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이스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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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이스렁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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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352.6m 비고:73m 둘레:1,549m 면적:155,494㎡ 형태:원추형

 이스렁

별칭: 이사량악(伊士良岳)

위치: 애월읍 광령리 산 138-1번지

표고: 1,352.6m  비고:73m  둘레:1,549m 면적:155,494㎡ 형태:원추형  난이도:☆☆☆☆

 

 

신선이 머물고 백록이 노닐었을 한라산 깊은 자락에 숨은 신비스러운 화산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는 고지대의 오름들은 초자연적인 환경을 이룬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탐방의 맛과 멋을 덧셈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이들이 넉넉하게 풍기는 깊고 그윽한 맛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자연의 위대함과 더불어 탐방의 묘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국립공원 내의 몇몇 오름들은 이러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면서 제주의 청정 이미지와 맑은 공기를 실어 보내기에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자연스럽게 숙성이 되었고 넉넉하게 발효가 된 오름들이라 현장의 느낌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특히나 13부 능선을 넘나드는 곳에 위치한 오름들은 아직도 이방인들의 출입을 거부하며 자연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하고 있다. 한사코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며 변화와 발전에 몸부림을 치려는 기세는 현장에 가서 비로소 확인을 하게 된다. 아마도 저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오름들이 개간과 개척 그리고 골프장과 도로망 등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애를 태웠을지 짐작이 간다. 

이스렁은 어스렁과 서로 이웃하는 한라산 허리에 숨어 있는 오름이다. 이스렁을 두고서 이사량악(伊士良岳)으로 한자 표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오름의 어원 역시 풀이의 어려움이 있으나, 오름이 위치와 해당이 되는 마을인 애월읍 광령리에 옛날 이승굴(무속신앙 이승굴당)이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거리나 위치 등을 생각할 때 이 역시 타당성이 약해 보이는 느낌이 든다. 또한 어스렁과 이웃하는 점을 고려해서 붙여진 명칭으로 여겨지며 문헌이나 구전되는 뚜렷한 근거는 없는 상태이다. 

이스렁으로서는 자신 보다 못한 어스렁을 얕보거나 무시하지 않으며 어스렁 또한 이스렁을 향해 우러러 보지를 않는다. 서로는 나 잘나고 너 못나고를 따지지도 묻지도 않으며 뭉쳐야 튄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으르렁 대기보다는 공생과 협심을 통하여 지내기에 주변의 오름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얻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이들의 좌우 측으로 내놓으라 하는 명악인 쳇망오름과 볼레오름이 있지만 나름대로 그 중앙을 수호하며 당당하게 군림을 하고 있다. 특히나 쳇망과 볼레오름을 만나는 여정을 잡을 경우 이 두 오름에게 반드시 인사를 건네고 통행세를 대신해야 한다. 물론 경유하는 대가로 시원한 전망과 계절에 맞춰서 천연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과 더불어 청정의 맑은 공기를 아낌없이 내어준다. 이스렁과 어스렁을 만나기 위해서는 쳇망오름이나 볼레오름을 경유할 수도 있지만 1100고지의 장오름과 왕오름을 거쳐 가는 것도 무난하다.

결론적으로 두 오름과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어느 지점을 초입으로 할지라도 가는 과정이 더러 불편을 느끼게 되지만, 국공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출입에 제한이 따르는 것이 문제이다. 진행 과정에서는 어스렁을 거쳐 이스렁에 오를 경우 현장에서는 몇 배의 쾌감을 얻을 수 있는데, 지나는 동안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르고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오르고 나면 그 두 배 이상의 값진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이스렁 탐방기-

생태 보고와 관련하여 사전 신고와 허락을 받은 취재단과 함께 왕오름에서 초지와 수풀림 그리고 개활지 등을 거치면서 어스렁으로 향했다. 계절에 맞춘 산철쭉들이 천연색으로 꽃을 피워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전진을 하였는데 분명 산철쭉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파이팅을 담은 응원이 포함이 되었으리라. 정로(路)가 없기는 하나 애써 이들이 향연을 쫓으며 진행을 하는 것도 비로 이 때문이다.

