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원물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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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원물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6.2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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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58.5m 비고:98m 둘레:3,369m 면적:584,056㎡ 형태:말굽형

 원물오름

별칭: 원수악(院水岳. 元水岳)

위치: 안덕면 동광리 산 41번지

표고: 458.5m  비고:98m  둘레:3,369m 면적:584,056㎡ 형태:말굽형  난이도:☆☆☆

 

 

두 등성을 사이로 펑퍼짐한 굼부리를 이루고 봉우리에는 바위가 있어 밋밋함을 달래는 화산체...

 

원수악으로도 부르며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룬 채 말굽형 화구를 지녔고, 육안으로는 비교적 낮게 보일지라도 98m의 비고(高)를 지닌 화산체로서 오름 탐방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원수악과 더불어 하나처럼 나란히 이어지는 감낭오름의 경우 초입은 다르지만 이 일대의 정물오름이나 당오름 등과 함께 연계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오름의 깊고 그윽한 맛은 좀 떨어지는 편이나 주변을 바라보는 조망권이 좋으며 정상에서의 느낌도 무난한 편이다. 계절적으로 본다면 신록의 푸름을 기대할 경우 여름을 전후한 시기도 좋지만 가시거리가 좋은 날이면 어느 때에 올라도 좋은 입지를 지니고 있다.

특히 접근성이 무난하며 주변에 주차장이 있고 함께하는 감낭오름으로 인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형태라서 운동량도 무난한 편이다. 명칭과 관련하여 전해지는 내용을 보면 대정(모슬포)에서 제주로 가는 중간에 쉬워갈 수 있는 원(숙식장소)이 있었고, 이곳에서 이용하는 물이 오름 옆(남)에 있어서 원물이라고 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다른 맥락으로는 원나라가 목장을 설치하여 이곳 물을 이용하였다고 해서 원수(元水)라고 했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추측을 해보면 원물 옆에 오름이 위치하여 원물오름(원수악)으로 명칭이 정했다는 것으로 짐작이 된다.

가파르지 않은 편이라서 쉽게 오를 수 있는데 봉우리에 도착하면 사방을 빙 둘러 전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나지막한 언덕들이 모여 있고 남북의 능선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곳은 두 등성이를 이루면서 서쪽으로 말굽형의 펑퍼짐한 굼부리를 이루고 있다. 남서쪽 봉우리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이 바위를 고고리암이라고 부르고 있다.

고고리는 꼭지를 나타내는 고어이며 바위의 모양새가 이와 닮았다는 데서 붙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외에 북쪽 봉우리에도 넓고 큰 바위들이 박혀 있는데 밋밋함을 지우려 하는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찾아가는 방법은 제주시 기준 평화로를 따라가다가 동광 육거리 방향으로 진입을 한 후 안덕 충혼묘지(토이랜드 옆)에 주차를 하면 되고, 입구에 안내판이 있으며 실제 못(원물)도 만날 수 있다.

 

 

-원물오름 탐방기-

목장을 겸하는 오름 능선과 주변은 소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날은 아예 구부렁문 옆부터 초입까지 차지하고서 텃세를 부렸다. 더위에 지쳐서 물 한 모금을 얻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침입자를 경계하기 위함이 맞겠지만 어지간해서는 서로의 충돌을 피하려 했으나 꿈쩍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다가설 기세였다.

묵묵히 틀렸다 생각하고 두리번거리다가 기회를 틈타서 진입에 성공을 했다. 그런데 무슨 길이 이렇게 변했는지 참으로 난감했다. 이미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누구의 짓인지도 짐작을 넘어서서 확신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골이 깊게 파이지는 않았었는데 우(牛)군들이 다니면서 너무 진하게 흔적을 남겨 놓은 것이었다.

소들은 무리를 지어 이동을 하면서 다녔던 길을 곧잘 다니곤 한다. 오랫동안 소떼들이 다니면서 아예 길의 고랑을 만들어 놨고 그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사면의 팬 고랑을 따라 오르고 능선에 도착을 하면 좌측(직진)은 원물오름이고 우측으로 감낭오름이 있다. 순서를 구태여 정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원거리의 감낭오름을 먼저 사냥하는 것이 순리라 생각하고 이동을 했다.

감낭오름의 정상부에는 묘가 있으며 정교하게 산담도 쌓아져 있었다. 부근으로 묘지들이 더 있는 것으로 봐서 과거 이곳도 명당을 운운했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제주의 오름 곳곳에서 묘를 만나게 되므로 새삼스럽지는 않게 느껴졌다. 

정상부를 기준으로 동남쪽은 비교적 전망이 좋은 편이지만 장마권이 이어지는 하절기에는 날씨가 곧잘 시샘을 하기 마련이다. 한라산도 사정권에 포함이 되지만 역시 잔뜩 흐린 날이라 포기를 했고 잠시 동안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 정상에서 머뭇거리다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원물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뚜렷하지 않지만 능선이 낮은 수풀과 잔디로 깔려 있어서 어느 곳으로 가도 무난했다.

원물오름 북사면에 오르고서 주변을 조망하려니 역시 예상대로 가시거리는 인색했는데 가까운 곳을 시작으로 당오름, 정물오름, 금(금악)오름 순으로 보이기는 했으나 정도가 너무 약했다. 경방 초소는 태풍으로 손실이 된 후 더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산불예방 강조기간이 아닌 때문인지 지킴이는 안 보였다.  경방 초소가 있는 주변의 능선에는 바위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특별하게 생겼다.

 

독립형의 바위가 몇 개 있으며 모양새가 고고리를 닮았다고 해서 고고리암이라고도 부르는데 옆에서 바라본 모습은 마치 작은 성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였다. 터줏대감들은 이곳 정상에서도 노닐게 되는데 그들의 만행(!)이 저질러진 흔적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천연잔디가 함께 자라는 아름다운 자리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는데 노출형 지뢰들이 흩어져 있었다. 

하산은 어쩔 수 없이 백(back) 코스를 따랐다. 어느 지역까지가 개인소유지로 포함이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목장지로 이뤄진 오름 사면은 소떼들 때문에 많은 상처가 나있었다. 골이 깊이 팬 곳은 결국 집중호우 때 수로가 되면서 더 황폐화될 게 뻔한 일이기에 안타까움과 걱정도 앞섰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투덜거리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입구에는 우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초병을  물리치고 나가려 했더니 앉아서 쉬던 녀석들까지도 일제히 일어서서 합세를 했다. 결국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나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단합이 잘 된 우군들이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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