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왕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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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왕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6.1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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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223m 비고:38m 둘레:1,188m 면적:92,387㎡ 형태:원추형

 왕오름

별칭: 왕악(王岳)

위치: 서귀포시 중문동 산 1번지

표고: 1,223m  비고:38m  둘레:1,188m 면적:92,387㎡ 형태:원추형  난이도:☆☆☆

 

 

세 개의 능선이 이어지는 환경과 입지가 불편한 때문인지 노루들도 외면한 화산체...

 

오름의 모양새와 관련하여 명칭이 붙었는데 세 개의 낮은 봉우리가 능선을 형성하고 있으면서 왕(王) 자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이 주변에 왕오름보다 약간 낮은 화산체가 있는데 이곳은 노루들의 서식지로 알려진 배경을 토대로 하여 장오름(獐)이라고 부르는데 두 오름은 유래부터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지금의 1,100도로변을 기준으로 하여 진입을 할 경우 장오름을 먼저 만나게 되며 이어서 왕오름에 도착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두 곳은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포함이 된 때문에 일반인의 무단출입이 불가능하다.

노루들은 그들의 서식지와 관련하여 왕오름을 두고 장오름을 선택하였는데 놀고 쉬는데 있어서 보다 완만한 환경을 고려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오름으로서의 볼품이나 외형상은 물론이고 산 체의 중심과 내부가 허접한 결과로 장오름이 선택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행여 두둔을 한다면 일반적인 오름들에 비하여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때문에 자연스러움은 더 느낄 수 있는 화산체라고나 할까. 지금처럼 통제가 되기 이전이라 할지라도 장오름에 이어서 진행을 하고 만나게 되는 왕오름은 그나마 탐방의 깊은 맛이 나는 곳이지만 어쨌든 두 산 체를 함께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왕오름 탐방기-

1100고지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이스렁(오름)까지 이어지는 탐방은 환경 취재단의 일원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으며 비교적 장시간을 요하는 여정이라 준비가 필요하였다. 휴게소 앞의 지킴이인 백록은 공교롭게도 우리가 갈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산신령과 어울려 놀았던 백록담을 바라보는 건데 같은 방향이 된 것이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붐비지 않은 상황이기에 대원들은 천천히 1100고지습지 관람을 겸하여  진입을 시작했다. 사전 승인을 받은 상황이라 관계는 없었지만 그래도 타인들의 눈에 띄는 것보다는 조용히 가는 것이 좋기 때문에 진입을 하면서도 참고를 하였다. 초반에 습지가 있는 곳을 통하여 들어갔는데 몇 발자국 안 옮겼는데도 벌써 깊은 숲이 이어졌다.

자연미와 더불어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숲속에도 아침이 찾아왔다. 햇살이 전하는 기상 전파에 숲도 부스스 하루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옆으로 길게 누운 나무 사이로 내비치는 강한 햇살은 어쩌면 우리를 더 힘들게 할 것 같은 예상이 들었다. 숲과 곶자왈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림을 지나고 개활지가 이어지는 곳에 산철쭉이 곱게 피었다.

가는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잠시 동안이라도 눈 맞춤의 기회를 요구하며 애교를 부리길래 기꺼이 따라줬다. 얼마 후 다시 개활지를 만났는데 천연림을 지나고 중간에 만나는 때문에 하나의 쉼터이자 위치 선정 등을 가늠하는 장소가 되었다. 조금 더 진진을 하다가 마침내 장오름 정상부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정상이라고 해서 전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거나 특별한 환경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묘가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인증샷을 마무리했다. 주변을 맴도는 까마귀는 아마도 이곳을 수호하는 역할이라도 하는 것인지 좀처럼 날아갈 생각을 않고 계속해서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실상 이는 먹을 것을 요구하는 으름장이면서 애교이기도 한데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통행세라도 내고 떠나라는 것이라 여겨졌다.   

 

산허리를 지나는 즈음에 잡목들이 우거진 아래로 군락을 이룬 조릿대왓을 만났다. 최근 몇 차례 국립공원 내의 오름을 탐방하면서 이들과의 혹독한 전쟁을 치렀기에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적응 역시 아직 먼 것 같았다. 무릎 근처만 가려도 되련만 이곳의 조릿대들은 아예 허리 부분까지 자란 탓에 돌파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 고충을 겪으며 진행을 하다가 드디어 왕오름 능선에 올랐다. 정상부는 조금 더 진행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전망은 지금의 자리가 더 좋은 편이었다. 숲으로 에워싸인 정상부에서 사방을 조망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을 돌파하고 올라왔지만 좀 더 서쪽 능선을 택할 경우는 세 개의 능선 중 두 곳을 만나며 왕(王) 자(字)의 흔적이라도 그려볼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부에 도착을 하고서 외부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였기에 빽빽하게 숲을 이룬 나무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는 자체로 만족을 해야 했다.

강한 햇살을 받고 숲이 뿜어내는 향은 이른바 천연향이기에 거친 심호흡을 통하여 아낌없이 다 받아들였다. 정상부를 지나서 동남쪽으로 조금 이동을 하니 비로소 왕오름의 허리를 지났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이곳을 중심으로 양 방향 선택을 하게 되는데 볼레오름으로 향하느냐 아니면 어스렁과 이스렁으로 가느냐 하는 기점이다. 우리로서는 이미 선택이 된 상황이지만 장오름과 왕오름을 거쳐서 볼레오름으로 진행하는 과정도 좋은 탐방임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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