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열안지(봉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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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열안지(봉개동)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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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28.7m 비고:54m 둘레:969m 면적:55,701㎡ 형태:말굽형

열안지(봉개동)

별칭: 여난지. 연안지기. 열안지(列雁旨). 연난지(燕卵旨)

위치: 제주시 봉개동 산 778-1번지

표고: 328.7m  비고:54m  둘레:969m 면적:55,701㎡ 형태:말굽형  난이도:☆☆☆

 

 

기러기가 날아가고 제비가 알을 품은 형상의 화산체 모습은 개간과 환경의 변화로 사라졌고...

 

열안지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며 제주시 오라동에도 동명의 오름이 있다. 화산체의 특성이나 전반적인 상황은 오라동의 열안지(오름)가 비교적 더 알려졌고 찾는 이들 역시 비교가 된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는 동물이나 새 등의 형상을 빗대어 붙은 명칭들도 제법 있는데 이곳 역시 기러기와 제비에 비유를 하였다.

한자의 명칭을 기초에 두고 풀이를 해보면 기러기가 날아가는 형상을 빗대어 열안지(列雁旨)라 했으며, 제비가 알을 품고 있다는 모양새를 두고서 연난지(燕卵旨)로도 표기를 했다.  행여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본다면 열안지 한 곳만이 아니고 이 주변을 차지한 오름들을 합쳐서 추상을 했는지도 모른다.

안. 밧세미(오름)를 시작으로 큰. 족은 칡오름과 고냉이술(오름) 등이 그 조연급들이 되며 일대의 들판과 숲은 배경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낮고 허접한 면도 있지만 자연미가 넘쳐흐르는 곳에 모여서 관객이 없는 무대를 꾸미지 않았을까.

또한 알을 품은 제비의 형상 역시 변화와 발전이 이뤄지기 이전의 시기에 비유를 했을 텐데 낮지만 봉긋하게 솟은 터전 아래를 차지한 모습을 그렸을 것이다. 명도암 일대에 민가가 들어서기 이전의 일이고 자연적 환경 역시 숲이 울창한 시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떠올릴 수가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화폭은 더러 찢겼고 빛이 바랜 데다 주연과 무대는 사라진지 오래됐으며 흥미 없는 관객들만이 들쑥날쑥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사방 어디에서도 기러기가 떼를 지어 날아가는 형상이나 제비가 알을 품은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개간 등으로 인하여 환경의 변화가 이뤄진 탓도 있겠지만 먹고사는 방법과 터전을 찾는 지혜와 슬기는 자연 보다 더 위대한 때문이다. 땅 한 평이라도 파헤쳐야 했고 기슭 한 턱이라도 더 차지를 해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봐야 할까.

자연스러운 침식작용의 영향도 있겠지만 개간을 비롯하여 굼부리와 등성의 송이와 흙을 파헤친 때문에 분화구의 원형조차 잃어버린 상태이다.   봉개권 중에서도 절물 휴양림 일대에는 비교적 인기가 있는 오름들이 있으며 연중 찾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큰대나(절물)를 비롯하여 거친오름과 민오름 등이 그 대표적인 오름이며 함께 연계할 수 있다는 이점도 한몫을 한다.

명도암 역시 오름의 숫자는 비례적이라 할 수 있으나 산 체나 전반적인 상황은 열악한 환경이다. 그러나 저평가나 비인기를 논하는 오름들에게도 반전은 있는 법이다. 찾는 이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식생과 생태의 환경이 좋다는 의미가 포함되지 않겠는가.

나지막하지만 자연미가 넘쳐나는 오름들을 만나면서 힐링을 하고 부분적으로 전망을 통하여 심신을 추스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명도암권에서 그중 하나가 열안지이며 54m의 낮은 비고(高)로서 북향의 말굽형 화산체이다.

 

-열안지 탐방기-

봉개동에서 명도암 방향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난 소로를 따라 들어가면 안. 밧세미(오름)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 열안지의 모습이 보이며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상으로 가는 진입로가 있다. 안세미 입구에는 이 오름의 명칭과 연관이 된 연못이 있으며 주변에 주차를 하고 조금 걸어서 들어가면 된다.

이미 큰. 족은 칡오름과 고냉이궤. 고냉이술 오름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찾는 열안지이지만 날씨는 내내 남의 편이 되었다. 소로를 따라가다가 기슭 진입로에 도착을 했는데 딱히 탐방로라고 하기에는 어설프지만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었다. 열안지를 드나들었기보다는 안쪽 농지나 촐왓을 찾았던 사람들의 흔적으로 보였다.

