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이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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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이돈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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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663.2m 비고:68m 둘레:2,334m 면적:287.784㎡ 형태:말굽형

이돈이

별칭: 이돈이오름. 이돈악(二敦岳. 伊敦岳). 이동악(二童岳)

위치: 안덕면 광평리 산 3번지

표고: 663.2m  비고:68m  둘레:2,334m 면적:287.784㎡ 형태:말굽형  난이도:☆☆☆

 

 

둘 더하기 하나가 어우러진 봉우리와 드넓은 굼부리가 백미이나 변화가 이뤄진 화산체...

 

이돈이라는 명칭과 관련하여 정확한 유래를 찾아보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나 의미를 부여하는 탐방을 하고 나면 더러 이해가 된다. 궁금증으로 이어지는 오름의 형세와 산 체의 특성을 비롯하여 명칭을 붙인 과정도 짐작이 간다. 언제 누구에 의하여 이돈이라고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봉우리 두 개와 관련이 되었고 일대의 오름들 중에 영아리를 섬기는 지세를 감안한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이돈(二敦. 伊敦)의 풀이 자체가 다소 다른 것을 보면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또한 묘비에 적힌 내용을 감안한다면 이곳과 관련이 있는 사람을 지칭했거나 숨겨진 사연이 있을 법도 하다. 단순히 산 체의 봉우리를 두고서 이돈이로 정했다는 추측 외에 다른 풀이도 나온다는 뜻이다.

현장의 한 묘비에는 이돈이 외에 이동(二童)악으로 새겨져 있는데 산 체의 비유를 어린아이로 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왜 그렇게 묘사를 했는지 역시 아리송하게 느껴진다. 남북으로 떨어져 있는 두 봉우리를 아이로 여겼다면 주위 어딘가에 있을 어른 격인 산 체를 신성시 모시는 지세를 감안했을 것이고 그 주인은 당연히 (서)영아리(오름)일 것이다.

일대의 오름들 중에 영아리 오름은 지세(地勢)와 관련하여 신성시 여기는 우두머리 격이다. 동편의 어오름을 시작으로 서쪽에는 하늬보기가 있으며 남쪽으로 마보기가 자리하고, 북쪽에 바로 이돈이가 있는데 이 모습이 마치 영아리를 수호하듯 에워싼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섬기는 영아리가 있는 한 이돈이로서는 성인군자나 골리앗의 입지로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낮은 등성과 왜소한 산 체를 두고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구성을 떠나서 이돈이의 입지와 환경을 고려한다면 두 개로 나눠진 봉우리와 차지하는 면적에 비하여 낮은 비고(高. 68m)이지만 화산체로서의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나 분화구에서 바라보는 등성을 감안하면 이돈으로 표현한 두 봉우리는 다소 미심쩍은데도 있다.

남북으로 이어진 봉우리 외에 또 하나의 산 체가 버젓이 있는 것이 확인이 되는데 이를 토대로 다시 정리한다면 차라리 삼돈이라고 해도 좋을 법하다. 알오름으로 취급이 되고 있지만 이 봉우리 역시 독립형 화산체라면 별칭이 없어도 삼돈이가 맞지 않겠는가. 형태는 말굽형이지만 원형에 가까운 넓은 굼부리가 백미이다.

반달처럼 부드럽고 길게 이어지는 산 체의 전부를 보는 것도 굼부리에 섰을 때 비로소 그 윤곽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푸른 숲을 이룬 등성과 기슭의 모습 역시 바깥보다는 안쪽이 더 매력이 있다.

특히나 으악새가 춤을 추고 노래하는 가을은 이돈이의 치부까지 아낌없이 볼 수 있어서 로망의 오름이 아니겠는가. 이런 가운데 골프장(나인브릿지)이 생겨난 이후 점차 영역이 넓어지면서 산 체의 주변은 점점 변화가 이뤄지면서 출입조차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 되었다. 문명의 이기로 인하여 이돈이의 주변이 달라지고 있음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실정이기도 하다.

 

 -이돈이 탐방기-

어쨌든 이돈이와의 인연은 처음부터 쉬운 만남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진작에 주변의 모든 오름을 탐방하고도 이돈이 만큼은 접근을 못했었다. 처음 찾았던 날에는 갑작스러운 눈보라가 방해를 했고 두 번째는 짙은 안개 때문에 실패를 했다. 솔도(화전 마을)의 호명목장을 초입으로 선택하고 찾았었지만 두 차례나 실패를 한데다 이번에는 동행한 대원의 권유로 방향을 달리했는데 이전과 반대로 서영아리 입구를 초입으로 하는 진행이었다.

