공이 되고 다양한 잡목들이 조연이 되어 산 체를 덮었고 바닥은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깔리지 않았다.

자연! 그 자연만이 존재하는 길을 따라 오르기에 경사가 애를 태우지는 못 했고 능선의 어깨를 짚고 따라가다가 분화구 방향으로 길의 흔적이 있는 곳을 이어 천천히 올라갔다. 누가 쫓아오지도 않건만 숨 가쁘게 오르다가 결국 힘에 부쳐서 걸음을 멈췄다. 오르다 힘들면 멈추는 것 또한 혼자만의 자유이며 특권이다. 아직 정상이 아니 건만 주변은 벌써 풍경이 열렸다.

햇살과 미세먼지가 다소 방해를 했지만 오전에 비하여 눈으로 보기에는 충분했다. 몇 해 전에 찾았을 때는 하절기라서 애를 먹었었는데 허리선을 넘게 자란 수풀들이 길의 흔적을 없애버렸고 진로를 방해한 때문에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나 정상 바위에서 선탠을 하던 쇠살모사를 만나 곤욕을 치렀었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아직 녀석들이 설쳐댈 시기도 아니고 뚜렷하게 보이는 탐방로는 수월한 진행에 도움이 되었다.  

굼부리를 중심으로 다른 봉우리가 보였다. 어느 방향으로 선택을 하느냐에 따르지만 주봉이나 셋봉이나 큰 차이는 없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 오가는 과정을 다 하면 좋겠지만 큰 의미는 없다. 나 역시 그랬다. 다시 맞은편 봉우리를 오른 후 서쪽 기슭으로 내려갈까 고민을 하다가 혼자였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기에 애써 강행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더욱이 물영아리와 물보길을 거쳐 고사리 꺾기 등으로 이어진 여정이라 다소 지치기도 한 상태였다. 

진행 방향으로 이동을 하면 산 체의 허리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숲이 울창하지만 곳곳에 표식이 있어 큰 불편함은 없었다. 일행이 있었다면 이 주변에서 굼부리로 내려 간 후 다시 밖으로 나가는 루트를 선택해도 되는데 역시나 이날은 무리수였다. 내려온 후 바라본 산 체와 굼부리 주변 모습이 보였는데 그나마 잡목들이 입구를 막은 때문에 굼부리의 형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등성을 따라 오를 경우 다시 원점 회기가 가능하지만 목장을 따라가는 것으로 선택을 했다.

기슭을 따라 돌아가는 동안에도 풍경 놀이는 계속되었다. 일부 지역은 주변을 가린 숲이 없기 때문에 한라산을 비롯하여 오름 군락들이 보였다. 초입에서 본 모습과는 확실히 대조적이었다. 신령스럽고 영험한 곳이라는 의미 외에 신령스러운 여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앉아 있는 형국에 가늠한 설도 있다.

아마도 그런 구전이 맞는다면 이 지점 정도에서 바라봤을 거다.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에는 오름 아래의 초지가 방목지로 변하고 우군(牛)들이 진을 치는데 이날은 조용했다.  늘 그랬듯이 오른 곳을 다시 바라봤다. 산 체도 볼품이 있고 규모도 크건만 물영아리의 기세에 눌린 때문에 찾는 이들도 많지 않다. 오히려 우군들의 터전이 되어 평화시위를 벌이기에 안성맞춤인 모습이었다. 그러기에 자연미는 더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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