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은다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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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은다리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0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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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79.6m 비고:75m 둘레:2,049m 면적:209,307㎡ 형태:말굽형

 은다리오름

별칭: 윤드리. 은들. 운들. 눈달. 은월봉(隱月峰). 능달악(凌達岳)

위치: 구좌읍 종달리 산 15-22번지

표고: 179.6m  비고:75m  둘레:2,049m 면적:209,307㎡ 형태:말굽형  난이도:☆☆☆

 

 

널따란 들판에 달(月)이 숨어 있는 모습의 형세를 명칭으로 하였으나 변화가 이뤄진 화산체...

 

제주 동부권 구좌읍 일대의 인기 있는 오름은 다랑쉬와 용눈이 등이 대세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오름의 제왕이다, 여왕이다, 라고 우쭐대면서 그 실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로 인하여 일대의 몇몇 곳은 서러움과 외로움을 삼키고 있는데 그 중심에 은월봉도 포함이 된다. 다랑쉬와 용눈이에게 버림받은 은월봉은 다시 북동쪽의 말미오름(두산봉)을 넘보려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외형상이나 탐방로 등을 거론할 때 이마저도 내세울 만한 가치성이 떨어지는 때문이다. 비로소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은월봉은 태연하게 자리를 지키며 이따금씩 찾는 이들을 맞아야만 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사람들의 손발이 덜 닿아서 자연스러움은 더 묻어난다는 장점은 내세워도 될지 모르겠다.

은월봉은 널따란 들판에 달(月)이 숨어 있는 모습의 형세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구전되는 내용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때문인지 오름의 명칭 또한 다양하게 부르고 있다. 은다리를 비롯하여 은월악, 윤드리, 은달이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보통은 은월봉과 은다리로 많이 부르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서 바라보면 반달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다른 방향에서는 또 다르게 비치면서 마치 겉과 속이 다른 화산체임을 느끼게 한다. 동쪽의 등성은 다소 가파른 편이며 북동쪽으로 말굽형의 굼부리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내부에는 과거에 새촐들이 많이 있었다고 하나 개간이 되어 옛 모습을 잃은 상태이다. 또한 남동쪽은 조림사업 이후 소나무와 삼나무가 많이 자라나서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전형적인 말굽형 분화구로 이뤄져 있는데 북서쪽의 오름 사면을 시작으로 하여 오른 후 남동쪽 능선을 지나는 동안 봉우리 두 개를 지나는 형태가 되며, 전반적으로 탐방로는 무난하나 동쪽 사면의 진행은 불편한 요소들이 더러 포함되고 있다. 이러한 입지를 놓고 볼 때 자연적인 분위기라서 좋을 수도 있지만 하절기를 전후한 등정은 더러 불편함도 느끼게 된다. 

접근성의 어려움은 없으나 제주시, 서귀포시를 기준으로 할 때 이동성을 감안하는 여정이 좋을 것 같다. 따라서 주변 관광지나 오름 또는 숲길 등을 포함하는 일정을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입로 옆에 표석이 있으며 은다리오름으로 표기가 되어 있다. 오름의 화구 중심이 되는 곳은 현재 목장이나 목초 지역을 포함하는 공간이 되어 있다.

말굽형으로서의 구분을 떠나서 화구의 일부가 옛날에 떨어져 나갔거나 화구의 침식 등으로 변화가 이뤄진 점도 있지만 이 주변에 도로가 생기고 목장 등이 생겨나면서 노출을 거부하던 옛 모습이 변한 점도 포함이 될 것으로 짐작이 된다. 

오름꾼들이 드나드는 지점은 도로변(표석 우측. 서쪽)에 있으며 엉성하나마 철조망 통과를 해야 한다. 특히 하절기에는 자라난 수풀들로 인하여 사람들의 출입 흔적이 없어지기 일쑤여서 초행자들에게는 다소 힘들 수 있다. 1136번 도로 손지봉 삼거리에서 용눈이(오름) 방향을 지나면서 만나는 것이 비교적 쉬운 방법이며, 종달리에서 송당리로 이어지는 군도를 따라가다 보면 초입지가 나온다.

