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식물들은 지금 전쟁 중..
상태바
한라산 식물들은 지금 전쟁 중..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18.06.05 11: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포커스)고산식물의 보고 한라산 조릿대로 시름시름
 

한라산 식물들은 지금 전쟁 중이다.

남북의 평화무드에 젖고 있는데 웬 전쟁이냐고 반문을 할 만하다.

우리나라와 북한, 미국과 북한의 65년간 이어져 온 전쟁상태를 종식하고 평화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6월 12일 싱가폴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런데 한라산에서는 평화나 공존과는 아주 다른 식물들이 생사를 건 전쟁을 치루고 있다.

예를 들어 한라산 선작지왓은 예전부터 철쪽꽃으로 가득했던 곳이지만 어느때부터인가 조릿대가 이곳을 점령해가고 있다.

한라산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자라는 우리나라 고산식물(高山植物)들이 보고(寶庫)다.

몇 해 전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한라산에서 식물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전쟁이 십수년은 된 것 같다.

 
 
 

영실에서 시작한 발걸음이 힘들게 병풍바위 등성이를 헐떡거리면서 오르면 넓게 펼쳐진 제주 섬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눈에 들어오고 연이어서 구상나무 숲이 푸른 정기를 뿜어내면서 등산객들이 힘들어 하는 발걸음을 다독여 준다.

한라산의 상징인 구상나무 숲을 지나면 넓은 들판이 펼쳐지는데 이곳을 선작지왓이라고 불린다.

6월초가 되면 한라산 선작지왓 일대에 산철쭉이 만개를 한다.

한라산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산철쭉이 한라산 산허리에서 예쁘게 피어난다.

이때가 되면 한라산 철쭉제도 열린다.

철쭉제가 열리는 날 한라산을 올라 선작지왓에 다다르면 산철쭉이 만개한 모습들이 울긋불긋 꽃밭을 이루어 사람들을 황홀하게 해준다.

산철쭉 주위로는 한라산 토종식물인 앵초, 큰앵초, 바위미나리아재비, 흰그늘용담, 세바람꽃 등 키 작은 식물들도 곱게 꽃을 피운다.

 
 
 

한라산의 토종식물인 키 작은 식물들이 산철쭉과 함께 고운 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예쁘게 단장을 하여 한라산을 아름다운 꽃밭으로 만든다.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하여 너도 나도 한라산을 오른다.

이 시절에 한라산을 찾는 사람들이 수가 해마다 배에서 배로 늘어만 간다고 한다.

꽃들이 곱게 수를 놓은 낙원을 찾으러 한라산에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한라산에서 꽃들의 천국이라는 선작지왓에 이르고는 이내 실망의 눈길들을 보낸다.

왜 실망들을 할까?

한라산 선작지왓이 산철쭉 꽃으로 유명하다는 말은 이제 전설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꽃들이 거기에 피어 있겠거니 하고 한라산을 오른 사람들에게 다가온 것은 아름다운 꽃들이 아닌 볼품없는 조릿대들만 선작지왓 넓은 들을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

한라산 식물들과의 전쟁에서 조릿대가 마치 승리를 한 것인 양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쳐지기 때문이다.

 
 
 

한라산 선작지왓 뿐만 아니라 윗세오름 주변, 사제비 동산에서 만세 동산 주변, 방애오름 주변, 남벽에서 돈내코로 가는 지역 주변 할 것 없이 한라산은 식물들의 전쟁에서 이긴 조릿대들로 가득 들어차 있다.

조릿대 군락 사이사이에 군데군데 산철쭉들이 어렵사리 피어 있지만 산철쭉 주위를 둘러싼 조릿대들이 언제 공격을 감행할지 보는 이들을 애처롭게 한다.

얼마 후에는 몇 안 되는 철쭉 군락들도 조릿대들에게 백기를 들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서글퍼지면서 속상한 생각이 든다.

조릿대와의 전쟁을 하는 한라산 토박이 식물들을 구할 길은 정녕 없는 것인지....

사람들이 한라산의 우군인 토종식물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할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기자의 마음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만해도 한라산 조릿대를 줄이기 위해 말을 풀어 방목을 하면서 조릿대 퇴치를 위한 노력들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사라졌다.

말은 커녕 말을 방목하며 한 때 사라졌던 조릿대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들의 의지가 너무 연약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말 방목이 대안(?)이라고 하던 장담들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조릿대에게 항복을 하고 만 꼴이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머지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 한라산에는 조릿대들이 몽땅 점령을 해서 토종식물들이 사라지고 조릿대 왕국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진다.

고산식물들의 보고인 명산 한라산은 사라지고 조릿대만 가득 찬 삭막한 한라산이 되지 않을 까하는 걱정이 커지는 요즘이다.

한라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산철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만 되도록 조릿대가 나오지 않게 카메라 앵글을 돌리면서 사진들을 찍고 있는 모습도 포착된다.

 

보기에도 안쓰럽기 때문이다.

오래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에 한라산에서 담은 산철쭉사진들은 개인들이 소장을 하고 있는 사진첩이나 식물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엄습하면서 두렵기까지 하다.

한라산 조릿대를 줄여서 토종식물들이 다리를 펴고 꿈을 키우면서 자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은 과연 올 것인지 아련하기만 하다.

올해도 사람들은 철쭉제를 맞아 한라산 산철쭉을 보기위해서 한라산을 오르고 있었다.

철쭉제를 지내면서 산악인들은 한라산 산철쭉이 조릿대들의 횡포에서 벗어나 한라산을 아름답게 꾸밀 날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기원했다.

한라산 식물들이 전쟁을 마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살아갈 공존의 날이 올 때까지 한라산을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한라산 식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지금은 우리들 인간들의 정성과 노력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 의심이 여지가 없다.

한해 한해 달라지는 한라산..이제 모두가 나서서 식생회복에 나서야 할 때라는 점을 한라산 철쭉은 호소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 다니엘 2018-06-10 08:48:37
현장의 생생한 보도에 감사, 조릿대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기는 하나 수년전부터 식음료, 건강기능보조식품으로 연구 개발하여 조릿대 가공업체가 여러 곳 생기면서 고용창출효과도 거두고 계속 제조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바도 있습니다. 앞으로 조릿대를 재료로 활용하여 유익한 제품 생산 판매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 혁신이 요청됩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