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이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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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이계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0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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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67.7m 비고:38m 둘레:855m 면적:48,811㎡ 형태:말굽형

 이계오름

별칭: 이계악(二鷄岳. 離鷄岳)

위치: 한경면 청수리 1,854번지

표고: 167.7m  비고:38m  둘레:855m 면적:48,811㎡ 형태:말굽형  난이도:☆☆

 

 

닭이 울고 새가 날아들던 곳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저지리 마을을 대표하는 오름은 닥모루이며 지금의 저지오름을 말한다. 이는 한자 표기의 마을 이름이 저지리(楮旨里)로 되면서 오름의 명칭도 바뀐 셈이다. 또한 새오름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초가집을 잇는 새띠(각단)가 많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다른 의미의 새오름으로는 산 모양새가 새의 동주리(주둥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는데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다. 유래나 구전되는 내용을 토대로 한다면 마을 이름인 저지보다는 차라리 새오름이나 닥머루가 더 그럴싸하게 여겨진다.

어쨌든 이 마을의 왕자 겪인 저지오름을 감싸고 있는 작은 오름들의 명칭은 묘하게도 동물과 관련을 하여 붙여진 특별함이 있다. ​풍수지리설과 연해서 정해졌다는 내용과 관련하여, 저지오름을 새(鳥)로 정했으며 그 주변에는 닭(鷄 이계오름)을 시작으로 송아지(牛 송아오름)와 말(馬 마오름)을 비롯하여, 돼지(豚 문도지오름)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 관찰을 해도 해당되는 모양새를 그려보는 것은 쉽지가 않은데 어디까지나 과거의 풍수지리 등에서 붙여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저지오름 맞은편의 이계오름은 닭의 형상을 빗대어 이계악(離鷄岳, 二鷄岳)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명칭과 관련하여 유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역시나 풍수지리설과 관련이 있는데 새오름(저지오름)이 새(鳥)이고 이 오름은 닭(鷄)이라고 했으며, 두 오름의 입지 외에 새오름과 서로 떨어져 있다고 하여 한자로 뜻을 달리하여(離鷄岳) 표기도 하고 있다.

 

행정 구역상 청수리에 해당이 되지만 저지오름과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름의 기슭과 등성의 대부분에는 새촐(새띠)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해송을 비롯한 잡목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귀여운 아기가 고운 풀로 엮은 이불을 덮고 있는 형상이라고도 여기기는 하나 일정한 계절에나 그려볼 만한 풍경이다.

서쪽 비탈면은 완만하고 동쪽 비탈면은 가파르며 오름의 주변은 일찍이 농경지로 개간이 되었다. 기슭 아래의 도로변에는 일제 시대 때 파놓은 인조 동굴이 있으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입구부터 막혀 있는데, 이 갱도는 오래전에 이 지역 주민들이나 소유주에 의하여 메워진 것으로 추측이 되고 있다.

아마도 아픈 역사를 지우려 했던 이유와 동굴로서의 보호나 관리 등의 가치가 없었던 때문인 것으로 추측이 된다.  불과 38m​의 비고(高)이나 동향의 말굽형 굼부리를 지니고 있는데 그 넓이는 산 체에 비하여 더 큰 것이 특징이다. 

 

 

-이계악 탐방기-

저지리 분재예술원 사거리(저지교회)에서 북쪽(조수리 방향)으로 가다가 1km 못 미쳐 좌측으로 진입로와 안내판이 있어 멈췄다. 오래전에는 초지나 빌레왓이었겠지만 도로가 만들어진 지금으로서는 초입을 찾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쉼터를 겸하는 돌 의자 주변은 수풀이 무성한 채 이용이 불편할 정도였는데 이러한 상황을 참고한다면 찾는 이들도 거의 없는 상황임을 알 수가 있었다.

진입 후 기슭 아래를 거슬러 조금 가다가 우측으로 진입을 할 수가 있었는데 안쪽으로는 오름 기슭 주변의 개간이 이뤄져 농사용 차량이 드나들 수 있게 길이 나 있었다. 별도의 산책로가 없지만 적당한 곳을 통하여 오르면 되었고 수풀이 무성한 허리를 거슬러 오르는데 유독 주홍서나물이 많이 보였다.

아직도 개화를 기다리는 주홍빛 봉우리와 이미 할 바를 다한 하얀 꽃이 조화를 이룬 채 잡초들과의 편견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나는 동안에는 이 또한 거추장스러운지라 한사코 외면을 하려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듬성듬성 해송들이 있지만 그들의 영역 아래로는 잡초들이 무성한데다 가시 식물들이 합세를 하여 여간 불편했다. 산책로가 없는 상황이라서 정상부를 향하여 적당한 곳을 헤집으며 전진을 했고, 비고(高)점 근처에 오르니 비로소 주변을 살필 수가 있었다. 일대의 상황이 그러한 만큼 저지오름이 눈 앞에 펼쳐졌는데 비로소 저 걸쭉한 산 체를 놔두고 누가 이곳을 찾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향으로는 산방산을 포함하는 풍경이 오른 자에게 보답을 했지만 날씨는 다소 심술을 부렸다. 가을의 중심에서만큼은 인색하지 않아도 될법한데 낮은 구름층이 질투와 시기를 했다. 정상부를 따라 두리번거리다가 잎이 붉게 물든 소나무 몇 그루를 발견하였는데 이곳에도 솔수염하늘소의 만행은 여지가 없었다. 성장을 이어가는 잡풀과 넝쿨들이 애써 가리려 했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몇 그루 되지도 않건만 재선충병으로 잘려나간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도로변 방향의 동쪽 기슭을 통하여 내려가려다가 여의치 않아서 온 길을 다시 선택했다. 비탈이 심한 데다 제법 무성한 수풀과 나무들이 통과를 허락하지 않는 때문이었다.​

계절을 달리한 때문이겠지만 예전에 찾았을 때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났고 기슭의 일부는 단장이 되었었는데 허접하고 무성한 잡초들이 차지를 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차라리 개간보다는 자연 생태 그대로 남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슭을 내려온 후 뒤돌아서서 남아 있는 소나무들에게 주문하였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잘 견뎌내고 씩씩하게 자라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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