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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고영철의 향토연구"제주의 원류를 찾아서.."
[향토문화]귀신 방쉬..월평동 다라쿳당그릇을 깨고 와야 아기의 그릇 깨는 버릇이 없어진다고 믿어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http://www.jejuhi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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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8.06.13  23: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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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동 다라쿳당

제주도 민속자료 제9-5호(2005년 4월 6일 지정)
위치 ; 제주시 월평동 1137번지. 제주중앙고등학교(구 제주상고) 앞 과수원 안
유형 ; 민간신앙(당)
시대 ; 조선~현대

   
 

   
 

다라쿳당은 여러 직능을 지닌 신들을 함께 모시는 당이다. 대개 하나의 신앙권에서는 토주관(土主官), 산육(産育), 치병(治病) 등 기능을 달리하는 신들을 제각기 별도의 당에 두어 모신다.

월평다라쿳당의 경우 이러한 직능을 하는 신들을 모두 함께 모신다. 따라서 다라쿳당은 통합된 기능을 하는 셈이다.


다라쿳당은 영평과 월평 마을의 본향당으로 제주중앙고등학교(구 제주상고) 앞 동산 ‘신데기ᄆᆞ를(신동이ᄆᆞ르)’ 과수원 안에 있다.

5평 정도의 제장을 두고 주위를 홑담으로 둥그렇게 에둘러 울타리를 쌓았다.

안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큰 팽나무가 있고, 입구에서 동쪽에는 나지막한 제단이 있는데 제단 뒤에 있는 천선과나무 나뭇가지에 지전물색을 걸어둔다. 이 천선과나무를 신목으로 삼고 있다.


제단 주위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깨진 그릇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아기가 아프면 당에 가서 빌고 돌아갈 때에는 그릇을 깨어 두고 갔기 때문이다.

그릇을 깨는 이유는 ‘귀신 방쉬’라고도 하고, 그릇을 깨고 와야 아기의 그릇 깨는 버릇이 없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2014년 5월 현재는 바닥을 돌과 시멘트로 포장하였기 때문에 깨진 그릇은 볼 수 없다.


당이 있는 곳의 지명에 따라 ‘신데기ᄆᆞ를당’이라고도 한다. ‘다라쿳’ 당이 있는 곳 일대를 두루 지칭하는 지명이 신데기ᄆᆞ르 또는 신데기ᄆᆞ를이다. 이곳에서 내[川]를 하나 건넌 곳이 이웃 마을인 영평상동이다.

다라쿳당은 두 마을 인가(人家)를 중심으로 할 때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셈이다.


이 당에서는 산신백관 산신대왕, 은기선생 놋기선생, 젯도 등을 함께 모신다. 산신백관 산신대왕은 흔히 산신(山神)에 해당하는 신으로, 본향신이면서 수렵신이다.

은기선생 놋기선생은 농경신이면서 산육신이다. 산신백관 산신대왕과 은기선생 놋기선생은 부부관계이다. 

젯도는 어린아이의 피부병을 돌보아주는 신으로, 허물할망·애깃도라고도 불린다.


이 당의 제일(祭日)은 본래 음력 1월 14일, 7월 14일이다. 하지만 대개는 유교식 마을제인 포제(酺祭)를 지낸 다음에 택일하여 빌러 간다.

당에 갈 때에는 메 세 그릇을 가지고 가는데, 사발메는 남신 ‘산신백관’ 과 여신 ‘은기선생 놋기선생’ 이들 두 부부신의 몫이고, 보시메는 아기의 영혼을 지키는 허물할망이라는 ‘보제또’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메의 크기는 신의 우열 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본풀이에 의하면 남신 산신백관은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바람 아래 좌정한 부정한 신으로 수렵목축의 신이며, 여신 ‘은기선생 놋기선생’은 강남천자국에서 온 외래신으로 농경산육신이며 깨끗한 신이어서 바람 위에 좌정했다.

