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용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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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용눈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6.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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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47.8m 비고:88m 둘레:2,685m 면적:404,264㎡ 형태:복합형

 용눈이

별칭: 용눈오름. 용와악(龍臥岳). 용유악(龍遊岳)

위치: 구좌읍 종달리 산 28번지

표고: 247.8m  비고:88m  둘레:2,685m 면적:404,264㎡ 형태:복합형  난이도:☆☆☆

 

용이 놀았고 승천한 자리이기에 거친 잡초가 얼씬하지 않고 부드러움을 지닌 화산체...

 

오름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독립형 소화산체이고 제주에 산재한 수백 개의 오름들은 저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형세와 구전되는 내용을 토대로 하여 명칭이 붙어 있다. 그중 용눈이(오름)는 용이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패인 화구의 모습이 마치 용이 머물렀던 자리를 닮았다는 형세 등도 포함되고 있다.

또한 위에서 내려다보면 둥근 화구의 모습이 용의 눈을 닮았다고도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한자로 용와악(龍臥岳)이라고 표기한다. 또한 굼부리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공간과 입지를 빗대어 용이 놀았다는 표현으로 용유악(龍遊岳)이 더해졌으며, 승천하는 용의 모습과 관련한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사실상 용눈이는 타 오름에 비하여 능선과 화구의 조화가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멋과 신비가 담긴 오름이며 화산체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겸비했기에 오름의 아이콘이라고도 한다.  용암 형설류의 언덕이 산재해 있으면서 정상에 원형의 분화구 3개가 연이어 있고 그 안에는 동서 쪽으로 조금 트인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는 복합형 화산체이다.

전체적으로 산 체가 동사면 쪽으로 얕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는데 오름 기슭은 화산체가 형성된 뒤 용암류의 유출로 산정의 화구륜 일부가 파괴되면서 용암류와 함께 흘러내린 토사가 이동하여 퇴적된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용암 암설류의 언덕으로서 미끈하게 이어진 모습으로 일반 오름들과는 다소 다르게 느껴지는 화산체이다.

 

오름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은 없지만 세 개로 나눠진 복합형의 화구와 전반적으로 완만한 곡선의 능선은 언제나 찾는 이들에게 작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용눈이를 오르는 이유를 우선으로 든다면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고 안전하다는 점과 정상에서의 조망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벽을 열면서 일출을 담으려는 진사님들과 가을 억새의 향연이나 눈 쌓인 주변의 모습을 간직하려는 많은 이들이 용눈이를 찾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동부권 하늘의 모습과 주변에 널린 오름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도 용눈이는 절대적인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일찍 오르면 수평선 일대를 붉게 물들이면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바쁘게 오른 자들에게 흘린 에너지와 내뱉은 거친 숨소리만큼이나 넉넉한 풍광으로 답례해주는 곳이다. 이러한 용눈이를 만나는 데는 계절과 시기가 따로 없으며 혹한기나 악천후만 아니면 별문제가 없이 만날 수가 있다. 이렇듯 유명세를 치르는 용눈이와 그 주변은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환경의 변화가 많이 이뤄졌고 자연미는 예전과 달라진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나타난다.

 

-용눈이 탐방기-

과거에 비하여 탐방로 정비가 잘 되었으며 동부권 여정 중에서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초입과 오름 주변은 목장을 겸하고 있어서 동절기를 제외하고는 쉽게 소떼들을 만날 수 있다. 찾았던 날도 마침 우군들이 소대별로 일제히 이동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친환경 매트와 타이어 매트로 구성이 된 탐방로를 따라서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봉우리나 화구 쪽은 대부분 민둥산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용이 머물렀던 주변은 수풀이나 덤불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억새 물결도 화구나 능선 가까이는 가지 못하고 주변 언저리에서 그들만의 절대적인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솟아오른 부분이나 굼부리 부분도 하나같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함부로 다가서기가 두렵고 설렐 정도였다.

처음 만나는 곳도 아니건만 이토록 긴장이 되는 것은 좋은 날씨였기에 능선과 정상부를 오가면서 풍경 놀이가 넉넉할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던 때문이었다. 중간 능선을 오르면서 남쪽으로 손지봉(손지오름)이 보였는데 조림사업의 일환으로 심어진 삼나무 등이 일정한 간격을 이룬 채 자라고 있어서 용눈이와는 더러 비교가 되기도 했다.

손지봉은 다랑쉬와 용눈이의 존재와 더불어서 삼각편대를 이뤘으며 일반적으로 일대 삼종 세트로 탐방을 하기도 한다. 미끈한 허리를 따라 오른 후 정상 사면을 바라보니 군더더기 하나 없이 완만한 곡선을 이룬 모습이 눈을 사로잡았다.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숲을 대신하여 언제나 훤하게 트이는 하늘이 함께해주기에 아쉬움의 정도는 낮은 편이다.

때로는 다소 화가 난 모습도 보여주고 이따금씩은 검은 구름의 역동적인 모습도 보여주게 되는데 용눈이의 주변은 언제나 스카이 쇼가 진행되는 현장이 되곤 한다. 나눠진 화구라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경사도가 심하지 않으며 거리가 짧아서 별 어려움이 없다. 차라리 정상에서 부딪는 맑고 신선한 공기를 탐닉하기 위해서라도 거친 숨소리를 내며 오르내리고 싶은 환경이다.

정상에 오르니 아낌없이 계절풍이 불어오면서 시원하게 반겨줬다. 다랑쉬와 그 옆의 돝(돛)오름이 보였는데 거함 다랑쉬를 호위하는 두 오름과 제왕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하는 다랑쉬도 용눈이의 정상에 서니 하나같이 작게 보였다. 다랑쉬가 힘이 있는 오름이라지만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움이 넘쳐흐르는 용눈이이기에 저들은 하나의 전망의 대상에 그칠 뿐이었다.

방향을 돌리니 지미봉과 우도에 이어 성산일출봉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용눈이에서 필수사항이다. 사계절 변화에 민감할 만큼 시시각각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곳이라 오를 때마다 그 느낌도 달라지는 곳인 만큼 몇 번을 찾아도 지루하지 않는 화산체이다. 초입에서 출발을 할 때 소대별로 입장을 하던 우군들은 대열을 무시하고 자유 식사 시간이 주어진 모양이었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게 느껴졌는데 내려오는 길에 돌아서서 다시 바라보니 때맞춰서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그러한 우군들과의 만남도 우연일까. 평소 다니는 익숙한 길을 따라서 일제히 몰려왔는데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서면 함께 멈추고, 전진을 하면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실미도 정신을 이수한 우군들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다시 용눈이를 향하였다. 아름다운 곡선이며 신비스러운 능선이었다. 감히 용이 머물렀던 자리까지 전진을 하지 못하고 주변에서 활개를 펼치는 억새 군락이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렸다. 머지않아 퇴색이 되는 날에는 그나마 작은 구경거리가 되어서 반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금은 용눈이의 치부를 가려줄 정도의 푸른 잡초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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