그나마 여름인지라 수풀이 장악을 하여 엉성한 걸음으로 진행을 해야만 되었다. 무성한 숲은 아니나 소나무가 주역이 되어 자연미를 느끼게 하였는데 일부는 재선충의 수마에 시달리는 모습이라 안타까웠다. 어느 정도 들어가다가 적당한 곳을 선택하여 허리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지만 가끔은 이런 규칙을 어겨야 할 때도 있는 만큼 길이 아니면 뚫어라!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날씨가 흐리고 이렇다 할 전망조차 없는 데다 어지럽고 복잡한 기슭을 오르는 과정이라 눈에 띄는 식물들과 눈싸움을 하면서 밋밋함을 달랬다. 주홍서나물은 오랜 세월 열안지를 차지한 풀섶들 사이를 차지하여 우쭐거렸는데 이미 퇴색의 과정을 거치는 마지막 모습과 더불어 이제야 꽃망울을 맺힌 모습도 관찰이 되었다. 열안지에는 시간이 정지되고 계절이 멈춰지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화산체의 크기나 높이를 비롯하여 현장 상황이 험난하지는 않은 때문에 딱히 정해진 과정이 아니라  동행한 몇몇 스스로 자율적인 탐방을 진행했다. 이미 이전 오름들을 만나는 동안 신발이나 바지 깃이 젖었고 수풀이 우거진 능선을 오르내린 때문에 이 정도는 익숙해진 상태였다. 열안지의 허리는 온통 푸름이었다. 초록으로 비단옷을 해 입었고 차분한 분위기의 단색으로 꾸며진 때문에 마냥 바라봐도 좋았다.

날씨가 심하게 질투를 하고 시기를 보태어 습한 기운을 만들었지만 결코 숲이 안겨주는 싱그러움 마저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는 위로 올라갈수록 모데라토에서 알레그로 속도로 변했다.

까악 ♬ 까악...  개모시는 아예 군락을 이뤘다. 허리에서 어깨를 짚는 순간까지 온통 개모시가 차지를 하였다. 애써 쓰러뜨리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이동을 했지만 이들이 길을 열어주지 않은 데다 미끄러지기 일쑤여서 일부에게는 고통을 안겨줬다. 정상부에 올라 주변을 살폈지만 어느 방향에서도 수고에 응대를 해주지 안 했는데 야속할 만큼 날씨가 얄미웠다.

그래도.... 자연미가 있기에 애써 투덜거리는 것을 억제하며 주변을 살폈다. 허무함도 느꼈지만 수풀이 무성한 몇 곳을 바라보며 제비가 알을 품었을 거라는 가상의 장소를 찾는 척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안세미와 밧세미가 보였다. 명도암 일대의 오름들 중에서 비교적 산책로와 전망대가 잘 구성이 되었고 찾는 이들 역시 이곳보다 더 많은 편이다.

 

화산체의 크기나 높이도 적당한데다 탐방의 맛이 나는 오름이다. 행여 세미오름에 올라 열안지를 향해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보면 이름 석 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gps를 통하여 정확한 비고(高)점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정상부의 모습이 확인되었다. 오름을 오르면서 흔하게 만나는 리본이 이곳 정상부에도 매달아 놓았는데 이름 석 자까지 적어서 표식을 한 것이 꼭 좋은 일인가를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푸름만으로 단장을 한 모습도 보기 좋으련만 붉은색으로 생을 마쳐가는 소나무도 보였다. 볼품없는 컬러를 차라리 안 봤으면 됐을 텐데.....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생을 마감하게 될 게 뻔한 일이기에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나쁜... 솔수염 하늘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열안지를 살폈다. 차라리 눈 내린 겨울 어느 날 찾으면 더한 볼품으로 맞아주려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올랐던 코스를 살피며 내려가기로 했다. 다른 기슭을 모르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는 식물들에게 피해를 안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고나 할까. 원점인 안세미 오름 입구에 돌아왔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보니 백수련도 보였는데 적수련과 함께 연못의 백미가 되어 눈길을 끌었다.

넓지는 않지만 곱게 피어난 수련들이 있어 잠시 바라보니 제법 운치가 있었다. 이동성과 접근성이 그러한 만큼 열안지 한 곳만을 만나기 위하여 찾는 것보다는 세미오름 형제를 비롯하여 큰. 족은 칡오름과 고냉이술 등을 포함하는 여정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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