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오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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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오구시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6.0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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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88.6m 비고:29m 둘레:665m 면적:27,729㎡ 형태:말굽형

 오구시

별칭: 오고소악(午古所岳)

위치: 제주시 오동동 570-1번지

표고: 188.6m  비고:29m  둘레:665m 면적:27,729㎡ 형태:말굽형  난이도:☆☆

 

 

말(馬)의 안장을 닮은 모습을 명칭으로 정하였으나 개간과 변화로 옛 모습을 잃은 화산체...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오구시는 인근에 있는 오두싱과 더불어 일반적인 오름들과 달리 명칭 자체부터 특별하게 들린다. 오름의 이름도 그러하지만 집과 밭이 어우러져 있는 점이나 산 체의 규모 등을 감안하더라도 보통의 오름들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한라산 기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마을의 중심을 차지한 때문인지 오름의 가치나 존재로서의 큰 의미가 없게 보인다. 두 오름 주변으로 마을이 생겨나고 경작지가 개간이 되면서 변화가 이뤄진 게 당연하겠지만 실제 이들은 오등동의 심지와도 같다.

야산이나 중산간의 오름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일찍이 어엿한 화산체로서 마을의 설립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오구시에 관한 유래가 정확하게 전해지고 있지는 않으나 이 오름을 중심으로 하는 주위의 모습을 두고서 말안장의 형세라고 해서 붙여진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오구시의 구시는 마소의 먹이를 담아주는 여물통(큰 그릇)의 의미를 지닌 제주 방언이며 이와 관련해서 말의 구유라고도 한다. 말안장 형국으로 묘사를 한데 대하여는 정상부와 남쪽을 비롯하여 터진 분화구 자리 등을 복합적으로 추상하여 그려낸 모양이다.

구전되는 내용 중에는 이 산 체의 정상은 말의 엉덩이에 해당이 되며 남쪽 방향의 패인 곳은 허리이고 그 너머는 주둥이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기슭 아래쪽이 대부분 개간이 되었거나 도로에 포함이 되면서 옛 모습이 사라진 만큼 지금은 상상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다.

한자로는 어려움이 따랐는지 표음식으로 오고소악(午古所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는데 본래의 뜻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전 사면 대부분에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으나 근년에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일부는 잘려나갔다.

이 때문에 작업 차량이 드나들면서 없던 길이 생겨났고 산 체의 일부가 파헤쳐 진 상태인데 실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정상에 묘 1기가 있으며 등성과 주변에도 일부 묘들이 있지만 명당이나 풍수지리를 운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방 대부분을 가렸던 소나무가 고사한 때문에 일부는 전망을 할 수가 있지만 여느 오름 정상처럼 쾌감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허리 부분이 되는 남사면의 기슭은 감귤원이 조성되어 있고 북사면 기슭은 가파르며 작은 천(川)과 맞닿아 있고 옆으로 오신교(橋)가 있다. 29m의 낮은 비고(高)이지만 변화가 이뤄지기 이전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화산체로서의 입지는 충분히 드러났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오구시 탐방기-

오름의 서쪽 영실농원 곁에서 오를 수도 있으나 주차 등 편의상 오신교(橋) 부근에서 진입하는 것이 좋다. 재선충병 작업으로 인하여 진입로는 확장이 된 것처럼 새롭게 길이 아닌 길이 생겨난 때문에 초입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마음이 씁쓸했다. 더욱이 성숙의 계절이 지난 때에 찾아서 볼품이나 탐방의 묘미 역시 떨어진 상태였다.

동네 뒷동산 오르듯 잠시면 정상부에 도착이 되었는데 평평한 등성의 일부는 허접하게 드러난 상태였으며,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서 찾았지만 오름이라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수령에 비하여 굵기가 약해 보이는 소나무들이 지키고 있고 넝쿨과 덩굴들의 더부살이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상 부근에는 산담까지 둘러진 묘 1기가 있었는데 단 하나의 묘임을 감안할 때 오구시를 포함하는 일대에 설촌이 된 후 마을의 명사가 묻힌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산담에 올라서서 북동쪽의 상황을 보니 터져나간 굼부리의 흔적임을 한눈에 알 수가 있었지만 이미 개간이 된지 오래고 밭에는 농작물이 심어졌는데 푸른빛 보리 새싹이 돋아난 모습이 확인되었다.

 

오구시의 버팀목들이 사라졌다. 솔수염하늘소의 만행으로 인하여 오구시를 지키던 소나무들 여러 그루가 잘렸다.​ 애써 외면하고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니 시내 정경의 일부가 보였지만 전망이라고 하기에는 멋쩍었고 어느 정도 기분을 추스를 정도는 되었다. 재선충병의 수마로 생을 마친 나무에는 붉은색으로 표시를 했고 번호표도 붙어진 채 씁쓸하게 남아 있었다.

뿌리가 썪어 오구시의 등성에 묻히는 시기는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생명이 있는 나무였는데 어찌 영혼이 없을까. 잘린 나무를 분쇄한 작업 현장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아 있는 소나무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솔수염하늘소의 만행을 잘 이겨내고 튼튼하게 자랄 것을....... 일찍이 오구시의 매력과 대세는 소나무 너희들의 몫이 아니었는가.

내려오면서 만난 소나무 한 그루가 유난히도 곧게 뻗은 모습이기에 오구시지기라고 명명해 주었다. 생존의 법칙을 잘 이수하고 더 굳세고 튼튼하게 자라며 산 체를 지킬 것을 주문했다. 씁쓸하고 개운하지 않은 마음을 지닌 채 내려오다가 트인 공간으로 멀리를 바라보니 연동의 3총사 오름이 나란히 나타났다. 민오름~남조순오름~괭이오름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뚜렷하게 보였고 이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오구시의 연약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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