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왕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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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왕이메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6.1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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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612.4m 비고:92m 둘레:3,665m 면적:709.179㎡ 형태:복합형

 왕이메

별칭: 왕이악(王伊岳). 왕이산. 왕악(王岳). 왕림악(王臨岳). 와우악(臥牛岳)

위치: 안덕면 광평리 산 79번지

표고: 612.4m  비고:92m  둘레:3,665m 면적:709.179㎡ 형태:복합형  난이도:☆☆☆

 

 

울창한 숲과 깊고 넓은 굼부리 안에서는 삼신왕이 남겨 놓은 기가 흐르고...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고 입지와 여건에 따라 인기도를 가늠하고 있다. 환경적 요인이나 비고(高)를 비롯하여 가치 면에서 저평가 대상인 오름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탐방의 깊은 맛이 나고 오름으로서의 입지가 뚜렷한 산 체들은 인기 있는 오름으로 분류가 되면서 찾는 이들도 많게 마련이다.

이동성과 접근성을 비롯하여 안전성 등도 포함이 되겠지만 대부분은 화산체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곳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동. 서부로 나눴을 때 서부권에서의 인기도를 감안한다면 왕이메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일부 오르미들 사이에서는 서부권 오름 탐방에서 기(氣)가 흐르는 산 체를 (서)영아리라 하고 굼부리는 왕이메라고 한다. 더불어 동부권에서 비슷한 입지를 꼽는다면 산 체는 동거문이이고 굼부리는 체오름이라 할 수 있다. 근거나 정황을 딱히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전해지는 내용을 알고 찾는다면 느낌 자체로도 확실히 덧셈의 탐방이 되는 곳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알고 찾는다면 왕이메는 탐방 이전에 미리 기대와 설렘을 지녀도 괜찮은 오름이다.

잘 정비가 산책로를 따라 등성을 돌아보는 동안 탐방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정상인 주봉에 오르면 사방을 전망할 수가 있다. 이처럼 최적의 기준을 갖추고 있고 있으면서도 왕이메의 백미는 역시 널리 알려진 데로 분화구 탐방이다. 오르면 내려와야 하고 내려가면 오르게 되는 것이 오름이지만 왕이메를 찾으면서 만큼은 이 두 가지에 큰 의미를 부여해도 된다.

 왕이메와 관련해서는 구전되는 내용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옛날 탐라국(제주)의 삼신왕이 3일 동안 기거를 하면서 기도를 했던 터라고 하여 왕이메라고 부르고 있고, 한자로 왕이악(王伊岳)이나 왕이산 또는 왕악으로 표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맥락으로 와우악(臥牛岳) 내용으로는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서 와우악(臥牛岳)이라고도 하나 보통은 왕이메로 통하고 있다. 등성을 잇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특히나 분화구 안으로 직접 내려갈 수 있게 길이 나 있어 도움이 된다.

 

굼부리에 들어서면 억새와 잡목들이 차지를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고개를 들어 산 체의 내부를 빙 둘러 살필 수 있다. 탐방로와 숲을 이룬 등성과 기슭도 매력이 있지만 주봉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여러 봉우리들이 에워싼 내부가 병풍처럼 이어진 모습에 감탄을 하게 된다. 조림사업 당시에 심어놓은 삼나무는 좋은 여건을 갖춘 때문인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잘도 자라났다.

92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높은 편이 아니라 탐방에 큰 어려움이 없는 대신 굼부리의 깊이는 무려 101.4m나 된다. 특히나 남동쪽에도 깊이가 약 40m 정도인 원형 굼부리가 있어 복합형 화산체로서의 가치와 특별함을 느낄 수가 있다. 왕이메를 탐방하는데 있어서는 시기도 어느 정도 한몫을 차지한다.

오름 사면에는 해송을 비롯하여 삼나무와 편백나무 등이 울창한 곳이라서 음이온과 피톤치드의 짙은 향이 퍼질 때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에는 굼부리 역시 푸름과 함께 더 센 기(氣)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쩌면 탐라국의 삼신왕이 못다 챙긴 기력의 일부가 남아 있다면 이런 시기에 피어날 법도 하다.