 

-은다리 탐방기-

특별히 산책로가 정비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흔적을 따라서 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름의 비고(高)를 감안 하더라도 급경사가 없는 만큼 조금 오르다 보니 전망이 트인 능선에 도착을 하게 되었는데 오름 서쪽의 허리를 오르는 동안은 비교적 편안하게 진행이 되었다. 오름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은 좀 떨어졌지만 거친 심호흡을 추스르며 오르는 과정에서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응원을 해줬다.

여기에 맑고 시원한 바람은 찬조 출연자로서의 구실을 충분하게 해줬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아끈다랑쉬를 살포시 감싸 안은 다랑쉬가 눈에 들어왔는데 이름하여 제주도 오름의 제왕이 아니던가. 다소 거만한 모습도 보이려고 애를 쓸 만도 한데 그저 당당함 정도로만 비쳤다.

은월봉 정상부는 일대의 용눈이나 다랑쉬 또는 말미오름만큼의 여명이나 해맞이 장소로도 좋은 지점이지만, 특별히 전망대나 휴게시설이 갖춰지지 않아서 새벽 등정에는 다소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점은 다랑쉬 등 구좌. 성산권의 오름들 중에 빠뜨려서는 안 될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미오름(두산봉)을 중심으로 지미봉과 우도의 모습이 보였고 남쪽의 용눈이는 푸른 잠옷을 입은 채 아침을 맞기 위하여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제주도 오름의 아이콘이면서 따라비(오름)와 여왕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오름이 아니던가. 부드러운 곡선미는 인근의 다랑쉬를 향하여 심하게 유혹을 하는 때문에 오름의 제왕 다랑쉬도 용눈이를 그리워할 것이고 운명적인 가슴앓이를 하며 지낼 것이다.

봉우리를 사이로 열린 능선을 지나는 동안에 새왓(억새)과 수풀들이 허리까지 자라나서 엉성한 탐방로마저 가려버렸다. 그러나 큰 어려움이 없이 흔적과 방향 감각을 살려서 진행을 했는데 이곳을 지나노라니 과거에 식재한 삼나무와 소나무 숲을 마주하게 되었다. 오름의 능선에서 만나는 소나무 군락지는 언제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열린 공간으로 풍경 놀이를 했는데 동부 구좌 권역의 오름 주변들에서 평화롭고 여유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한가롭고 넉넉한 모습을 포함하는 분위기가 맴돌았다. 수확을 마친 허허한 밭이랑과 목초 지대의 모습은 그나마 이런 풍경에 한몫을 했지만, 근래 들어서 인위적인 건물들이 들어오면서 예전만큼의 자연스러움과 소박한 맛은 떨어지게 했다.

하늘도 초원도 들녘도....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보너스는 맑고 신선한 공기였다. 이쯤에서는 모든 것을 정지하고 거친 심호흡으로 자연이 안겨주는 혜택을 누려봤다. 하얀 구름층을 지닌 파란 하늘을 만나고 푸르른 초지와 들판을 동시에 만나는 것은 오른 자 만이 누리는 특권이었다.

은다리오름은 여느 오름처럼 보는 위치나 각도에 따라서 형세가 다르게 보일뿐만 아니라 나눠진 오름 사면의 동쪽은 탐방로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반 전투모드로 수풀을 헤치면서 지나야 하기에 특히 하절기에는 덧셈의 불편함이 있었고 화구 안으로 연결이 되는 지점에 도착이 되면서 비로소 탐방의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목장이 있는 화구 주변과 오름 능선에는 철 구조물이 있었는데 방목 시 경계와 구분을 위한 시설로 보였고 이 주변은 군데군데 파헤쳐진 곳도 보였다. 분화구 안에는 트럭으로 실어 온 모래더미가 군데군데 쌓여져 있었는데 머지않아서 은월봉의 분화구에는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오랜 기간이 지난 다음 행여 변화가 이뤄졌을 때는 이 한 장의 사진으로 그리움을 대신하자고 다짐하며 굼부리 내부를 향하여 마지막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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