수풀이 우거진 수림을 힘겹게 빠져나오니 비로소 세상이 보였는데 대자연이 열리고 봄의 중심이 열리며 초록의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백장군의 늠름함과 기백을 실은 영실 기암도 역시 사정권 안에 들며 웅장함의 극치를 보여줬고, 고개를 들었더니 대자연이 보였지만 역시나 헤쳐 나가는 과정은 진행형인지라 더러 긴장이 되기도 했다. 숲을 지나고 다시 개활지를 다시 만났는데 생태습지가 형성이 된 바닥 층의 여기저기는 돌들이 차지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이 돌들에도 무언가 붙어 있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이른바 지의류라고 일컫는 하나의 생명체이며 돌꽃처럼 보이는 특별한 모습이라 이 역시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길이 아닌 길을 가면서 이곳을 만나는 것은 올바른 공격 코스로 이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쉽지 않은 여정을 이어간 끝에 어스렁을 만났고 이제 형님 동생으로 취급받는 이스렁을 만날 차례가 되었다. 어스렁의 기슭을 다 내려올 즈음에 앞으로 화산체가 나타나길래 고지가 저기라며 조용히 속삭였다. 앉은뱅이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평원을 사이로 마침내 이스렁이 그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이스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마치 그 인기를 반영하는 듯 정상으로 향하는 길 흔적이 뚜렷하게 보였다.

조릿대와 산철쭉을 비롯하여 꽝꽝나무 등이 빽빽하게 차지를 하고 있지만 천천히 사잇길을 따라 진행을 하였다. 경사가 심하거나 힘든 이스렁의 허리는 아니지만 중간에 멈춰서고 뒤를 바라보니 어스렁이 손짓을 하고 볼레오름이 윙크를 보내왔다.  대체 누구 맘대로 이렇게 어여쁘게 피어났단 말인가.

대자연의 자유와 섭리를 부여안고 약속이라도 하듯 해마다 제 계절에 피어나는 이스렁의 철쭉꽃은 그야말로 천연색의 향연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겨우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후 피어났기에 그 모습은 필히 덧셈의 아름다움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하여 곱게 피우려 무던히도 애를 썼을 것이다. 역시 아름다운 것은 먼저 본 자의 몫이다. 하늘도 내 편이고 구름도 내 편이 되었다.

철쭉꽃도 내 편이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청정의 맑은 공기도 모두가 내 편이 되어줬다. 그런 세상을 따라 능선을 오르는 기분은 그야말로 천국으로 가는 느낌이 아니겠는가. 비로소 찾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아름다움의 세상이 펼쳐졌다. 이스렁 정상부에 도착할 즈음 눈에 띄는 것은 화구였다. 원추형으로 구분이 되는 데다 분화구로서의 가치는 없어 보이지만 뚜렷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침식이 이뤄진지 오래된 것으로 보였고 어쩌면 화산체의 생성과 더불어 같은 시대에 화구가 메워지고 점차적으로 변화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북서쪽을 중심으로 하는 세상이 펼쳐지는 곳은 이스렁 전망대라고 하기에 적합하였고 먼 길을 찾은 이들로서는 하나의 휴식 공간이 되기도 했다. 또한 길손들이 필요로 하는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이 함께하는 장소이며 전망을 할 수 있는 트인 공간이었다.

 

출발 지점인 1100고지 탐라각과 삼형제오름이 보였고 그 뒤쪽의 한대오름이나 노루오름 등은 제 모습을 다 보여주기가 싫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백록과 노닐던 이스렁 산신령은 더 이상의 전망에 대해 심하게 질투와 시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설문대 할망도 그의 오백장군의 아들들 역시 더 이상의 바램보다는 이스렁과의 진한 사랑만을 느끼라는 것일까. 결국 신은 여기까지만 허용을 했다.

지나온 숲과 개활지를 비롯하여 광활한 초원이 펼쳐졌는데 멀리 산방산과 최남단 마라도 역시 사정권이지만 가시거리가 막혀 다소 아쉬움도 따랐다. 뒤돌아서니 백록담을 에워싼 릉이 보였는데 눈높이를 함께 하려 했지만 역시 주변을 에워싼 등성이 방해를 했기에 우두커니 서서 영실 기암을 바라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스렁과의 작별을 준비를 했다. 비로소 이 오름의 위대함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전망의 시계가 부족하다 할지라도 투정을 부리거나 짜증을 낼 필요가 결코 없었다.

어쩌면 이스렁으로서는 자신의 나래를 펼치는 이 계절만이라도 만인들에게 노출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보이며 반겨주는 이스렁인데 구태여 먼 곳으로의 그리움을 지닐 필요가 있겠는가.  철저하게 백(back) 코스를 싫어하는 우리는 다른 방향을 뚫고 나가기로 하고 GPS와 나침판을 참고하며 진행을 했다.

작은 계곡을 지나면서 만난 곰취는 군락을 이룬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소의 시기가 지난 때문인지 마르지 않은 연초록빛을 띤 모습은 사라지고 초록빛으로 성숙을 이룬 상태였다. 결국 고귀한 자연의 깊은 곳에서 만난 곰취에게 작별 인사를 대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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