 

  -왕이메 탐방기-

 왕이메의 초입을 찾을 때는 네비에서 아덴힐 cc로 검색하면 된다.  평화로에서 들어올 경우는 아덴힐에 도착 후 진행하는 방향으로 2~300m 정도 더 가면 우측으로 초입지가 보이며 한쪽 공간에 안전하게 주차를 하면 된다.  도로변 안내 팻말이 있는 곳에서 안으로 들어서면 직진과 우측으로 별도의 산책로가 나 있다. 굼부리와 더불어 이를 중심으로 산 체의 등성을 따라 빙 둘러 탐방을 하게 되므로 어느 방향으로 가도 분화구와 주봉을 만나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지만 입구에 들어선 후 우측 삼나무 길을 선택하였으며 전반적인 환경을 고려한다면 이 방향이 좀 더 낫다. 이후 나올 때 직진 방향으로 마무리를 하면 전진형으로 이뤄지므로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계절도 사람을 기다릴 줄 알고 시기는 변화의 순리를 반드시 따라주는 법이다.

봄이 익은 때인 만큼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짙은 숲 향이 스며들었다. 애써 킁킁거리지 않아도 코 끝을 자극하는 향이 풍겨왔는데 그 중심은 상산 나무의 몫이었다. 좁은 길목까지 차지를 하여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는 숲을 빠져나오니 삼나무 길이 길게 이어졌다. 자연의 흙길을 따라 분위기 있게 걷는데 좀 전의 환경에 비하면 너무 운치가 있어 보였다.

레드 카펫이 부러울 리 없고 융단의 치장도 이만큼 한 분위기를 따르지 못할 거다. 삼나무 숲길을 따라 계속 들어가다 보면 안내판이 보이고 이 지점에서 좌측으로 향하면 굼부리로 이어지게 되는데, 낮은 경사를 따라 조금 들어가니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소로가 있으며 인위적인 그 아무것도 없는 자연의 길이 이어졌다.

숲을 사이에 두고 걸었다면 이번에는 숲 안으로 들어가 좀 더 그윽한 향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어서 굼부리 가는 골을 따르게 되었는데 사람이 다닌 흔적으로 생겨난 길이라지만 이곳은 많은 비가 내릴 때 수로 역할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부는 깊게 골이 파헤쳐 진 상태였다.
 

겨우내 기간을 전후해서는 길의 윤곽이 뚜렷하고 별 어려움이 없이 진행을 하게 되지만 성장한 수풀은 그 영역까지 장악을 했다. 입구에 섰을 뿐인데 산 체 안쪽이 보이고 거대한 굼부리 능선의 일부가 보였다. 녹음의 계절인 만큼 산 체의 중심은 치부는 물론이고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욕심일까. 두 눈과 마음까지 다 굼부리로 향하였고 흐르는 기(氣)를 차지하고 싶었다. 진한 초록으로 변장한 내부의 모습이 그러했고 한치의 공간도 없이 빽빽하게 숲을 이룬 모습이 위대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좁은 길을 차지한 수풀들을 헤치며 굼부리 근처까지 진행을 한 후 다시 삼나무 숲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유독 천남성이 많이 보였는데 이곳의 환경과 입지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모양이었다. 독초이긴 하지만 커다랗게 잎을 내밀고 열매 생산을 준비하는 모습이 새삼 이채롭게 느껴졌다. 굼부리에 도착을 하니 웅장한 화구 내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널찍하게 열렸다. 왕이메의 오름 둘레는 약 3.6km 정도로 기록이 되었는데 내부인 굼부리의 면적 또한 만만치 않다. 오름에서 굼부리를 두고서 '베리창'이나 '암메창' 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오름이 움푹 팬(굼부리) 것을 뜻한다.

분화구가 있는 오름이야 많이 있다지만 그 내부가 웅장하고 뚜렷하며 거대한 곳을 우선으로 한다. 왕이메의 경우는 그 깊이가 100m를 넘어서는 기록이 입증을 해주고 있기에 달리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 사방에 둘러싸인 넓은 화구 안에서는 역시나 알 수 없는 신비의 기(氣)가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왕이메의 굼부리는 성질이 좀 급한 걸까. 아직은 여름이라는 시기를 더 맞아야 하는데도 너무 많이 서둘러 성장을 하였고 변화를 준 것 같아 보였다.

