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오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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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오등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6.1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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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06.2m 비고:56m 둘레:1,862m 면적:169,387㎡ 형태:말굽형

 오등봉

별칭: 오두싱이. 오등악(吳等岳). 오등봉. 오봉악(梧鳳岳).

위치: 제주시 오등동 1,554번지

표고: 206.2m  비고:56m  둘레:1,862m 면적:169,387㎡ 형태:말굽형  난이도:☆☆

 

 

다섯 봉황이 웅장하게 정상부를 차지하고 의엿하게 굼부리를 지키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화산체...

 

지금의 오등동 마을의 옛 이름은 오드싱(오드승. 오드싱이 등)이며 이와 관련한 어원이나 유래에 관해서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오름과 관련해서는 마을의 명칭과 관련이 있겠지만 오름이 있어 마을의 이름이 정해졌는지 마을의 명칭을 토대로 붙었는지 역시 애매하다. 그 외 오등봉, 오봉악, 오봉산 등으로 부르고 있으나 사유지를 포함하는 일대라 출입 제한이 따르는 때문인지 점차 잊혀 가고 있다.

한자로 오등악(五等岳)으로 표기하는 것 외에 오봉악(五鳳岳)으로도 쓰이는 것을 보면 의미가 있어 보인다. 다섯 봉황이 정상부를 차지하여 사방을 전망하는 것과 웅장하고 묘미가 있어 보이는 굼부리를 지키는 모습을 연상하게라도 한 것일까. 오름 옆 도로에서 보면 낮은 동산 정도로 보이지만 남쪽 봉우리를 기준으로 하여 동쪽 편과 서~북으로 이어지는 등성은 오름으로서의 볼품이 있다.

특히나 북향으로 깊고 길게 팬 굼부리는 긴 타원형으로 이어지면서 화산체의 특징이 잘 나타나며, 정상에서 북쪽으로 입구가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 내부는 수풀과 잡목들이 우거져 있다. 또한 비탈면 전체가 잔디와 잡풀들로 덮여 있고 듬성듬성 해송과 다른 잡목들을 비롯하여 덩굴들이 차지한 모습도 확인할 수가 있다. 

오름의 동쪽 기슭은 병문내(川)가 있으며 서쪽은 제주시에서 가장 긴 천(川)인 한내(한천. 漢川)가 흐르는데 이는 제주시에서 가장 긴 천(川)이기도 하다. 한편 설촌 유래와 관련하여 제주시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실려있다.

“오등동은 옛 이름인 '오드싱' 과 '다시' 마을로 이루어졌는데 오드싱은 ‘제주읍지’(1783년)에 '오등생리' (吾登生里)라 표기되었는데 '오드싱' 이라 불린 것이 후에 한자 표기에 의하여 '오등' 이라 칭하게 되어 ‘삼군호구가간총책’ (1904년)에는 '오등' (梧登)이라 기록되어 있음. 다시는 ‘탐라순력도’ (1702년)에 '간다시' (艮多時)라 표기되었는데 이는 '다시'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다시'는 '(같이)'에서 온 말로 추측되며 오등의 한마을인 죽성(竹城)은 대나무가 많다는 데서 명칭이 유래하였다”.

 


 -오등봉 탐방기-

맞은편 등성을 사이로 깊고 길게 이어지는 굼부리는 보통의 오름 보다 더 볼품이 있어 보였다.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말굽형 화구를 따라 눈을 돌리니 그 끝은 북쪽 해안으로 이어졌다. 썩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사라봉과 별도봉을 비롯하여 시내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 만큼 이 모습을 정상에 올라서면 얼마나 더 볼품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부는 숲을 이루지 않았지만 지킴이 역할을 하는 나무가 뚜렷하게 보였다. 지킴이는 혼자가 아니라서 왕따나무는 아닌 셈이다. 스코리어(붉은 송이)로 보이는 현장이 확인되었지만 사방이 열리게 되어 있어서 전망 터로는 최고일 것 같았다.

정상에서 일대를 전망하는 것이 아니고 아래쪽 기슭에서 정상을 우러러본다는 게 여간 아쉬움이 컸다고나 할까. 쫓겨난 진입로 안쪽으로 경작지가 있는 것과 달리 이곳에는 목장을 겸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말(馬) 몇 마리 보였는데 생김새를 보니 덩치가 작고 온순한 게 제주의 전통 조랑말 같았다.

녀석들 얼마나 순한지 옆에 다가가서 셔터 소리를 내도 꿈쩍 않았는데 차라리 모델이 되어주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 이 오름은 사유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일부 개간이 된 데다 한쪽은 목장을 겸하고 있다. 산책형이나 날씨가 좋은 날에 전망을 목적으로 찾아도 좋으련만 현재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풍 장소나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이용이 되기도 했었는데 개간과 변화가 이뤄졌고 출입도 통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 국립공원이나 람사르습지 등록지 등 일부 오름들이 출입 제한을 받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오드싱의 경우 소유권자의 판단이다. 산남권의 일부 오름들은 밀감 밭 등으로 경작이 되면서도 오름 탐방을 할 경우 양해가 이뤄지는 것에 비하면 참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목장이나 농작물 재배 등 사연이 있겠지만 미풍양속의 일환이나 묘지가 있어서 벌초 등과 관련하여 출입을 하는 경우 등 제주민들이 오름 탐방에 걸림돌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름 주변 도로 건너편에는 빌라가 들어선지 오래되었고 차량 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주봉에 오르면 해안 쪽을 비롯하여 일대를 전망할 수가 있는데, 사라봉과 별도봉을 비롯하여 원당봉을 거쳐 동북으로 이어지는 풍경과 반대편으로 한라산 기슭들이 사정권에 들었지만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마을 주민들의 입장에서도 산책형으로 오두싱을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남의 땅이라 얼씬거리지를 못한다.

이미 과거에는 출입이 자유로웠고 더욱이 위치가 야산도 아니고 마을 내에 있거늘 이 오름을 못 오른다는 게 어찌 이해로 다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결국은 개간 등 변화가 이뤄지면서 소유주로서는 추억과 휴식의 공간마저 차단을 시킨 꼴이 아니겠는가. 흐렸던 날씨는 마침내 한두 방울씩 비가 떨어지면서 주말의 예보를 지키려 했다.

오후는 우(雨요)일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오전 내 오름과 숲길을 두 곳 점령한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 다만... 오등봉의 정상을 눈으로만 본 게 어찌 아쉽지 않았겠는가. 사라진 소풍 장소. 빼앗긴 놀이터. 근처를 서성거리다 떠나야 하는 심정은 무척이나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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