특히 그릇을 관장하는 신으로 아기의 나쁜 버릇을 고쳐 주고 아기를 보살핀다. 그리고 ‘ᄇᆞ제또’는 아기의 부스럼을 고쳐 준다.

이와 같이 세 신이 좌정하여 마을의 생업을 수호하고 아기를 보살펴 주고 있는 것이다. 당본풀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본풀이①》山神百官 山神大王이 노루 사슴을 좋아하여 사냥놀이 다니다 다라쿳 신데기를 내려와서 바라보니, 강남 목골 미양산 상 너븐드르 대섬머들 송핏골서 솟아난 은기선생 놋기선생이 아기 마을(마을=영혼 또는 신령의 뜻) 거느리고 앉아 있으니 남자의 기개로 명함이나 들여 보려고 명함을 들이니 ‘어찌 이리 어리고 미혹한 여성에게 무슨 명함입니까?’

‘그런 말씀 마세요’ 하고 하루 이틀 지내는데 부부간이 되어 좌정하였다.

하루는 산신백관이 얼굴이 축나 피골이 상접하여가니 은기선생이 ‘어떤 일로 그리합니까? 무슨 음식을 잡수십니까? 먹고 싶은 음식을 말씀하세요’ 하니, ‘나는 술도 장군, 밥도 장군, 고기도 장군처럼 먹노라.’

이 말 듣고 은기선생이 화를 내며 ‘不淨이 만만합니다. 바람 아래로 좌정하시오.’ 이리하여 바람 아래로 좌정하여 상단골에 현몽을 주어 잘 위하면 자손이 편안하는 한집님. 올래 군문으로 삼천병마 일만초깃발 거느려 오는 신당 한집님. 이 자손 가지에 열두 흉험 궂은 액연 막아 줍서. 정월열나흘, 칠월 열나흘 대제일 받아오던 신도본향 한집님전 축원 올립니다.(제주민속유적 138~140쪽)


《본풀이②》사냥을 하던 산신백관 산신대왕이 은기선생 놋기선생에게 반하여 명함을 드려 혼인을 한다. 둘이 함께 사는데 산신백관이 나날이 몸이 약해져 피골이 상접하였다.

은기선생이 그 까닭을 물으니 자신은 본래 돼지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은기선생하고 살면서 고기를 먹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은기선생은 둘이 함께 살 수 없음을 알고 별거하자고 한다. 남신 산신백관은 부정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바람 아래 좌정하고, 여신 은기선생은 깨끗한 신이기 때문에 바람 위에 좌정한다.(한국민속대백과사전)


다라쿳당의 본풀이는 전형적인 남녀 신의 만남과 이별을 다루고 있다. 흔히 그러하듯이 산신과 농경신(혹은 산육신)이 식성 갈등에 따라 별거하여 따로 좌정하게 된 내력을 담고 있다.

바람의 위와 아래로 나뉘어 좌정함으로써 깨끗한 신이 부정한 냄새를 피하는 것은 당신본풀이에서 매우 흔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나 산신백관과 은기선생은 함께 좌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정은 다시 본풀이에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이 당에서는 당굿은 하지 않고 간단히 비념만 한다.


다라쿳당은 이웃한 마을들이 어떻게 하나의 당 신앙을 공유하고 나누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이다.

이 당은 같은 아라동에 속한 영평하동본향당, 간드락본향당의 본산이기도 하다. 아라동의 월평, 영평상동, 영평하동, 간드락 등 여러 마을의 당 신앙이 이 당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말이다.

영평하동이나 간드락에서도 아기가 아플 때 빌고 나서는 그릇을 깨뜨려서 두고 간다. 이 당의 매인심방은 고씨할망, 강진선, 강진선 처, 정씨할망으로 이어져왔다.(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신앙사전)


2017년 5월 16일 신목인 천선과 나무가 화재로 훼손됐다. 제주소방서는 16일 오후 5시44분께 주민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감식을 벌였으며 발견 당시 천선과 나무는 기둥 밑부분이 일부 소실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필자가 현장을 본 소견으로는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낸 것으로 보였다.

《작성 050524, 보완 140511, 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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