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이달봉
상태바
[오름이야기]이달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05 0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488.7m 비고:119m 둘레:2,015m 면적:250,204㎡ 형태:원추형

이달봉

별칭: 이달오름. 이달봉(二達峰). 이달이악

위치: 애월읍 봉성리 산 71-1번지

표고: 488.7m  비고:119m  둘레:2,015m 면적:250,204㎡ 형태:원추형  난이도:☆☆☆

 

 

나란히 이어진 채 봉긋하게 솟아 오른 두 봉우리는 탐스럽고 앙증맞을 정도의 멋을 내고 있고...

 

명칭만을도 알 수 있듯이 이달봉과 이달이 촛대봉은 두 산 체가 나란히 이어지는 만큼 어느 면에서 보나, 실제의 현장 상황을 참고하더라도 둘은 같은 시기에 폭발이 이뤄져 생겨난 쌍둥이 화산체임을 알 수가 있다. 외형이나 숲을 이룬 식생의 모습을 비롯하여 입지와 환경 등이 비슷하다. 다만 서로 각기 독립형으로 이뤄진 소화산체이기에 하나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비슷한 명칭이지만 저마다 따로 붙인 것으로 추측이 된다. 정리한다면 두 개의 봉우리가 쌍둥이처럼 있어 이달오름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즉, 이달은 이(二)와 달(達)을 뜻하는데 여기서 달이라 함은 높다(高) 또는 메(山)를 가리키는 고어로서,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용어이나 고구려 말(語)이라는 견해도 있으며 한자로 이달악(二達岳) 또는 이달봉(二達峰)으로 표기한다.

결국 '이달'은 2개의 산 즉, 두 개의 봉우리가 가파르게 솟아 있다는 데서 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남봉인 이달오름(이달이봉. 이달봉)의 표고는 488.7m이고 비고(高)가 119m이며,  북쪽에 자리한 이달이 촛대봉은 각각 456m와 86m로서 둘 다 원추형 화산체이다.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 두 오름이고 이에 따른 명칭이 붙은 만큼 주봉이라는 말은 큰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오름의 경사면에는 소나무와 삼나무가 자라지만 기슭 아래쪽의 대부분은 새촐(억새)과 잡초들이 어우러진 풀밭이다.

 

이달봉에는 경방 초소가 있으며 이달이 촛대봉의 정상부에는 용암이 유출된 흔적인 화산암이 있고 묘가 한 기 있다. 쌍둥이라 하기보다는 형제가 더 낫고 아니면 남매가 더 어울려 보이지만 차라리 애틋한 연인 사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비슷한 양상의 외형이 그러하고 전반적인 환경 또한 두 오름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느끼게 한다. 봉긋하게 솟아 오른 봉우리는 탐스러움 멋을 간직한 채 찾는 이들의 애간장을 태우고도 남는다.

일대의 푸른 초원과 목장을 다스리는 숲의 여신이 과감하게 가슴을 노출하여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음을 연상하게 되는 때문일까. 새별오름에 올라 가장 가까이서 먼저 만나고 눈길이 가게 되는 오름이 이달이 형제이다. 새별오름과 함께 한살림을 차린다면 가족이 되고 둘은 인자하고 포근한 엄마 품속을 향하여 바라보는 형세가 된다.

새별오름에 올랐을 때 강한 인상을 느끼게 되는 이달봉 역시 정상에서 새별오름의 중후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아낌없이 보게 해준다. 탐방의 묘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더불어 함께 만나는 루트로 진행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간이나 체력 등이 다소 문제가 되긴 하지만 다홍치마를 걸치기 위해서는 함께 만나는 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한 묘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새별오름과 이달봉 양 방향 주차를 하는 방법이 있으나 어느 쪽을 초입으로 해도 순환 코스로 진행할 수가 있다.

 


 -이달봉 탐방기-

새별오름에 오른 후 알오름을 거쳐 다시 이달봉으로 향했다. 억새가 군락을 이룬 기슭 아래를 지나는 느낌도 좋지만 눈앞에 펼쳐진 두 산 체의 모습에 기분은 둥그레 당실이다. 뚜렷한 산책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계하는 길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어 별문제가 없다. 이제쯤 앞만 보고 가도 되련만 못내 지나온 새별오름의 모습을 보기 위하여 등을 돌렸다. 선 채로 바라보는 새별오름의 서북쪽의 모습은 낭만적이었다.

초봄의 풍경이지만 익은 계절을 마다한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포근하고 아늑한 품속을 그리기에 충분했다. 양팔을 벌려 감싸 안으려는 인자한 어머니 품속이나 연인을 맞으려고 다소곳이 기다리는 모습에서 매력의 극치를 느끼게 되었다.  소나무와 삼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로 진입로가 있는데 오르기 전에 잠시 풀밭에 털썩 앉아 분홍빛 음료수를 마셨다. 독새기(계란) 솖(삶)은 거에 밀가루색 음료 두 컵.......... 새별오름과 알오름을 지나는 동안에 참고 또 견뎠으니까 목을 넘기는 그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했다.

함께한 일행들 모두가 그 맛과 느낌을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경사를 오르다 힘이 부쳐서 잠시 멈췄다. 행여 뒤처지는 때문에 부끄러워질까 망설였지만 풍경 놀이와 셔터 놀이를 할 핑계로 참 좋았다. 목장과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너머로 해안까지 시야에 들어오면서 두 눈을 즐겁게 해줬다. 바람이 불어왔다. 

시원함이 불어왔다. 이른 봄이 실컷 불어왔다. 평화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으로 오름 군락들이 펼쳐졌는데 괴오름을 시작으로 북돌아진을 거쳐 왕이메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날씨도 그만하면 됐고 기온도 적당했다. 이제 겨우 삼 월이 시작되었기에 봄바람이 이따금 심술을 부렸지만 그래도 눈물의 정도를 약하게 하였다. 

이달봉 정상에는 경방 초소가 있고 남쪽은 숲에 가리지만 북쪽으로는 시원하게 전망이 열렸다. 시기적으로 관리인이 상주하는 때이라 가볍게 인사를 드리고 주변을 살폈다. 두 연인으로 산 체를 비유한다면 이달봉이 여자이고 이달이 촛대봉은 남자가 될 거다. 이달이 촛대봉은 성질이 다소 급한 편인 것 같다.

여유 있게 기다려줘도 되련만 어서 오라고 심하게 요구를 했다. 어차피 진한 만남이 이뤄질 텐데 무엇이 그리 급한지 재촉을 해댄다. 어차피 긴 휴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상이기에 진행 방향으로 다시 이어갔다. 소나무들이 사열을 한 등성을 따라 느리게 따라가는 동안에는 떨어진 솔잎과 솔방울을 발로 밀어대며 한곳에 모아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오른 자의 여유이고 만난 이가 자연을 향해 로맨스를 보내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숲이 우거진 틈새로 잠시 열린 공간이 있어 바라보니 트리오를 이룬 당오름과 정물, 도너리가 보였다. 이제 이달이 촛대봉으로 올라가서 다른 방향의 모습으로 더 우러러보겠노라며 기슭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