나인브릿지 CC의 신세를 져야 하는 데다 특히나 이곳은 회원제 골프장으로 접근이 자유롭지 못해서 다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탐방꾼들 몇이서 모였으니 전진과 돌파는 허구한 날 치르는 행사인지라 보무도 당당하게 출발을 했다. 안덕 쓰레기 매립장​ 입구를 출발하고 임도가 잘 구성이 된 삼나무 숲을 걸었다. 화창한 가을 날씨이기에 이번 만남은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임도 삼거리를 지나 좌측으로 향하니 서영아리 산 체가 보였다. 언제 봐도 늠름하고 당당한 모습이 신성시 여길 만한 오름이다. 자신을 에워싼 오름들을 거느리고 있는 데다 영험한 기(氣)를 지닌 오름이기에 이미 만난 횟수보다 앞으로도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얼마쯤 갔을까. 건천의 소곡이 나오고 여기저기에 골프공이 보였다. 계곡의 위쪽이 그린이니까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엉터리 샷으로 인하여 버려진 공들이 계곡의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gps를 통하여 확인을 하니 이돈이 방향이 뚜렷하게 나오는데 하필 그린 방향이다. 그러나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인데 어쩔 것인가. 가다가 들키면 다시 숲으로 방향을 바꾸면 될 테니까. 다행히도 아침인지라 나이스 샷을 외치는 사람이나 관리인이 없어서 후다닥 기습 작전을 펼쳤다.

지난 2001년에 개장이 된 이 나인브릿지 골프장이 들어서기 전만 하더라도 이돈이는 그 가장자리에 있었다. 국제대회가 열릴 만큼 명성이 있는 골프장으로 알려지면서 그 영역은 점차 확장이 되었고 이로 인하여 출입의 제한이 따르는 아쉬움이 따르고 있다. 초지와 산림이 어우러진 일대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잔디로 바뀐 지금은 이돈이 자체와 어우러지지 않게 느껴짐은 당연한 결과이다. 

골프장을 벗어나고 농지를 거쳐 마침내 이돈이의 기슭에 도착을 했다. 덤불과 수풀을 지나는 동안 더러 불편한 진행도 있었지만 이제 기슭을 따라 오르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등성 중 남쪽 허리를 먼저 차지하였다. 때마침 진행을 가로막는 편백나무에게 첫인사를 건네고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허리를 따라 진행을 하는 와중에도 정해진 탐방로가 없어 허리를 숙였다가 펴기를 몇 번하다 ​묘를 찾아냈다. 벌초 시기가 지난지 얼마 안 된 때문에 희미하게나마 드나든 흔적이 있어 쉽게 찾아냈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고 비석 옆으로 다가섰는데 이돈이악이라고 적인 한자가 뚜렷하게 보였다. 접근성의 불편 때문에 탐방객들은 적지만 등성과 기슭에는 몇 기의 묘가 있었는데 다시 만난 묘에는 달리 표현을 하고 있었다.

1963년에 세워진 묘비임을 감안할 때 일찍이 이 산 체의 명칭이나 구전되는 내용이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꼭꼭 숨은 화산체이지만 어질고 너그러운 이돈이로서는 망자들의 한을 풀어주며 넋을 달래주고 있었다. 빽빽하게 숲을 이룬 기슭에는 소나무와 편백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우거져 있었다.​ 더러 가시가 달린 덩굴들이 진행을 방해했는데 이 일등 공신은 밸랑귀(청미래덩굴)였다.

가을의 중심인데도 아직 풋풋한 초록의 빛을 머금은 것들도 있었는데 이돈이는 시간이 느리고 계절의 변화가 더딘 모양이었다. 등성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우거진 숲 사이로 북쪽 봉우리를 만났는데 숲이 우거지기 이전에는 정상부의 진입이나 전망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체의 어깨를 짚고​ 진행을 하려다 일단 기슭 아래를 내려가 올려다보는 과정을 먼저 하기로 했다.

 

전반적인 여건이나 상황을 직시하기에는 아무래도 그 방법이 좋다고 느낀 때문이다. 반달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 체의 서쪽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잘 자라서 원형처럼 보였는데 말굽형 분화구이지만 변화를 통하여 둥그스름하게 나타나 보인 것이다. 화구의 한쪽을 차지하고 눈싸움을 시작했는데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며 방해를 했지만 이돈이와의 만남을 다 가리지는 못 했다. 역시나 굼부리의 주인공은 억새들이었다.

아직 퇴색의 시기는 아니지만 길고 곧게 자라난 억새들은 뽐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약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집중을 방해하지만 결코 판단마저 흐리게 하지는 못했다. 굼부리에 선 채로 주변을 살피니 영락없는 신성의 터라 여겨졌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체는 확연히 세 개로 나타났다.

이(二)돈이라고 한 것은 대체 왜일까. 세 개의 봉우리이면 삼(三)돈이라고 해야 맞는 게 아닌가. 두 봉우리와 하나의 알오름이라고 가정을 하기에는 산 체의 크기와 정도가 비슷한 때문에 어울리지도 않고 이해도 안 되었다. 나눠진 봉우리 중 정상부 어디를 가도 전망은 인색한 편이지만 숲이 우거지기 이전에는 달랐을 것이다.

찾는 이들이 드문 데다 이렇다 할 탐방로마저 없는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고고한데 처하기를 원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골프장의 확장으로 자신의 근처까지 영역을 침범한 상태인지라 이돈이의 입장은 행여 더 이상의 변화가 이뤄질까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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