어느 한곳을 바라보기에는 감당을 하기가 버거워서 빠른 눈놀림으로 사방을 다 둘러봤다. 퇴색의 시기에 찾았을 때를 생각하니 환경의 변화는 너무 많이 이뤄진 상태였다. 거만하고 우쭐대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주봉도 이번에는 다소곳하고 얌전하게 보였다. 봉긋하게 솟은 모습이 앙증맞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얼마 후 발을 디디면 세상을 다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줄 것이다. 굼부리에서 나온 후 다시 등성을 따라갔는데 이번에도 상산 나무들이 길목까지 차지를 하여 심하게 방해를 했다.

진한 더덕 향을 내뿜었지만 이미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던 때문에 결코 반갑지만은 않았다. 심술이 심하다고 투정을 부리며 지나는데 밸랑귀(청미래덩굴) 열매가 눈을 빼앗았다. 아직은 마르지 않은 연 초록색의 빛이지만 풋풋하게 성장의 진행을 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져 셔터를 눌렀다. 다시 오름의 허리로 나온 후 등성을 따라가는 과정은 솔바람 길인데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숲을 지나면서는 콧노래로 흥얼거릴 만도 했다.

숲은 환경의 변화에 일조를 했다. 참나무들이 주연을 맡고 때죽나무 등 다른 잡목들이 찬조하여 숲을 이룬 곳을 지나는 동안은 변화의 환경에 고마움마저 느꼈다. 빽빽하게 숲을 이룬 데다 온통 잎으로 치장을 한 때문에 밖을 볼 수가 없지만 그래도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분위기였다.  볼거리라고 하기에는 서툰 흔적이지만 진지동굴을 만나게 되었는데 왕이메의 인조 동굴은 보통과 달리 수직으로 파 놓았다.

수직동굴은 두 곳이 있으며 그 깊이는 대략 15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곳 역시 지역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시켜 파놓은 전쟁과 역사의 흔적이다. 입구와 내부의 일부는 양치식물과 이끼류들이 터전으로 삼아 자생을 이어가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애써 그 흔적을 가리려 애를 썼지만 허리를 굽히고 두 팔을 쭉 뻗은 이상 전부를 막아내지는 못 했다. 왕이메의 능선의 일부에는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

수직동굴에서 지나는 방향으로 조금 이동을 하면 특히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른 봄이 적기인데 이 때문에 수직동굴 다음 코스는 복수초 길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주봉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밧줄이 설치되었는데 빌레와 바위들이 섞인 경사면이라 경계를 겸하고 안전과 보호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큰 위험이 따르지는 않지만 세심한 배려이다. 주봉에 오르니 맞은편으로 숲을 이룬 내부와 굼부리의 일부가 보였다. 연중 햇볕이 많이 비치는 동북쪽과 반대편의 산림 군락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 시기적으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봉 아래쪽과 능선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자생하는 반면 맞은편에는 잡목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오름의 비고(高) 자체는 100m에 못 미치지만 해발이 있어서 전망은 일품이다. 사방에 펼쳐지는 오름 군락과 한라산의 영롱한 모습들은 언제나처럼 오른 자들에게 감탄의 선물이 되게 마련인데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오름들의 모습과 그 실루엣을 걸친 그림들은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전망을 즐기는 동안 상산 향에 취하여 있었는데 이번에는 상큼하고 야릇한 찔레 향이 반전을 시켜줬다.

풍경에 취하느라 의식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몸속까지 다 스며들어 있었다. 싱그럽고 풋풋한 모습은 향까지 그렇게 어우러지며 감동을 시켜줬다. 주봉에는 별도의 벤치나 정자 등은 없지만 일정한 인원이 모여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다. 그러나 앉을 필요도 없거니와 그런 과정보다는 풍경 놀이를 하기에 더 바빴다. 뒤꿈치까지 들어가며 굼부리 안쪽을 포함하여 지나온 방향을 느리게 바라봤다.  숲을 빠져나오니 다시 분화구가 나왔다.

오랜 기간 침식이 이뤄져서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지만 이곳 역시 화산체의 한 부분이다. 중앙에 확실한 굼부리를 지닌 산 체임에도 바깥에 또 있어서 복합형으로 구분을 하고 있는데 이런 입지와 환경을 고려한 때문이다.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느낌만으로는 삼신왕이 채 거둬가지 못 한 기를 흠뻑 안고 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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